- [국외 리뷰] Freddie Gibbs - Shadow of a Doubt
- rhythmer | 2015-11-30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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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reddie Gibbs
Album: Shadow of a Doubt
Released: 2015-11-20
Rating:
Reviewer: 양지훈
근 5~6년 사이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만큼 꾸준하게 양질의 작업물을 공개한 랩퍼도 드물 것 같다.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첫 앨범 [ESGN]을 제외하면, 다수의 싱글과 EP, 그리고 매드립(Madlib)과 함께 만든 콜라보레이션 앨범에서 늘 기대에 부응할 만한 활약을 했고, [The Tonite Show]라는 이벤트성 앨범으로 청자를 웃음짓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는 다시 지인들을 끌어 모아 매드립 인베이전(Madlib Invazion)이 아닌 ESGN 레이블에서 새 앨범 [Shadow of a Doubt]을 발표했다. 매드립의 힘을 빌어 만든 EP 석 장을 한 데 모아 아예 합작 앨범으로 확장시킨 [Piñata]가 '품질 보증 프로듀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만든 작품이었기에 아마도 그는 안정적인 카드를 버리고 다시 한 번 모험을 감행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리고 앨범을 듣고 나면, 그가 감행한 이번 모험이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색깔이 워낙 뚜렷하여 깁스가 제시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밝은 색채의 곡이 단 한 곡도 없으며, 심지어 앨범 커버까지도 컴컴하다. 이렇게 다분히 의도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밑바탕이 된 비트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과 신진 프로듀서의 조합을 거쳐 만들어졌다. 스카페이스(Scarface)의 앨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관록의 프로듀서 마이크 딘(Mike Dean)이나 드레이크(Drake)의 앨범에 헌신했던 보이원더(Boi-1da) 등이 눈에 띄며, 그 외엔 대부분 인지도가 낮은 프로듀서들이다. 슈퍼빌(Superville)을 제외하면 깁스의 1집 [ESGN]에 참여했던 프로듀서와 겹치지도 않는다.
깁스 역시 [ESGN]에서 집결시켰던 프로듀서 진영의 취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또 다른 이들을 찾아 나선 셈이다. 그 덕에 [ESGN]의 허약한 프로덕션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절묘하게 피해갔다. 듣는 순간부터 모든 신경을 집중시키는 출중한 비트는 없지만, 깁스의 랩과 불협화음 없이 좋은 궁합을 이룬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나머지 여백은 깁스의 시원시원하고 탁월한 랩핑이 채우고도 남기 때문이다.그는 여전히 빠른 랩부터 도발적이고 느릿느릿한 랩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때로는 노래하듯 음정을 오르내리는 랩까지 곁들인다. 전형적인 MC 힙합의 앨범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랩이 모든 감상 요소의 중심에 자리하며, 늘 그랬듯이 직설적이고 화끈한 화법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Narcos"와 "Packages"처럼 화려한 플로우를 바탕으로 한 '노골적인 랩 스킬 과시용 트랙'이 곳곳에 박혀 있으며, 트랩 뮤직 스타일에 최적화된 랩도 적재적소에 자리한다("Mexico"). 게스트 랩퍼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데, "Extradite"에서 깁스와 호흡을 맞춘 루츠(The Roots)의 블랙 쏘웃(Black Thought), "10 Times"에 참여한 이-포티(E-40) + 구찌 메인(Gucci Mane) 정도가 플러스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믹스테입 [Baby Face Killa]의 몇몇 곡에서 정점을 찍었던 중독성 강한 코러스는 전반적으로 다소 약해졌지만, "Rearview"처럼 탁월한 후렴 메이커의 재능을 확인할만한 트랙도 여전히 존재한다.
[Shadow of a Doubt]에는 마약 팔이로 살아왔던 과거와 현재 랩 게임에서 성공을 다짐하는 무수히 많은 스토리, 그리고 노골적인 욕설이 담겨 있으며, 음산한 비트가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한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메시지와 의도는 뚜렷하다. 하드코어 랩을 좋아하는 이에겐 이보다 좋은 선물이 없을 정도로 마니악한 앨범이며, 독자적인 ESGN 세력을 구축하려는 그의 중장기적 계획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근래 깁스의 행적을 추적해보면 단기간에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붓는' 형국인데, 에너지가 소진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기에 향후 몇 년 간은 이렇게 불도저 같은 모습이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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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환 (2016-06-07 22:07:14, 220.73.28.***)
- 흑형 힙합은 이래야 압도 되는듯 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이런 정조된 강함보다는 투팍이 더듣고 싶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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