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Kanye West - The Life Of Pablo
- rhythmer | 2016-02-23 | 3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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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anye West
Album: The Life Of Pablo
Released: 2016-02-14
Rating:
Reviewer: 조성민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2013년의 화제작인 [Yeezus]를 발표한 후 많은 일을 벌였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의류 라인을 매번 매진시켰고,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음원 스트리밍 업체를 세웠으며, 수 차례의 기행과 말실수를 반복하며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아, 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약 3년 만에 발표된 칸예의 정규 7집 [The Life Of Pablo]에는 우리가 익히 알던 칸예가 담겨있다. 그는 여전히 자의식 넘치고 오만하지만, 한편으로는 위대한 몽상가로서 머릿속에 내재된 세계를 소울(Soul)을 비롯한 다른 장르의 샘플과 날 선 전자음으로 빚어낸 사운드를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마치 본인의 디스코그래피를 설명하듯 전작들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데, 그렇기에 더욱 놀랍다. 뒤를 돌아본 적 없는 그가 과거의 재료들만으로 현재의 ‘칸예 그 자체’를 그려냈기 때문이다.본작에서 칸예는 끊임없이 자유를 갈구한다. 혈연으로 얽힌 과거로부터의 속박, 대중의 관심과 막대한 부에서 오는 불행, 그리고 그를 파멸로 이끌려는 여러 형태의 유혹으로부터다. 이를 풀어가기 위해 칸예는 때때로 신에게 의지해 구원을 받으려 하고, 자신을 둘러싼 스캔들에 관해 끊임없이 항변을 되풀이하며, 급기야는 본인의 결함과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내적 갈등과 거침없고 상스러운 음담패설, 그리고 과거에 얽매여 있는듯한 뉘앙스의 철없는 말장난이 그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대변한다. 자연스레 이 같은 내적 불안정함은 가사와 전체적인 프로덕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확실히 몇몇 트랙에서 내비치는 칸예의 말본새는 무식하리만큼 대담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저급하다. ‘지금 내가 생각한 그 이야기 한 거 맞지?’하고 한 번쯤은 귀를 의심케 할 정도의 천박한 라인들은 칸예가 여전히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레이 제이(Ray J), 앰버 로즈(Amber Rose)와 노트북을 훔쳐간 그의 사촌에게 악감정이 남아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그가 내뱉는 대다수의 성적인 라인 역시 말장난을 통한 언어적 재미와 쾌락보다는 불쾌함을 선사한다. 특히, “Father Stretch My Hands Pt. 1”에서 표백제와 티셔츠를 활용한 라인과 “Highlights”에서 고프로(GoPro)를 본인의 특정 신체 부위에 이식하고픈 소망을 담아낸 라인의 경우는 너무나 ‘병맛’스럽기에 획기적으로 들리는 감이 있으며, 불쾌함보다는 실소를 자아낸다.
물론, 이렇게 정신 없이 쓰여진 라인들의 방치와 원인 불명한 분노를 담은 샤우팅, 그리고 본인의 나르시시즘을 비꼬는 동시에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는 아카펠라 벌스 사이에서도 그의 진실성이 드러나는 트랙들이 존재한다. 앨범 중·후반부에 위치한 트랙들이 그러한데, 칸예는 결혼 후 그에게 접근하는 이성들의 유혹을 뿌리치고(“FML”), 가족과 친구를 소홀히 대하는 자신의 행태를 반성하며(“Real Friends”), 그의 아이들이 본인이 걸었던 힘든 길을 따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Wolves”).
앨범의 프로덕션은 칸예가 여태껏 활용한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총망라한 끝에 완성됐다. 그러나 전작들처럼 한 방향성을 가지고 통일된 사운드를 이루어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정돈되지 않은 소리를 덕지덕지 붙여 트랙 내에서 조화를 찾아내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트랙 간 느껴지는 질적/스타일적인 편차는 꽤나 눈에 띄는 편이며, 이는 전체적인 구성으로 봤을 때 위태로운 느낌을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긴장감이 넘친다. 특히, 트랙 내에서 예상치 못한 변주와 탈관습적인 구성, 불친절한 느낌의 오토튠 과용과 작위적으로 일그러뜨린 사운드 구조 등은 결코 청자가 안심하고 곡을 듣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The Life Of Pablo]의 프로덕션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참여 진이다. 굉장히 많은 아티스트 및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칸예의 지휘 아래 완벽히 통제되고 있다. 특히, 가스펠(Gospel) 합창단의 코러스와 괴물과도 같은 켈리 프라이스(Kelly Price)의 성량, 그리고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의 퍼포먼스가 찢어 놓은 “Ultralight Beam”과 리아나(Rihanna)와 스위즈 비츠(Swizz Beatz)의 지원사격 아래 시스터 낸시(Sister Nancy)의 곡 “Bam Bam”을 샘플링해 브릿지로 활용한 “Famous”는 빽빽하고 알찬 구성력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Real Friends”에서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Sign)과 “FML”에서 더 위켄드(The Weeknd), 그리고 “No More Parties in LA”에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참여 역시 아주 고무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칸예는 [The Life Of Pablo]를 ‘비속어가 엄청나게 많은 가스펠 앨범’이라 일컬었는데, 이 같은 정의는 그 어떤 것보다 정확하다. 그는 3년 전 본인을 전지전능한 대상으로 묘사했고, 이 앨범에서는 빛을 보고 진리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 빛이란 그의 두 아이와 아내를 의미하며, 이제는 지켜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진 그가 두려움이 생겼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앨범에는 칸예의 가장 인간적이고 나약한 모습이 담겨있으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짓눌린 그의 발버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고통과 불완전함마저 그의 손안에서 통제되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또 다른 걸출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걸 체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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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후 (2016-03-05 14:53:01, 222.109.143.**)
- 종종 통일성과 유기성의 부재가 해당 음반을 더욱 명반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천재들에 한에서죠. 비틀즈의 화이트앨범이 대표적인 경우죠. 저는 칸예는 당장 별점을 매기기에 너무나도 힘든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에 이 앨범이 과연 어느정도의 위대함을 가진 앨범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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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sha (2016-02-24 10:41:24, 1.237.60.**)
- 칸예는 정신장애가 있는거같음.. 자아과잉이 갈수록 역겨울 정도로 지나침
그의 디스코그라피중 역대 최악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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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Neptunes (2016-02-24 09:50:42, 117.52.104.**)
- ultralight beam 에서 전 이미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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