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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oyce da 5'9" - Layers
    rhythmer | 2016-04-25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oyce da 5'9"
    Album: Layers
    Released: 2016-04-15
    Rating:
    Reviewer: 조성민









    현재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은 여태껏 행보와 독보적인 랩 능력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에미넴(Eminem)과 합작한 여러 결과물에서 단 한 번도 뒤처지는 법이 없었고, 무자비한 배틀 랩퍼 집단인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의 일원으로 매번 강한 라인들을 쏟아내왔으며, 프리모(DJ Premier)와 팀을 이루어 선보인 [PRhyme]을 통해 주춤하던 커리어를 다시 끌어올렸다.

     

    하지만 로이스에겐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그의 이름을 내세운 걸작을 만드는 것이다. 그의 솔로 앨범들은 랩 능력 대비 너무 평범했고, 그런 의미에서 프리모와 듀엣 앨범은 좋은 앨범을 위해 프로덕션과 조화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했다. 그런 가운데 발표한 본작은 꽤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로이스가 이미 다음 정규작인 [Book of Ryan]과 더불어 다른 프로젝트들을 올해에 쏟아내겠다고 공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Layers]는 영락없이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본작의 주 무기는 역시나 로이스의 랩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일단 랩에서부터 압도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앨범의 많은 부분을 담당한 미스터 포터(Mr. Porter), 디제이 칼릴(DJ Khalil), 심볼릭 원(S1) 등이 제공한 프로덕션은 로이스 앞에서 철저하게, 그리고 평등하게 해부 되고 쪼개진다. 로이스는 체계적인 라임 설계 능력을 이용해 템포 조절을 하다가 어느 순간 빠르고 쉼 없이 라인을 꽂아나가는데, 이는 랩에 쫀득함을 부여하며 비트와 부딪혔을 때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 특히, “Hard”에서 선보인 마지막 벌스와 처음부터 마지막 라인까지 동일한 라임 체계로 이어지는 “Startercoat”, 그리고 곡을 밀고 당기는 능력이 도드라지는 “Flesh” 등은 로이스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트랙들이다. 

     

    로이스 랩의 백미는 라임을 빼곡히 담아 마디의 빈 공간을 최소화한 채 속도를 올려나가는 부분인데, 그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 못한 딜리버리는 아쉬운 점이었다. 단순하고 간결한 말이 더욱 큰 울림을 전달할 때도 있는 법이지만, 많은 단어의 사용을 즐겨하는 로이스에게선 종종 의미 없이 라인을 소진하는 모습이 엿보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많은 부분 진전된 지점이 눈에 띄며,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직접적이고 단순하게 풀어내는 트랙에서 이러한 부분이 더욱 빛을 발한다.

     

    앨범을 구성하는 이야기의 폭은 넓어짐과 동시에 자전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중요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어느 하루의 이야기를 아주 세련된 형식으로 풀어낸다든지(“Tabernacle”), 알코올 중독 당시의 상황이나(“Startercoat”), 아내를 두고 외도한 에피소드를(“Misses”)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외에도 흑인을 상대로 한 경찰의 과잉진압(“Pray”)과 마약을 팔아야만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을 꼬집는(“Dope!”)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Pray”가 앨범 초반부에 배치된 건 매우 아쉽다. 뒤로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중심이 로이스로부터 점점 그의 주변부로 옮겨지는데, 맥락상 해당 곡은 후반부에 놓이는 게 더욱 적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제와 가사의 양, 그리고 수록된 곡의 수를 고려했을 때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랩퍼임을 알 수 있는데, 들쭉날쭉한 완성도의 몇몇 곡을 과감히 배제하여 러닝타임을 줄였다면, 더욱 인상적이었을 듯하다.

     

    기획적인 단계에서 약간의 불안정함이 보였지만, 여전히 제 몫을 다하고 남은 로이스의 랩과 여느 때보다 안정적인 프로덕션이 조화하여 [Layers]는 준수한 작품이 될 수 있었다. 킬링 트랙은 있었을지언정 앨범의 마감이 부족했던 전작들과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 로이스의 랩은 이제 그 대단함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 그의 랩은 여전히 ‘순수 랩 실력으로 모든 걸 커버하겠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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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c231 (2016-05-01 08:22:01, 203.90.49.***)
      2. 평이 후한거 아닌가 싶은데.. 중후반부터는 그의 비트 초이스의 혀를 내둘렀네요
        결국은 이게 무려 프라임하고 평점이 같다니.. 좀 이해는 안가지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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