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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y Dolla $ign - Free TC
    rhythmer | 2015-12-07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y Dolla $ign
    Album: Free TC
    Released: 2015-11-13
    Rating:Rating:
    Reviewer: 강일권









    그동안 힙합을 근간으로 한 싱어 대부분이 후렴구 마스터 내지는 피처링 스타 정도에서 커리어를 마감했던 것과 달리 2000년대 들어 등장한 신진들은 저마다 확고하게 자기 영역을 구축했다. L.A 출신의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은 그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몇 장의 믹스테입과 EP [Beach House]를 통해 래칫 뮤직(Ratchet Music)과 알앤비를 잘 배합한, 이름 짓자면, ‘래칫앤비(Ratchet&B)’라 할 수 있을 특유의 스타일을 선보였고, 래칫의 맹점인 단조로움을 커버한 프로덕션과 랩과 노래의 경계를 오가는 보컬이 상당한 감흥을 안기며 차기작을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Free TC]는 이렇듯 개성과 주무기를 확실하게 장비한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전반적으로 본작은 EP [Beach House]의 확장판이라 할만하다. , 힙합, 알앤비, 독보적인 보컬 스타일의 완성도 있는 결합에 신경 쓴 곡과 다분히 차트 및 클럽을 노린 곡이 명확히 갈린다. 예상을 빗나가는 스타일의 첫 곡 다음에 바로 머스타드(DJ Mustard)의 전형적인 래칫 싱글이 배치된 구성도 그대로다.

     

    아무래도 가장 큰 감흥을 전달하고 앨범의 가치를 높이는 건 전자의 프로덕션과 타이 달라 사인의 건조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보컬이 조화한 곡들이다. 능숙하게 마디 길이와 호흡을 조절하며 차근차근 멜로디를 형성해가는 타이의 보컬 플로우는 이번 앨범에서 더더욱 감탄을 자아낸다. 전작의 오프닝 트랙 “Work”처럼 엄숙한 현악 인트로에 이어 단출하고 매끈한 건반과 탁월한 스트링, 그리고 풍성한 편곡이 어우러진 첫 곡 “LA”부터 그렇다. 그가 나고 자란 엘에이 캘리포니아에 대한 애증을 동향의 랩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함께 담아낸 이 곡은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음악 스타일은 달라졌지만, 흡사 ‘90년대의 웨스트코스트 찬가로 유명했던 티큐(TQ)“Westside”를 연상시키며 묘한 흥취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패트리스 러셴(Patrice Rushen)“Settle for My Love”를 원료로 전통적인 샘플링과 트랩 비트의 절묘한 조합을 들려주는 "Straight Up",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강렬한 어쿠스틱 잼 세션을 연출한 “Solid”, 음울한 무드 위에서 각각 트레이 송즈(Trey Songz), 위즈 칼리파(Wiz Khalifa)와 호흡을 맞춘 “Know Ya”"Sitting Pretty", 시종일관 깔리는 코러스와 사운드 전반이 애틋한 감성을 자아내는 "Credit", ·페티 왑(Fetty Wap)과 함께 비트에 맞물려가는 힙합 싱어식 멜로디 진행의 진수를 선사하는 "When I See Ya", 앨범 제목의 주인공이자 현재 감옥에 있는 타이의 동생, 빅 티씨(Big TC)의 러프하게 녹음된 보컬을 그대로 살린 알앤비 넘버 "Miracle / Wherever" 등등 역시 하이라이트 곡들이다.

     

    하지만 이렇듯 탁월한 곡들만큼이나 아쉬운 곡들 역시 뚜렷하다. 무엇보다 두 개의 클럽튠 싱글 "Saved""Blasé"는 치명적이다. "Saved"는 이포티(E-40)의 명곡 중 하나인 “Captain Save A Hoe”의 컨셉트를 빌린 다음 직접 이포티를 게스트로 초대한 센스까진 인상적이나 오늘날 지겹게 쏟아지는 클럽 지향 알앤비의 클리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디포엘(D4L)의 원 히트 원더 싱글 “Laffy Taffy”와 판박이인 "Blasé"는 그보다 다운그레이드된, 혹은 지루한 버전과도 같다. 더구나 이 곡들에선 멜로디와 보컬 어레인지 등, 모든 면에서 타이 달라 사인의 개성과 매력이 진부한 프로덕션에 완전히 먹혀버렸다. 이는 전작에서 "Paranoid"가 흐름을 망치며 완성도에 흠집을 낸 경우를 그대로 답습한 상황이라 의아할 정도다. 또한, 정통 알앤비 보컬에 대한 욕심이 드러나는 몇몇 곡들, 대표적으로 "Horses in the Stable" 같은 곡도 문제다. 보컬의 진행과 애드립 등에서 불안정한 지점이 노출되는 탓에 앞선 곡들처럼 그의 보컬이 지닌 진짜 매력은 거세되고 아쉬움만 남았다. 게다가 여성편력의 과시를 위해 여성을 마구간의 말에 비유한 가사 역시 메타포의 짜릿함이나 화장실 유머의 재미가 아니라 불편함만 조성하는 데 그친다.

     

    그런 의미에서 [Free TC]가 아쉬운 곡들보다 탁월한 곡들이 더 부각되는 앨범이란 사실은 다행이다. 그동안 쌓인 기대감을 완전히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이만하면, 꽤 괜찮은 정규 데뷔라 할 수 있겠다. 그만큼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럼에도 후반에 언급한 곡들이 빠졌더라면, [Free TC]는 훨씬 견고하고 완성도 높은 앨범이 됐을 것이다. 이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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