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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GOD Mafia(Juicy J, Wiz Khalifa, TM88) - Rude Awakening
    rhythmer | 2016-06-21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GOD Mafia(Juicy J, Wiz Khalifa, TM88)
    Album: Rude Awakening
    Released: 2016-06-03
    Rating:
    Reviewer: 조성민









    아티스트가 다른 누군가와 예상 가능했던 콜라보를 통해 예상된 범위 안을 맴도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는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또 평가하는 사람이 얼마만큼의 기대치를 갖고 있었느냐에 따라 갈릴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성공사례를 답습하는 안이한 어프로치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도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 아티스트는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니라 그만의 음악적 영역을 더욱 견고히 했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반대로 그 안이함이 식상함을 야기했다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본작 [TGOD Mafia: Rude Awakening]은 프로덕션과 랩 퍼포먼스의 질적인 완성도 차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과 불균형 때문에 끊임없이 전자와 후자 사이를 줄타기 한다.

     

    티갓 마피아(TGOD Mafia)는 두 랩퍼 쥬시 제이(Juicy J)와 위즈 칼리파(Wiz Khalifa), 그리고 비트메이커 티엠에이티에잇(TM88)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은 앨범에 담은 컨텐츠 대부분을 마리화나, 자낙스(Xanax), 파티 라이프를 중심으로 소비한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승리자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가사들과 고집스러운 마리화나 찬양, 그리고 여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트랙들은 너무나도 뻔한 동시에 가장 친숙한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에, 앨범을 돌리다 보면 마치 차로변경 한 번 없이 내달리는 덤프트럭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이를 환기하는 요소들도 적지만, 분명 존재한다. 케이티 페리(Katy Perry)와 함께한 히트 넘버 “Dark Horse” 이후 변했다는 주위의 의견을 불식시키는 쥬시 제이의 자기항변(“Hit Me Up”)에서는 깊은 고뇌가 느껴지고, “Where Was You”에서는 초창기적 믹스테입 시절 이후, 오랜만에 거리의 삶에 관해 얘기하는 위즈가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앨범에는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프로덕션 팀 에잇오에잇 마피아(808 Mafia)의 일원인 티엠에이티에잇이 준족을 한껏 살린 트랩 트랙들이 이곳저곳 포진되어있다. 베이스에 힘을 한껏 주어 진동감을 살린 “Bossed Up”과 스트링 룹으로 웅장함을 발현시킨 “Da Power” 등은 미니멀한 트랩 비트의 정수라고 할만하며, 여기저기 조금씩 가미된 래칫(Ratchet)의 요소 역시 준수함을 웃도는 프로덕션으로 귀결되었다. 또한, 그가 각 트랙에서 선보이는 작법과 사운드 소스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앨범의 전체적인 안정감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앨범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발견된다. 파워풀하고 빠른 템포의 트랩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곡들이 연속적으로 나열되었기 때문에 각 곡이 뿜어내는 폭발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느껴지고, 이로 인하여 프로덕션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부분들을 살려내지 못했다.

     

    이는 단지 프로덕션에서만 보이는 문제점이 아니다. 사실상 쥬시 제이가 곡의 후렴을 비롯해 모든 트랙에서 위즈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랩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모든 곡이 똑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후렴의 짜임새와 플로우 디자인 역시 평범할 뿐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아 지루함을 유발한다. 마지막 트랙인 “Cell Ready”에서 둘이 랩을 번갈아 뱉는 부분처럼 곡의 구조를 다변화시키면서 가져갔다면 지루함을 상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랩 퍼포먼스 또한 위태로운 부분인데, 위즈는 시종일관 쥬시 제이에 비해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며, 스포트라이트를 형님에게 강제적으로 양보한다.     

     

    본작은 조금만 더 다듬었다면 수작이 될 가망도 있었다. 비트는 빈틈없이 날이 서 있고 테일러 갱(Taylor Gang)을 이끄는 두 랩퍼의 조합 역시 무난하게 어울린다. 하지만 기획적인 부분에서 결함이 전체적인 완성도를 저하시켰으며, 프로덕션에서 세심하지 못했던 부분 역시 아쉽다. 완급조절만 되었다면 귀를 때리는 트랩 사운드가 더욱 강렬히 남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그들에게 기대한 바가 원만히 담겨 있어 많은 불평을 할 순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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