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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Chance The Rapper - Coloring Book
    rhythmer | 2016-05-17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Chance The Rapper
    Album: Coloring Book
    Released: 2016-05-12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3
    년에 발표한 놀라운 믹스테입 [Acid Rap]의 성공을 기점으로 주가가 상승한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의 음악은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일부 차용하면서도 일렉트로닉, 하우스, 애시드 재즈 등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며 청량하고 밝은 분위기를 지향한다. 작년 그가 리드 보컬로 있는 밴드 도니 트럼펫 & 더 소셜 익스페리먼트(Donnie Trumpet & the Social Experiment)가 발표한 무료 앨범 [Surf] 역시 이러한 음악적 기조를 잇는 작품이었다. 더불어 인디펜던트를 고집하며 계속해서 무료로 결과물을 공개하는 신념과 따뜻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가사, 이를 받쳐주는 유쾌한 톤의 랩-싱잉 퍼포먼스는 챈스 더 래퍼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3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공식 믹스테입 [Coloring Book] 역시 마찬가지다.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의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한편(“No Problem”, “Mixtape”), 총과 마약으로 점철된 거리의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며(“Summer Friends”, “D.R.A.M. Sings Special”), 결국엔 이겨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Angels”, “Blessings(Reprise)”)를 전한다. 이 사이에 챈스 더 래퍼는 성경이나 동화에서 빌려온 독특한 비유들을 사용하여 이야기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있다.

     

    본작은 가스펠 랩 앨범을 표방하며 지난 칸예 웨스트(Kanye West)[The Life Of Pablo] 수록곡 “Ultralight Beam”에서 보여주었던 가스펠-랩의 기운을 전반에 내세운다. 칸예 웨스트가 참여한 “All We Got”을 비롯해 “Same Drugs”, “How Great”, “Finish Lines / Drown” 등에서는 시카고 칠드런스 콰이어(Chicago Children’s Choir, *필자 주: 1956년 흑인 인권 운동이 일어날 당시 설립되어 현재까지 아동복지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이자 성가대)를 코러스로 초빙하여 가스펠의 기운을 더욱 북돋운다. 이와 함께 “Blessings”, “Angels”처럼 노골적으로 기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트랙들 외에도 모든 트랙에 이러한 기운이 직간접적으로 묻어있다.

     

    특히, 앨범 내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Finish Lines / Drown”을 주목할만하다. -페인(T-Pain), 에린 앨런 케인(Eryn Allen Kane)이 참여한 펑키한 업비트 사운드의 전반부 이후, 노네임(Noname)의 랩-싱잉 퍼포먼스와 가스펠 뮤지션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의 스포큰 워드가 잔잔하게 이어지는 후반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 시카고(Chicago)에서 일어나는 비극들이 신의 은총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밴드 더 소셜 익스페리먼트가 대부분을 책임진 가운데, 브라스트랙스(Brasstracks), 카이트라나다(Kaytranada), 리도(Rido)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Acid Rap][Surf]를 절충한 그림이다. 힙합을 기본으로 가스펠, 트랩, 하우스, 애시드 재즈 등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 [Surf]에서처럼 도니 트럼펫의 혼 연주를 필두로 하는 밴드 사운드가 앨범 전반에 깔려있다. 이는 이 앨범이 지향하는 가스펠이라는 테마에도 잘 부합하며, 과장된 톤으로 변칙적인 플로우를 만들어내는 챈스 더 래퍼의 퍼포먼스를 적절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례로 “Angels”에서는 트랩 사운드에 풍성한 관악기 연주로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비트와 그 위로 강약을 조절하며, 변칙적으로 뱉는 랩과 코러스가 매우 잘 어우러지고 있다.

     

    칸예 웨스트, 릴 웨인(Lil Wayne), 투 체인즈(2Chainz), 영 떡(Young Thug), 퓨처(Future) 등등, 개성이 강한 아티스트들을 포함해 총 20여명의 게스트들 사이에서도 앨범의 방향성이 흐트러지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이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게스트들이 챈스 더 래퍼가 펼쳐 놓은 주제 안에서 각자 역할을 잘하고 있기 때문인데, 덕분에 게스트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준 트랙에서도 주객전도 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각각 그웬 거스리(Gwen Guthrie) "You Touched My Life"와 알 켈리(R.Kelly)“Feelin On Your Body”의 가사를 변용한 멜로디를 얹은 “D.R.A.M. Sings Special”의 드램(D.R.A.M.)“Juke Jam”의 토키오(Towkio)는 대표적인 예다. 그가 주어진 재료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앨범을 구성하는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Coloring Book]은 아티스트로서 챈스 더 래퍼가 지향하는 바를 확실하게 나타내며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종교적 색채를 대놓고 드러낸 가스펠 랩 앨범이라는 그림을 제목처럼 다양한 색깔을 덧칠하여 완성한 뛰어난 음악들로 채움으로써 종교를 떠나 즐기기에 충분한 앨범이 되었다. 믹스테입이지만, 이 정도로 탄탄한 완성도의 결과물에 정규 앨범 못지않은과 같은 수식어는 필요 없을 듯하다.



    ※본작은 5월 12일 애플 뮤직(Apple Music) 독점으로 우선 발매됐다. 2주 후, 전체 공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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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0r트모스 (2017-04-11 17:24:19, 211.34.164.**)
      2. 4번정도 돌리고 감이 왔습니다. 믹스테입이 아닌 정규앨범스러운데 너무 좋네요 챈스 더 랩퍼 대단합니다 이만한 피쳐링 군단에 주객전도 되지 않았다는거에만도 그의 재능은 대단한거 같습니다.
      1. Tramp (2016-09-05 20:49:32, 112.185.223.***)
      2. 리도 영어표기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Rido가 아니라 Lido라고 알고있습니다
      1. 김도환 (2016-06-07 22:03:40, 220.73.28.***)
      2. 1집과 2집에서 조금씩 보였던 그의 색깔이 점점더 강해지는거 같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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