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August Alsina - This Thing Called Life
- rhythmer | 2015-12-24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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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ugust Alsina
Album: This Thing Called Life
Released: 2015-12-11
Rating:
Reviewer: 황두하
뉴올리언스(New Orleans) 출신의 힙합/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어거스트 알시나(August Alsina)는 몇 장의 믹스테입과 2013년에 발표한 EP [Downtown: Life Under the Gun]을 통해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가 나고 자란 게토(Ghetto)의 처참한 환경을 과감하게 묘사한 가사를 잘 짜인 멜로디와 유려한 흐름의 보컬에 실어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이는 갱스터 랩퍼들의 표현방식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끔 했다. 프로덕션적으로 힙합과 알앤비의 지분을 고르게 가져가며 방향을 확실히 내비친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 작년에 발표했던 정규 데뷔작 [Testimony] 역시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면서 더 디테일하고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좋은 앨범이었다.
섹스와 마약으로 점철된 거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알시나의 실제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들이다. 그는 어린 시절 거리에서 마약 거래로 삶을 이어나갔고, 아버지와 양아버지는 마약 중독에 시달렸으며, 친형은 거리에서 총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일련의 경험들은 알시나의 음악이 더 진실하게 들려오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두 번째 정규앨범 [This Thing Called Life]도 이러한 그의 경험들이 바탕에 깔렸으며, 전작보다 깊어진 감정표현과 외연적으로 확장된 주제의식이 드러난 앨범이다.
프로덕션은 트렌디한 메인스트림 힙합, 알앤비 사운드를 충실하게 구현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알시나의 보컬도 전작들보다 훨씬 발전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을 제외하면 온전히 그의 목소리로만 채워진 곡들이 이어지는 중·후반부에서 이러한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때로는 랩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가사를 뱉어내며 플로우를 형성하다가도 템포를 전환하여 멜로디의 결을 살려내는 능숙한 완급 조절과 감정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하는 보컬 톤은 그 어느 때보다 프로덕션과 맞물려 빛을 발한다. 오히려 크리스 브라운과 함께한 “Been Around the World”가 단조로운 구성으로 트렌드의 선봉에 서있는 둘의 만남을 무색하게 해 아쉬움을 남긴다.
탁월한 멜로디와 보컬은 지난한 삶의 과정에서 알시나가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가사와 잘 어우러지고 있는데, 제이지(Jay Z)의 동명의 히트곡에서 모티브를 따와 죽은 형에 대한 애통한 감정을 드러내는 “Song Cry”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곡에서 극적인 구성과 차곡차곡 쌓아가다가 일순간 감정을 폭발시키는 보컬로 앨범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흥미로운 건, 이 곡에서 ‘눈물’과 관련된 곡들인 그룹 아이즐리 브라더스(The Isley Brothers)의 “Tears”와 라이프 제닝스(Lyfe Jennings)의 “Cry”의 라인들을 빌려온 점이다. 라이프 제닝스는 알시나가 14세 때 유튜브에 라이프의 “Hypothetically”를 커버한 영상을 올렸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인 만큼, 선배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쥬가 돋보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쥐(Notorious B.I.G.)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 당시를 추억하는 힙합 소울 트랙 “Hip-Hop”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을 직접적인 메시지로 전달하려는 곡들도 눈에 띈다. 서정적인 피아노와 드럼 라인으로 미니멀하게 전개하는 프로덕션 위로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가사를 담은 “Changes”, 게토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의 클리셰적인 모습들을 열거하며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Dreamer”,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코러스로 사용하여 흑인 사회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언급하는 “American Dream” 등이 그러하다. 이 곡들의 표현 방식 자체가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탄탄한 프로덕션과 함께 알시나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서사가 더해져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밖에도 베테랑 앤서니 해밀턴(Anthony Hamilton)의 힘찬 코러스와 알시나의 속도감 있는 보컬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Job”과 후렴에서 울려퍼지는 브라스가 인상적인 “Why I Do It” 등등, 전반부에 위치한 전형적인 자기과시성 트랙들도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각각 게스트로 참여한 두 랩퍼 제이다키스(JadaKiss)와 릴 웨인(Lil Wayne) 역시 이름값에 걸맞은 랩으로 트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This Thing Called Life]는 큰 변화 없이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한 알시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데뷔 때부터 꾸준히 거리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미세한 감정 표현의 변화를 통해 동어반복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도 고무적인 지점이다. 이번 앨범으로 힙합의 정체성을 지닌 알앤비 싱어송라이터로서 알시나의 영역은 더욱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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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6-01-13 21:51:00, 182.217.107.***)
- 알켈리나 크리스 브라운보다 훨씬 그루브한거같아요. 알시나 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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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ppy (2015-12-24 03:50:27, 211.45.249.***)
- 잘봤습니다. 정말이지 목이빠지게 기다려온 리뷰네요. 대체적인 리뷰내용이 공감이너무많이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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