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Pusha T - King Push - Darkest Before Dawn: The Prelude
- rhythmer | 2016-01-06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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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Pusha T
Album: King Push - Darkest Before Dawn: The Prelude
Released: 2015-12-18Rating:
Reviewer: 조성민
현재 메인스트림 힙합 씬에서 푸샤 티(Pusha T)만큼 한 길만을 파 온 랩퍼는 보기 드물다. 2000년대 초·중반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지원을 받던 클립스(Clipse) 시절부터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레이블인 굿 뮤직(G.O.O.D. Music)을 이끌게 된 현재까지 그는 일명 '코크 랩(Coke Rap)'이라 불리는 장르를 굳건히 지키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마약을 거래하던 시절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크리스천 랩(Christian rap)으로 선회한 클립스의 반쪽이자 형인 노 맬리스(No Malice)와는 달리, 푸샤는 과거에 대한 자부심을 정규 1집인 [My Name is My Name]에서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철학은 본작인 2집에서도 이어진다.[King Push - Darkest Before Dawn: The Prelude]는 제목 그대로 본래 2집의 타이틀로 알려진 (그리고 이제는 3집의 타이틀이 될) [King Push]의 전주곡, 혹은 예고편 성격을 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모든 방면에서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물론, 개성 넘치고 밀도 있는 프로덕션이 앨범의 어둡고 강렬한 톤 앤 매너를 설계하는 데에 일조했지만, 단연 돋보이는 건 푸샤의 압도적인 랩 퍼포먼스다. 푸샤가 리리시스트(Lyricist)로서 선보이는 서술적 능력 및 은유법은 거리에서 마약을 팔던 그가 슈퍼 히어로, 아니면, 역설적이게도 랩 게임의 빌런(악당)으로 등극하기까지의 스토리 라인에 웅장함과 심지어 아름다움까지 더한다.
재작년 푸샤는 [King Push] 작업을 위해 넵튠스(The Neptunes)와 다시 뭉쳤다고 밝힌 바 있지만, 본작에서는 그들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클립스의 영광을 이끌었던 프로듀서와 협업 대신 그들 못지않은 헤비급 프로듀서인 팀발랜드(Timbaland)에게서 곡을 받고, 디디(Diddy)에게 총괄을 맡겨 전체적인 기획력을 견고히 했다. 여러 트랙에 쓰인 입체적이고 차진 드럼과 퍼커션은 곡에 웅장함과 공간감을 부여했고, 무드에 맞게 적절히 사용된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차갑게 떨어지는 신시사이저는 곡에 풍성함을 더했다. 이렇듯 각 트랙은 어둡게 깔린 비트를 토대로 다채로운 악기가 더해져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으며, 질적인 측면에서도 기복 없이 일정한 덕분에 전체적으로 유연하고도 타이트한 흐름을 형성케 한다. 특히, 차진 스네어와 웅장한 베이스가 돋보이는 "Intro”를 비롯하여 뚱뚱한 킥과 퍼지(Pudgee)의 “Think Big”에서 샘플링한 비기(The Notorious B.I.G.)의 피처링 벌스 두 마디를 후렴으로 변형시킨 감각이 인상적인 “Untouchable”, 그리고 미니멀한 혼(Horn) 루프와 후렴구에 터지는 베이스 리프가 일품인 “Crutches, Crosses, Caskets”으로 이어지는 초반부의 흡입력은 실로 대단하다.
스토리 라인을 빌드업하는 과정은 매우 직설적인데, 그렇기에 프로덕션과 시너지도 조화롭다. 푸샤는 마치 마지막에 내놓아야 할 답을 처음부터 던져놓고 그 이유를 하나씩 증명해나가는 형식의 흥미로운 어프로치를 취했다. 이는 마약상과 랩퍼의 기로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선언하는 첫 곡에서부터 드러난다. 이후 본격적으로 코크 랩을 풀어내는 앨범의 중·후반부에서는 랩스타가 됐음에도 여전히 거리에서 존재감이 유효하다고 말하고(“Got ‘Em Covered”), 본인을 ‘킹핀(Kingpin)'이라 칭하며 마약 거래를 통해 얻은 부를 자랑스러워 하고(“Keep Dealing”), 음악적 성공과는 별개로 그의 뿌리는 돕 딜러라고 밝히기도 한다(“Retribution”, “FIFA”).
이처럼 예상했던 대로 코크 랩의 비중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앨범 초반부에서 푸샤는 오히려 힙합 씬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데에 더 집중한다. 특히, 돈과 성공에 대한 철학을 밝힌 “M.F.T.R.”을 포함하여 본인을 뺀 나머지 랩퍼들이 조무래기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하는 “Crutches, Crosses, Caskets”가 대표적인데, 흥미로운 건 앞에 배치된 “Untouchable”을 포함한 세 곡에서 캐시 머니(Cash Money Records) 소속의 특정 아티스트들을 겨냥한 라인을 직/간접적으로 뱉어낸다는 점이다. 릴 웨인(Lil Wayne)이 소속사와 겪은 갈등을 베이비(Baby)와 타이가(Tyga)를 거론하며 돌려 까고, 디디에게 뺨 맞은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하며 드레이크(Drake)를 농락하기도 한다. “M.F.T.R.”에서는 춤을 추는 랩퍼들을 겨냥한 라인을 뱉기도 하는데(Yeah, while every song got a rapper dance/ Yuugh, I’m drug money like Dapper Dan – 그래, 랩퍼놈들 개다리춤 출 때/이옄, 난 대퍼 댄처럼 약을 팔고 부자 됐지), 이 대목에서는 “Hotline Bling”이 떠오른다.
푸샤의 랩핑 또한 여전히 굉장하다. 랩퍼로서 그가 갖는 최대 강점은 귀에 딱딱 박히는 정확한 딜리버리와 잘 세공되어 타이트하게 전개하는 플로우, 그리고 그 위에 얹힌 고급스러운 메타포다. 푸샤는 고차원적이고 절묘한 비유를 통해 직접적 표현 없이도 청자의 허를 찌르는데, 정돈된 플로우를 통해 리듬감 있게 꽂히는 그의 펀치라인은 매 트랙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 특히, 타이트하고 유려한 플로우를 선보인 “Got ‘Em Covered”와 리리시스트로서 진솔하게 써내려간 가사가 인상적인 “Sunshine”에서 푸샤의 진가가 드러난다.
맹렬하게 불을 뿜는 앨범 초반부에 비해 그 기세가 처지는 후반부는 아쉬운 지점이며, 메시지와 퀄리티는 나무랄 데 없지만, 구성을 흐릿하게 하는 “Sunshine”을 엔딩 트랙으로 선택한 부분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트랙 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일말의 아쉬움마저 푸샤의 랩이 완전히 상쇄해버린다. 펀치력 넘치는 랩과 수준 높은 프로덕션, 그리고 스토리 라인을 확립하는 직선적인 기승전결 구도는 푸샤가 다음 앨범에서 표현하려는 왕좌에 앉은 자신을 아주 강력하고 잔혹하게 그려내는 데에 성공한다. 전초전이 이 정도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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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sha (2016-01-09 23:44:33, 1.237.60.**)
- 그래, 랩퍼놈들이 개다리춤 출 때 ㅋㅋㅋㅋ 병신같은 드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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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ekson (2016-01-07 06:14:40, 210.223.96.**)
- 3집을 위한 2집.. 근데 3집이 2집보다 좋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을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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