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Beyoncé - Lemonade
- rhythmer | 2016-05-02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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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eyoncé
Album: Lemonade
Released: 2016-04-23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3년 말 비욘세(Beyoncé)는 어떠한 예고도 없이 다섯 번째 정규 앨범 [Beyoncé]를 깜짝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벼락처럼 날아든 신보만큼이나 놀라웠던 건, ‘비주얼 앨범(Visual Album)’을 표방하며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함께 수록했다는 점이었다. 팀발랜드(Timbaland),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등등, 스타 프로듀서를 기용하여 완성한 탄탄한 음악으로 뮤지션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했다. 파격적인 프로모션과 뛰어난 음악적 역량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그야말로 최고의 슈퍼스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비욘세는 그녀가 처음 시도했던 방식 그대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정규 앨범 [Lemonade]를 깜짝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이 놀라운 것은 단지 형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 때문이다. 본작은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여성이 느끼는 무기력함(“Pray You Catch Me”), 혼란(“Hold Up”), 분노(“Don’t Hurt Yourself”)에서부터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과정(“Forward”, “All Night”)을 담고 있다. 지난 2014년 초, 엘리베이터 안에서 비욘세의 여동생 솔란지(Solange)가 비욘세의 목도 아래 제이지(Jay Z)를 공격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 루머로 떠돌던 제이지의 불륜과 그에 따른 부부의 불화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그리고 비욘세는 이를 음악적 결과물, 즉, [Lemonade]를 통해 정공법으로 돌파한 셈이다.
또한, 올해 초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싱글 “Formation”과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가 프로듀싱하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참여한 업템포 알앤비 트랙 “Freedom” 등을 통해 인종차별을 비롯한 흑인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한다. 그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뉴올리언스(New Orleans)의 비극인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최근 몇 년 간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경찰에 의한 흑인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해 비판하며 억울하게 사망한 흑인 청소년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 타미르 라이스(Tamir Rice), 마이크 브라운(Mike Brown)의 부모를 출연시켰다. 이와 함께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 같이 미디어를 통해 공격받았던 인물들을 등장시켜 미국에서 가장 힘이 없는 존재로 인식되는 흑인 여성들을 응원한다. 이처럼 그녀가 아픔을 겪은 후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를 블랙 커뮤니티 전체로 투사하는 과정은 구성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건 음악적인 완성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디플로(Diplo), 힛보이(Hit-Boy), 마이크윌메이드잇(Mike WiLL Made-It) 등등,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욘세가 중심을 잡아 프로덕션을 이끌며 전작 못지않은 탁월한 완성도를 뽐낸다.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락, 스윙 재즈, 일렉트로닉 팝 등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특히,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When the Levee Breaks”를 샘플링한 비트 위에 비욘세의 분노에 찬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Don’t Hurt Youself”는 직설적인 가사와 결합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더불어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의 명곡 "Walk On By"를 샘플링하여 감각적인 트랩 알앤비로 재구성한 “6 Inch”, 가벼운 기타 스트로크가 얹힌 스윙 재즈 사운드의 “Daddy Lessons”, 그루비한 미디엄 템포 알앤비 “All Night” 등도 주목해야 할 트랙들이다,
그녀의 보컬이 돋보이는 차분한 분위기의 트랙들도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단출한 피아노 라인에 기대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 약속에 대한 슬픔을 격한 감정으로 노래하는 “Sandcastles”는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가 참여하여 이야기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Forward”와 이어지며 아주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다채로운 트랙들 사이에서도 관록과 여유 넘치는 비욘세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놀랍다. .
[Lemonade]는 치부일 수도 있는 비욘세의 아픈 개인사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각 트랙들을 따로 제작했던 전작과 달리 전곡을 엮고 내레이션을 추가해 1시간짜리 영화로 연출한 뮤직비디오 역시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며, 음악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한다. 흥미로운 서사와 훌륭한 음악, 그리고 영상까지 3박자가 고루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진 풍파 속에서도 여왕의 자리는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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