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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J the Chicago Kid - In My Mind
    rhythmer | 2016-03-11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J the Chicago Kid
    Album: In My Mind
    Released: 2016-02-19
    Rating:
    Reviewer: 황두하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는 시카고(Chicago)에서 엘에이(L.A.)로 이사한 뒤 백업 보컬이나 피처링, 작곡 활동 등을 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6년에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부른 영화 [미션 임파서블 3, Misson Impossible III]OST “Impossible”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고, 이후 발표한 믹스테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스쿨보이 큐(Schoolboy Q) 등등, 블랙 히피(Black Hippy) 크루와 교류하고, 데뷔 앨범인 [Pineapple Now-Laters]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물론, 큰 대중적 인기를 얻은 건 아니었지만, 네오 소울의 정취와 고전적인 알앤비 사운드를 적절히 배합하면서도 세련미를 잃지 않은 음악이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것을 계기로 레이블 모타운(Motown)과 계약하기에 이른다.

     

    이후 스쿨보이 큐의 히트 싱글 “Studio”에 참여한 것을 비롯하여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며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그가 드디어 두 번째 정규작 [In My Mind]를 발표했다. 본작은 지난 앨범의 기조를 더욱 확장하여 복고적 향취가 느껴지는 필리 소울, 두왑(Doo Wap)에서부터 네오 소울, 트랩까지 블랙 뮤직의 다양한 장르들을 한데 아우른다. 이렇게 폭넓은 범위의 음악을 다루면서도 트랙 간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이것들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살린 프로덕션과 더불어 비제이의 탁월한 보컬 덕분이다. 숨소리 섞인 부드러운 톤의 보컬은 언제나 곡의 중심에서 다른 스타일 간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잡아준다. 무드에 따른 강약 조절도 인상적이다. 섹시하고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도 때론 날카로운 팔세토 창법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아울러 “Jeremiah / World Needs More Love” 같은 곡에선 격정적으로 감정을 터트리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제이는 본작을 통해 고전 소울과 선배 뮤지션들에 대한 존경을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Oh Girl”을 샘플링하고 메인 멜로디 라인을 가져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The New Cupid”는 대표적이다. 필리 소울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사딕의 곡이 지닌 아우라를 고스란히 빌려 오면서도 진 나이트(Jean Knight)“Mr. Big Stuff”에서 보컬 소스를, 원곡도 사용한 아이작 헤이즈(Issac Hayes)“Walk On By”에서 드럼 소스를 차용하여 비슷한 듯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더불어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을 사랑의 정령인 큐피드가 클럽을 떠돌아다닌 탓으로 돌리는 재치있는 설정의 가사가 원곡의 분위기와 차별화하며, 피처링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랩이 감칠맛을 더했다. 이 밖에도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It’s A Man’s World”를 살짝 비튼 두왑 트랙 “Woman’s World”, 펑크(Funk) 사운드 위에 마빈 게이(Marvin Gaye)에 대한 헌정을 담은 “Turnin’ Me Up” 등도 같은 맥락에서 감흥을 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현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에 기반을 두되 구성과 멜로디 면에서 약간의 전위적인 해석을 거친 곡들이다. 인트로 이후 트랩 비트 위에 내지르는 랩과 비제이의 보컬이 교차하는 “Man Down”과 속도감 있는 보컬, 자유분방한 후렴구, 그리고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의 멜로딕한 랩이 어우러진 “Church”가 대표적인 예로, 전형에서 탈피한 싱어송라이터로서 비제이의 재능이 빛을 발한 지점이다. 더불어 트렌디한 트랩 비트 위에 기타 리프로 청량감을 더한 “Wait Till The Morning”도 주목해야 할 트랙이다.

     

    한편, 연인 사이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후의 방황을 표현한 앨범의 서사 자체는 뻔하지만, 그사이에 더해진 독특한 표현들이 이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조데시(Jodeci)의 영향이 느껴지는 알앤비 발라드 “Resume”에서 이성을 향한 구애를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라든지 “Jeremiah / World Needs More Love”에서 성경의 구절을 빌려와 짝사랑의 슬픔을 표현한 것들이 그러하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The New Cupid”“The Woman’s World”에서처럼 기존의 신화나 가사를 비튼 표현들도 이에 한몫한다. 비록, 다소 판에 박힌 듯한 가사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노랫말이 주는 감흥도 괜찮은 편이다.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가 [In My Mind]를 통해 기존의 음악적 방향성을 수정하지 않고 적절하게 확장한 것은 성공적이다. 구성적으로도 훨씬 일관적으로 정돈되어 믹스테입에서 발전한 기획에 따른 전작의 한계 또한 보완했다. 과거의 것들을 한데 모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냈다는 점 또한 본작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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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Raaaam (2016-07-08 15:46:41, 110.70.47.**)
      2. 항상 리뷰 잘 읽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좋게 들은 앨범중 하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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