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Logic - The Incredible True Story
- rhythmer | 2015-12-03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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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ogic
Album: The Incredible True Story
Released: 2015-11-13
Rating:
Reviewer: 조성민
2014년은 메릴랜드(Maryland) 출신의 랩퍼 로직(Logic)에게 매우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보여준 것도 증명 한 것도 많지만, 여전히 더욱 기대를 품게 하는 앞으로 그의 커리어 기간을 포함해서도 말이다. 지난 해 그는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첫 정규작 [Under Pressure]를 발표했고, 앨범에 담긴 처절했던 성장 및 성공 스토리는 고차원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을 통해 생동감 있게 묘사되었다. 또한, 앨범 여기저기 손때처럼 묻은 그의 문화적 취향과 사상, 그리고 메인스트림에 막 첫 발을 담근 아티스트의 관점에서 말한 희망적인 메시지가 타이트하게 설계된 플로우와 날카로운 발성을 타고 효과있게 전달되었다. 비록, 오리지널리티의 부재를 꼬집는 의견도 있었지만, 로직의 1집은 지난해 오랫동안 회자된 몇 안 되는 ‘수작을 웃도는 작품’ 중 하나였다.하지만 그렇기에 이번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작 [The Incredible True Story]의 제작기간 동안 로직은 되려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훌륭한 데뷔작의 벽을 넘지 못한 소포모어 앨범은 셀 수 없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결론적으로 보면, 본작이 갖는 응집력, 밀도, 트랙에 분배된 파괴력은 분명 전작을 따라가지 못하며, 클라이맥스에서 청자의 감정을 뒤트는 정서적 강도가 약한 것도 확실하다. 그러나 이것이 본작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소린 아니다. 로직이 선정한 가사적인 컨텐츠나 주제를 아우르는 방향성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이 앨범을 통해 설정한 접근법과 감상 포인트는 전작에서 그것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Under Pressure]에서 느낀 카타르시스를 본작에서도 찾으려 하는 건 그리 성공적인 접근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일단, 전작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앨범에 부여한 세계관이 매우 흥미롭다. [The Incredible True Story]는 머나먼 미래, ‘파라다이스(Paradise)’라고 불리는 행성을 찾아 우주를 유영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얼마 남지 않은 인류가 이주할 ‘제2의 지구’를 발견하는 것으로, 세계관의 시대상 ‘오랜만에 원로가수(?) 로직의 2집을 들어보자.’라는 형식의 대화로 시작된다. 앨범이 진행될수록 ‘파라다이스’를 향한 여정도 이어지며, 때때로 트랙 끝자락에 스킷 형식으로 등장하는 이 둘의 대화는 얼마 남지 않은 인류의 고뇌와 휴머니즘을 재미있게 풀어내기도 하고, 자원고갈과 인간에 내재된 파괴본능과 노예화 등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도 하는데, 루페 피애스코(Lupe Fiasco)처럼 거창하게 담아내지 않았음에도 거론된 문제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게끔 한다.
비트는 로직의 메인 프로덕션 진으로 대변되는 프로듀서 식스(6ix)와 로직이 대부분의 곡을 담당했다. 이는 전작의 총괄을 맡은 노 아이디(No I.D.)의 색깔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운드적으로 더욱 풍부한 느낌을 연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앨범 초반부에 배치된 “Like Woah”에서 쓰인 관악기 소스와 콩가는 곡의 활기를 불어넣는 ‘신의 한 수’ 같은 역할을 했으며, 곧바로 이어지는 ‘90년대 하드코어 붐뱁 사운드의 “Young Jesus”, 그리고 트랩 느낌이 물씬 나는 “I am the Greatest”까지의 중반부 라인은 매우 위력적이다. 이외에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Flashing Light”와 [808 & Heartbreak]이 떠오르는 “City of Stars”, 그리고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손길이 묻은듯한 “Stainless” 등도 인상적인 트랙이다. 많은 곡에서 다양한 보컬 소스들이 샘플링을 통해 퍼커션과 같이 사용되며 후렴에 리듬감이 부과되었고, 붐뱁 드럼과 재지한 호른, 그리고 미니멀한 신시사이저는 여전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이 쓰여졌다.
랩을 뱉는 방식에서도 명확한 차이점을 보인다. 화려함으로 대변되는 속사포 랩퍼들의 아킬레스건은 빠른 템포에서 끊임없이 반복하여 치는 플로우인데,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가 타이트하게 플로우를 디자인한다고 해도, 청자가 한번 그 속도에 면역되어 버리면 결국 피로감이 쌓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로직은 전작에서도 거론된 바 있는 이러한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택한 방법은 두 가지로, 첫 번째는 템포조절을 통해 최대한 면역력을 늦춘다는 것, 두 번째는 보컬능력의 확대다.
그가 말하는 주제의식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힙합에 대한 애증을 나타낸 “City of Stars”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데, 투팍(Tupac)과 드레이크(Drake)를 비교하는 점, 음악산업의 현실을 꼬집으며 데프 잼(Def Jam)이 그에게 지원을 해주지 않았던 점, 그리고 꼬리처럼 그를 따라다니는 오리지널리티와 인종에 관한 부분들을 아주 가감 없이 꼬집는데, 그가 매우 훌륭한 랩 퍼포먼서이면서 리리시스트(Lyricist)임이 또 한번 드러난다.
이 대목에서 ‘파라다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앨범의 스토리상으로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목표, 혹은 마지막 희망을 의미하지만, 음악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랩퍼의 시선에서 로직이 풀어내는 ‘파라다이스’란 훨씬 더 추상적인 개념에 속한다. 그가 이중적 의미로 ‘파라다이스’를 사용한 것은 앨범의 본 컨텐츠라고도 할 수 있는 음악산업에 내재된 문제점과 맞닥뜨린 아티스트가 겪는 성장통을 더욱 명확히 묘사하고, 클라이맥스까지 자연스럽게 판을 끌고 나가기 위함인데, 이는 서로 관계없는 두 이야기, 즉, 앞서 언급한 앨범의 세계관과 로직이 말하려는 메시지 사이에 공통분모를 부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작에 사용된 ‘니키’(Nikki)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처럼 앨범은 더욱 풍부해진 사운드와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 라인, 그리고 고차원적인 기획력을 앞세워 승부를 보려했고,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치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펀치력과 프로덕션의 쾌감은 기대치에 비해 낮을지 모르나, 로직은 전작의 부담감을 안고 과도한 무리수를 두지 않았고, 전작의 성공요소만을 재활용하는 안이한 길을 택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는 그의 창작욕구와 발전에 대한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훌륭한 컨셉트 앨범이 완성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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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환 (2016-06-07 22:05:27, 220.73.28.***)
- 힙합 엘범 컨셉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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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sha (2015-12-12 20:51:27, 1.237.60.**)
- 비트 프로덕션 최악... 랩빼고는 건질게 없는 좆구린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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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rkin'dogg (2015-12-04 19:01:26, 59.12.27.***)
-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잘뽑아낸듯. City of Stars는 정말 반전~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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