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ather - I’m A Piece Of Shit
- rhythmer | 2016-04-13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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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ather
Album: I’m A Piece Of Shit
Released: 2016-03-25
Rating:Rating:
Reviewer: 조성민
인터넷의 발달과 컨텐츠 플랫폼의 활성화는 음악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프로듀서의 철저한 기획 아래 음반이 만들어지고 가수가 양성되던 시기와는 달리,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대박을 터뜨린 선두타자가 바로 솔쟈보이(Soulja Boy)다. 물론, 그가 주목받은 데에는 음악적 완성도보단 복합적인 장치들의 공로가 컸지만, 화제성 면에서 대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그 이후 수많은 지망생이 인터넷을 활용했고, 분명 그 숫자를 생각해봤을 때 대형 스타가 한 트럭쯤은 나왔어야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선수들이 등장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지금은 내부적으로 어지러운 상태에 놓인 오드 퓨쳐(Odd Future)와 치프 키프(Chief Keef) 등이 인터넷을 통해 스타로 떠올랐고, 그들을 필두로 많은 후발주자가 나왔는데, 어풀 레코즈(Awful Records)를 설립한 애틀랜타 출신의 파더(Father)도 그중 한 명이다. 그가 주목받은 계기는 2014년에 발표한 “Look At Wrist”라는 싱글 덕분인데, 당시 드레이크(Drake)의 지원을 받으며 등장한 아이러브멕코난(iLoveMakonnen)이 곡에 참여한 것이 바이럴 효과를 일으켰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키스 에이프(Keith Ape)의 “It G Ma (Remix)”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파더의 세 번째 앨범 [I’m A Piece Of Shit]은 자극적인 것투성이다. 그의 이야기는 전작인 [Young Hot Ebony]와 [Who’s Gonna Get Fucked First?]처럼 많은 부분 섹스와 마약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그 서술법 또한 매우 노골적이고 직선적이기 때문에 선정성이 크게 부각된다. 대표적으로 “Slide Thru”와 “Big Emblem Benz”, 그리고 “2 Girl Fantasy 2” 등의 트랙들은 질퍽한 파더식 섹스송의 전형이다. 그는 위 트랙들을 통해 여전히 여자를 끼고 원나잇을 즐기며, 관계를 갖는 도중 각종 환각제와 마리화나를 태우고, 쓰리섬에 대한 환상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과도한 섹슈얼 레퍼런스 속에서도 기발한 메타포 활용과 유머 있는 라인을 간간이 섞어내며 자칫 불쾌함을 유발할 법한 순간들을 빠져나간다. 또한, 파더는 미니멀한 비트 위로 시종일관 감정 폭을 최대한 배제한 채 정적인 느낌의 랩을 던지는데, 거기에서 비롯된 건조한 톤 앤 매너가 감상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감정선을 차단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파더 본인과 조력자인 키스찰스 스페이스바(KeithCharles Spacebar)가 담당했다. 곡 대부분은 미니멀한 808드럼과 무거운 베이스 운용을 토대로 꾸려졌으며, 축 처지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멜랑콜리한 곡조와 실로폰 연주, 야시스러운 바이브를 더하는 에이브라(Abra)의 보이스 샘플과 스타카토 형식으로 뚝뚝 끊기는 전자 키보드 등이 본작의 기괴하고 퇴폐적인 색을 더욱 진하게 한다. 수록곡들은 유기성을 갖추어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작에서 선보인 프로덕션보다 세련되고 입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강렬한 감흥을 선사할만한 킬링 트랙의 부재는 약점이다. 특히, 흐름상 강력한 한 방을 선사해줬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위치에 있는 “Why Don’t U”와 “Big Emblem Benz”의 화력이 매우 아쉽다.
본작이 그의 전작들과 차별점을 갖는 부분도 존재한다. 파더는 여자들에 대해 느끼는 심정적 변화(“Why Don’t U”, “Party On Me”), 방탕한 삶과 과거 행동에 대한 후회(“Lanes”, “Y U Make It Hurt Like This”), 정신적인 두려움(“Up Still”) 등을 드러내는데, 이는 전작에서 일방적으로 섹스 라이프를 찬양하고 여자들과 자는 것에만 몰두하던 때와 전혀 다른 스탠스다. 앨범 타이틀과 전체적인 구성, 그리고 몇몇 곡에서 그가 써낸 가사를 생각해볼 때 이 앨범에는 단순히 쾌락에 관한 것보다는 회개와 성장에 대한 부분이 더욱 부각되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본작은 파더가 본래 가지고 있는 성(性)적인 이미지와 몇몇 장치에서 느껴지는 종교적인 뉘앙스가 공존하는데, 이 지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분명, 주제적으로 폭넓어졌지만, 이로 인해 전작에서 선보인 구성적인 견고함과 일관성은 다소 떨어져버렸기 때문이다.
랩의 종합적인 기량 면에서 보았을 때 파더는 탁월한 랩퍼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그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방법으로 독특한 컨셉트의 캐릭터와 장치들을 이용하여 앨범을 기획해왔고, 그 승부수는 이번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다. 다만, 그 방법은 청자들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만큼 계륵 같은 요소가 될 여지도 있다. 이는 그만큼 색깔이 확실한 앨범이란 얘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I’m A Piece of Shit]은 조금은 발전적으로 변한듯한 파더의 모습을 증명할 정도의 설득력은 충분히 갖춘 작품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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