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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YG - Still Brazy
    rhythmer | 2016-06-22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YG
    Album: Still Brazy
    Released: 2016-06-17
    Rating: 
    Reviewer: 강일권









    2000
    년대 주류 힙합을 대변하는 트랩 뮤직(Trap Music)의 사촌쯤 되는 래칫(Ratchet)은 극단적으로 비어있는 사운드와 단순한 구성을 앞세워 클럽가와 차트를 평정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장르적 특성은 곧 음악적인 한계와 직결되었다. 대부분 그게 그거,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다. 태생과 목적이 너무 뚜렷한 만큼 변형, 혹은 발전의 틈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발매되는 앨범 전체에서 래칫이 차지하는 비율은 겉으로 드러난 인기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많은 힙합 팬과 평단 역시 싱글 단위에서 급격히 소비되고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러한 예상은 현재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것이 확신으로 굳어가던 순간, 래칫의 새 지평을 연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프로듀서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와 랩퍼 와이쥐(YG). 흥미롭게도 이들은 해당 장르의 선구자들이었으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끌어온 음악은 다름 아닌 웨스트코스트 힙합, 그중에서도 지펑크(G-Funk)였다. 둘이 합심하여 만든 와이쥐의 정규 데뷔작 [My Krazy Life]가 그 증거다. 이 앨범엔 래칫과 지펑크가 결합한 신선하고 매력적인 곡과 여전히 장르의 한계를 노출한 곡이 혼재했는데, 전자의 장점이 후자의 단점을 상쇄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래칫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시도는 충분히 가치 있었으며, 자연스레 기대는 와이쥐의 차기작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년간의 기대 속에서 발표된 와이쥐의 정규 2 [Still Brazy]는 매우 절묘한 감흥을 선사한다. 비록, 이번엔 메인 파트너였던 머스타드가 직접 비트를 만들지 않았지만, 공동으로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것과 ‘래칫 + 지펑크라는 음악적 근간은 변함없다. , 예상보다 훨씬 깊숙이 지펑크를 흡수했고, 기대보다 더욱 탄탄하게 마감되었다. 전작에서 절반의 실험이었던 두 장르의 결합이 이번엔 앨범의 중심부로 옮겨온 셈이다. 몇몇 곡에선 지펑크의 지분이 훨씬 크기까지 하다. 이처럼 와이쥐가 본작을 통해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적자임을 강력하게 호소하려는 의도는 테레스 마틴(Terrace Martin)에게 맡긴 첫 싱글 "Twist My Fingaz"에서부터 드러난다.

     

    그동안 동향의 선배 아티스트들이 많이 차용했던 두 아티스트의 곡, (Zapp)“More Bounce to the Ounce”를 샘플링하여 루프를 짜고, 펑카델릭(Funkadelic)“One Nation Under a Groove”에서 베이스를 따와 래칫 드럼에 버무린 이 곡은 앨범이 지향한 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이 외에도 릴 웨인(Lil Wayne)이 피처링한 "I Got a Question"을 비롯하여 "She Wish She Was", "Bool, Balm & Bollective", "Gimmie Got Shot", “Still Brazy” 등등 역시 지펑크 특유의 신스와 바운스를 토대로 완성한 곡들로, 본작의 실험이 성공적임을 증명한다. 더불어 전작에 이은 ‘90년대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향한 또 한 번의 절묘한 헌정이라 할만하다. "My Nigga" 같은 킬링 트랙은 없지만, 전반적인 곡들의 완성도가 준수하고, 그러한 곡들이 모여 뛰어난 작품으로 귀결됐다.

     

    와이쥐의 랩핑과 가사도 전작보다 인상적이다. 여전히 플로우가 림보에 빠지는 구간이 간혹 보이고, 후렴구의 중독성은 약하나 전형적인 래칫 프로덕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디자인한 와이쥐의 랩은 전체적인 앨범의 감흥을 떨어트렸던 이전과 달리 매우 만족스럽다. 특히, 최근 수년 간 심각한 인종차별 이슈를 불러일으킨 경찰 시스템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분노를 터트린 “Police Get Away wit Murder”와 갱스터리즘(Gangsterism: 갱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들)에 입각한 스토리텔링 랩의 맛을 선사하는 "Bool, Balm & Bollective”, 갱스터 랩의 주요 소재이기도 한 (언제 총격을 당할지 모를) 과대망상을 다룬 “Who Shot Me?”, 그리고 닙시 허슬(Nipsey Hussle)과 함께 문제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를 디스한 “FDT” 등은 래칫엔 단순한 내용의 마시고 놀자 가사로 굳어진 일부의 선입관을 보기좋게 깨트린다.

     

    전작을 리뷰했을 당시 랩핑의 아쉬움에도 와이쥐에 대한 기대를 놓지 못하게 하는 건 어쨌든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과 앨범을 꾸리는 능력이 눈 여겨 볼만하기 때문이라고 한 바 있다. 그리고 와이쥐는 이번 앨범을 통해 확실하게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현대 클럽에 최적화된 트렌디한 프로덕션과 전통적인 갱스터 랩의 탁월한 조화, 래칫과 지펑크를 절묘하게 배합한 성공적인 실험이 가치를 더한다. [My Krazy Life]가 래칫의 진화로 가는 길목이었다면, [Still Brazy]는 그 진화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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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detox (2016-06-23 17:41:08, 1.237.58.***)
      2. 이거 완전 미친앨범임.. 좋은쪽으로
      1. The Neptunes (2016-06-23 12:32:12, 117.52.104.**)
      2. 그의 랩은 아직까지도 의문이지만,
        그의 음악에는 확실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1. Drizzy (2016-06-22 23:17:29, 65.206.95.***)
      2. 겨자가 없어도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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