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Macklemore & Ryan Lewis - This Unruly Mess I've Made
- rhythmer | 2016-03-22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Macklemore & Ryan Lewis
Album: This Unruly Mess I've Made
Released: 2016-02-26
Rating:Rating:
Reviewer: 강일권
에미넴(Eminem)이 가공할 랩 실력을 통해 백인 랩퍼에 대한 편견을 박살 내긴 했지만, 여전히 힙합 음악계에서 그들 대부분의 입지는 좁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혼재되어있다. 평균적인 실력의 차이, 걸작의 유무, 아직 잔존하는 선입견, 백인 랩퍼를 향한 (흑인 랩퍼들과 블랙 커뮤니티의) 불편한 시선 등등…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서 그들이 대처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이기 아잘리아(Iggy Azalea)처럼 세간의 혹평을 애써 모른 척하려 하는가 하면, 애셔 로스(Asher Roth)처럼 대중적인 성공에 대한 욕심을 일찌감치 접고 인디에서 맘 맞는 이들과 조용히 커리어를 일구거나,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처럼 ‘IDGAF(I Don't Give a Fuck)’ 정신에 근거하여 공격적인 활동을 이어나간다. 그중에서도 맥클모어(Macklemore)는 특히 흥미롭다. 힙합을 탄생시키고 문화를 일군 흑인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경과 콤플렉스를 동시에 드러내기 때문이다.지난 2014년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랩 앨범’ 부문을 수상한 이후,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에게 메시지를 보낸 일이라든지(‘켄드릭이 상을 받았어야 했다.’), 실력과 태도 면에서 자주 비판받는 이기 아잘리아(Iggy Azalea) 같은 랩퍼와 선을 긋는다든지, 최근 자신의 성공을 두고 ‘백인의 특권’과 관련짓는 것 등등, 여러 예시가 이를 대변한다. 그리고 이 같은 맥클모어의 태도는 라이언 루이스(Ryan Lewis)와 만든 이번 정규 2집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매클모어는 이번 앨범에서 (흑인 랩퍼 대부분이 서사의 중심축으로 삼는) 힘겹고 터프했던 과거 개인사를 적극적으로 부각하는가 하면, 힙합의 문화적 요소를 향한 존경과 애정을 강하게 내비치기도 하고, 나아가 살아있는 힙합 전설들을 직접 초빙했다. 여기에 프로덕션을 책임진 라이언 루이스 역시 ‘80년대 올드스쿨 비트와 ‘90년대 붐뱁 비트까지 주조하며, 매클모어를 받치는 한편, 팝 랩으로 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무려 멜르 멜(Melle Mel), 쿨 모 디(Kool Moe Dee), 그랜드마스터 캐즈(Grandmaster Caz)를 한 곡에 불러모은 “Downtown”과 케이알에스-원(KRS-One),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를 대동한 “Buckshot”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 곡들. 특히, 힙합 문화의 4대 요소 중 하나인 그래피티(Graffiti)와 ‘90년대 주요 언더그라운드 집단인 붓 캠프 클릭(Boot Camp Clik)에 대한 존경을 담은 “Buckshot”은 제목부터(‘벅 샷’은 ‘붓 캠프 클릭’의 수장 랩퍼다.) 가사, 참여 진 모든 면에서 본작을 통해 이들이 호소하려는 바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곡이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조 잭슨(Joe Jackson)의 '81년 곡 "We the Cats (Shall Hep Ya)"에서 베이스를 샘플링하여 더욱 두툼하게 가공하고, 흡사 나스(Nas)의 "N.Y. State of Mind"를 연상하게 하는 묵직한 건반 운용을 결합한 비트 역시 이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그리고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힙합 아티스트로서 인정욕구와 장르에 대한 애정의 혼합 속에서 탄생한 곡들이 앨범의 한 축을 이룬 가운데, 다른 한 축을 이루는 건 전작의 연장선에 있는 건반을 부각하거나 극적인 무드를 조성한 곡들이다. 매클모어의 가사가 빛을 발하는 것도 이러한 곡들이 집중된 중·후반부다. 단출한 기타 프레이즈의 주도 아래 앙증맞은 피아노와 에드 시런(Ed Sheeran)의 짙은 보컬이 얹힌 레이드-백(Laid-Back) 비트 위로 갓 태어난 딸에게서 느낀 벅찬 감정과 걱정을 진솔하게 담은 “Growing Up”, “Same Love”처럼 멜로딕한 건반이 귀를 잡아끌고 관악 파트가 감칠맛을 더하는 음악 위에서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와 함께 청소년들의 약물 중독과 그러한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는 “Need To Know”, 엄숙한 분위기와 변주가 이루어지는 음악 위로 백인 랩퍼라는 위치의 콤플렉스를 드러냄과 동시에 편견의 시선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White Privilege II” 등이 대표적이다.
비록, “Need To Know”에서 챈스 더 랩퍼의 가사가 좀 더 뛰어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매클모어는 전작에서 드러난 가사적 강점을 또 한 번 잘 살렸다. 더불어 클럽에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브래드 피트의 못생긴 사촌’이라고 소개한다는 실화 바탕의 트랙 “Brad Pitt's Cousin”처럼 유머가 담긴 가사의 곡이 주는 감흥 역시 유효하다. - 필자 주: 이 곡의 유머를 이해하기 위해, 즉, 왜 ‘브래드 피트의 사촌’인지는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 2014년 개봉작인 [퓨리, Fury]에서 브래드 피트의 헤어스타일이 매클모어와 비슷한 걸 두고 sns에서 비교샷이 돌며 화제 된 바 있다.그런데 중·후반부는 본작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이내믹한 구성의 초반부와 달리 비슷한 방향성을 지닌 곡들이 이어지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것 없으나 몇몇 곡들은 너무 안이하고 지루한 프로덕션 탓에 앨범의 맥을 탁 풀어지게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들쭉날쭉한 랩핑까지 얹힌 경우는 치명적이다. 매클모어는 다른 이가 좀처럼 생각하지 못하거나 다루지 않는 소재를 과감하고 센스 있는 가사로 담아내는 재주가 뛰어날지언정 랩 스킬 자체가 인상적인 랩퍼는 아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의 랩핑은 대체로 무난한 가운데, 간혹 림보에 빠지곤 하는데, 이상의 약점들이 하나 된 곡들, 이를테면, 진부한 팝-록 프로덕션의 “St. Ides”라든지 3분여 동안 무료하게 할 뿐인 “The Train” 등은 감흥을 저해하는 결정적 요소다.
빈티지 프로덕션과 풍자적인 가사의 “Thrift Shop”과 진보적이고 감성을 건드리는 가사의 “Same Love”를 앞세운 첫 앨범 [The Heist]를 통해 이른바 힙스터라 자부하는 부류와 대중에게 어필했던 매클모어와 라이언 루이스의 이번 앨범은 대중은 물론, 힙합 팬층을 향한 그들의 애증이 담긴 결과물이다. 그리고 비록, [The Heist] 때만큼의 신선함이 부족하고, 후반부 곡들의 뒷심이 부족한 점은 아쉬우나 전반적으로 준수한 완성도라 할만하다. 다만, 본작이 매클모어의 염원대로 백인 랩퍼에 대한 일각의 편견을 줄이게 될 지, 반대로 견고하게 할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내리기 어렵다. 이들이 블랙 커뮤니티에서 비롯한 전통적인 힙합의 세계 안에 스스로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자 한 이상 아직은 가능성 못지않게 음악적인 한계 또한 잔존하기 때문이다.
5
-
-
- Lil Chano (2016-11-25 19:19:53, 116.120.67.**)
- 다른 무엇보다 이런 훌륭한 앨범 인트로는 정말 칭찬해줄만함
-
- 로아 (2016-03-31 22:28:42, 210.217.77.***)
- Gang ili Gun..☆
-
- Trippy (2016-03-23 00:30:19, 211.45.249.***)
- 생각했던거랑 비슷하네요 점수가 ㅋㅋ 잘봤습니다 중후반부 지루한 트랙들 진짜 그거만 좀 어케했어도 좀더 좋았을거같네요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