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Kid Cudi - Speedin’ Bullet 2 Heaven
- rhythmer | 2015-12-31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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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id Cudi
Album: Speedin’ Bullet 2 Heaven
Released: 2015-12-04
Rating:
Reviewer: 조성민
아티스트가 오리지널리티를 형성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타고난 목소리와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 혹은 가사를 풀어내는 작가적 참신함과 같은 선천적인 재능이 첫째다. 또 다른 방법은 독특한 샘플 사용법과 장르 간의 크로스오버 등을 통한 독창적인 사운드의 결합인데, 그런 의미에서 키드 커디(Kid Cudi)는 데뷔작 [Man on the Moon: The End of Day]에서 신음과 허밍의 중간 즈음 위치한 비음 섞인 멜로디 랩과 참신한 사운드 운용을 선보이며 씬을 이끌 선수로 주목받았다. 물론, 최근 몇 년간 그가 선보인 실험적이고 탈힙합적인 행보들은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극단적으로 엇갈린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지만, 새로운 영역에 도달하기 위한 커디의 집착이 느껴졌기에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내도 “다음에는 해주겠지.”라는 어렴풋한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런 위치에 있는 커디의 이번 [Speedin’ Bullet 2 Heaven]은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그의 성향과 열정을 무한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수많은 허점을 노출하고 말았다는 점이다.커디의 말마따나, 본작은 '90년대 그런지 록(Grunge Rock)과 펑크 록(Punk Rock)에 기반을 둔 앨범이다. 전작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지저분한 질감을 바탕으로 한데 뒤엉킨 전자 사운드와 싸이키델릭한 느낌을 가미한 신시사이저, 그리고 커디 특유의 음울한 멜로디 등이 배제되는 대신, 강렬한 기타 리프와 라이브 드럼 연주, 그리고 더욱 어두워진 가사가 로우파이(Lo-fi)함과 로우(Raw)한 느낌을 더한다. 또한, '90년대 유명 애니메이션인 비비스 앤 벗헤드(Beavis and Butt-head)를 차용한 스킷에서 '펑크 록은 죽지 않았다(Punk rock is not dead)'라며,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찬양하는 대목에선 '이 앨범은 뿌리부터가 록 앨범'이란 패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 기대감이 배신감과 분노로 바뀌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곡들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 탓이다.
완성도를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커디의 연주다. 그는 모든 곡의 기타 파트를 직접 연주했는데, 어쿠스틱을 지향하기 때문에 클릭 트랙의 사용을 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앨범을 듣고 나니 기계의 도움이라도 받았다면 어눌한 기타 연주로 인해 간간이 느껴지는 거슬림이라도 축소되지 않았을까 싶다. 단순한 기타 리프 또한 문제다. 대다수 트랙은 너무나도 1차원적이고 축 처지는 기타 리프로만 구성되어 있어, 곡 자체를 매우 단조롭게 만든다. 게다가 커디에겐 힘 있는 보컬로 곡을 휘어잡거나 비트를 가지고 노는 플로우 설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곡은 더욱 지루해지고 지구력을 잃는다. 그리고 동력을 잃은 곡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해 놓은 결과, 앨범이 진행될수록 피로만 쌓이고 소음만 귀에 맴돌게 된다. 대표적으로 “Amen”, “Séance Chaos”, “Angered Kids” 같은 트랙들이 그러하며 “The Nothing” 또한 제목과 같이 앨범에 의미 있는 역할을 부여하지 못한다.
커디의 작사 능력 또한 록 트랙에서는 유효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어구와 한정적으로 선택되어 중복적으로 쓰이는 몇몇 단어들은 이 앨범의 주요 주제의식인 우울증과 자살, 그리고 약에 취해 방황하는 모습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데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물론, 모든 곡이 그런 것은 아니다. 선 공개된 “Confused!”와 “Screwed”는 분명 제대로 구색을 갖춘 트랙들이며, 펑키한 드럼 및 기타 리프와 커디의 보컬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Judgemental Cunt”도 괜찮다. 또한, 후반부에 자리 잡은 “Speedin’ Bullet 2 Heaven”과 “Embers”는 앨범을 돌리는 동안 비록 짧지만 가장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전작들에 수록됐다면 더욱 어울렸을 법한 트랙들인 “Adventures”나 “Melting”이 앞서 언급한 트랙들보다 더욱 좋은 시너지를 보인다.
키드 커디는 데뷔 초부터 여타 힙합 아티스트와는 차별되는 음악적 행보를 보였고 결과물로써 증명했다. 하지만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에밀 헤이니(Emile Haynie) 같은 프로듀서들의 가이드 없이 스스로 주도한 앨범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본작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설하고, 본작이 그의 전작들보다 더 집중 포격을 맞고 있는 이유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그 이유는 순전히 힙합이 아니라서, 혹은 록 앨범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설픈 마음가짐과 사운드의 개척을 명분으로 너무나 쉽게 다른 장르를 시도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특히, 정돈되지 않고 두서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음에도 본작을 최고의 앨범이라며 자부하는 내용의 스킷은 민망함만 남긴다. 커디는 여태껏 여러 차례 실험적인 크로스오버를 시도했고 손가락질보다는 박수를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개척하고 싶은 다른 영역을 침범했고, 예전 성공사례를 답습하려 했다. 하지만 완성도를 담보하지 않은 그의 과도한 자신감은 되려 독으로 작용했고, 그의 총알은 과녁을 한참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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