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Erykah Badu - But You Caint Use My Phone
- rhythmer | 2015-12-07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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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Erykah Badu
Album: But You Caint Use My Phone
Released: 2015-11-27
Rating:
Reviewer: 황두하
네오 소울의 퍼스트 레이디로 불리는 에리카 바두(Erykah Badu)는 지금까지 비주얼만큼이나 개성 있는 음악으로 사랑받아왔다. 말을 거는 듯 가녀리게 읊조리는 보컬과 알앤비, 소울, 재즈, 힙합을 넘나들며 때로는 사이키델릭한 기운까지 머금은 음악은 데뷔작인 [Baduizm]에서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그녀는 힙합 뮤지션들과도 긴밀하게 교류해왔는데, 전작인 [New Amerykah] 시리즈에서는 나인스 원더(9th Wonder), 매드립(Madlib) 등등, 힙합 씬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듀서들을 기용하여 힙합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런 바두가 전작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믹스테입 [But You Caint Use My Phone]은 ‘트랩앤비(Trap & B)’를 표방하며 현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앨범이다. 그녀가 1997년에 발표했던 싱글 “Tyrone”에서 제목을 딴 이번 믹스테입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다. 올해 초, 앨범의 핵심 프로듀서인 자크 윗니스(Zac Witness)가 바두의 데뷔 싱글인 “On & On”을 리믹스했던 것이 SNS를 통해 바두의 귀에 들어갔던 것이다. 당시 바두는 드레이크(Drake)의 히트 싱글인 “Hotline Bling”을 커버한 “Hotline Bling But U Caint Use My Phone Mix”를 공개했는데, 자크의 리믹스를 듣고 그와 함께 커버곡을 앨범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둘은 달라스(Dallas)에 있는 자크의 작업실에서 11일 간 작업을 진행했고,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본작이다.
앨범은 “Hotline Bling”의 주제를 확장하여, 모든 트랙에서 전화기를 소재로 연인 사이의 만남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일전에도 [New Amerykah Part One (4th World War)]의 “Telephone”을 통해 전화기를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닌 영혼을 교감하는 창구로 표현했던 바두는 본작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 흥미로운 건, 앨범 이전에 공개한 “Hotline Bling But U Caint Use My Phone Mix”를 확장해 “Cel U Lar Device”, “U Use to Call Me”, “I’ll Call U Back” 등의 곡들로 파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이사이에 전화기와 관련된 다양한 노래들을 인용했다는 점이다. 뉴 에디슨(New Edition)의 동명의 히트곡을 인용한 “Mr. Telephone Man”과 어셔(Usher)의 2001년 곡을 변용한 “U Don’t Have To Call” 등이 그렇다.
특히, 록 뮤지션 토드 룬드그렌(Todd Rundgren)과 그룹 아이즐리 브라더스(The Isley Brothers)가 불렀던 “Hello, It’s Me”를 인용한 “Hello”는 본작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에서 바두는 옛 연인이었던 안드레 3000(Andre 3000)을 게스트로 불러내어 헤어진 뒤 서로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연인들의 통화를 표현해내는데, 이것이 그들의 실제 사연과 겹쳐져 아주 묘한 여운을 남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U Used To Call Me”와 “Whats Yo Phone Number / Telephone”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신예 랩퍼 이츠루틴(ItsRoutine)의 존재다. 애틀랜타(Atlanta)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의도적으로 드레이크와 똑같은 랩 스타일을 구사한다. 집중하지 않으면 드레이크로 착각할 정도인데, 이번 앨범이 드레이크의 히트곡에서 시작된 기획임을 고려한다면, 무척 흥미로운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But You Caint Use My Phone]은 베테랑 네오 소울 뮤지션의 번뜩이는 재치와 여전히 매력적인 보컬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비록, 정규작은 아니지만, 바두의 오랜 팬들에겐 그간의 공백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작은 뛰어난 재능의 아티스트가 한 곡의 리믹스와 변용을 어느 정도까지 파생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준 흥미로운 시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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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ekson (2015-12-21 02:00:32, 222.120.226.***)
- 저는 바두 음악을 이 곡집으로 처음 접했는데 진짜 좋았음. 첫느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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