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nak The Ripper - From The Dirt
- rhythmer | 2016-06-29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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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nak The Ripper
Album: From The Dirt
Released: 2016-06-17
Rating:
Reviewer: 조성민
힙합의 역사와 발전 단계를 돌아봤을 때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비슷하겠지만, 캐나다 힙합 역시 타 장르들에 비해 소규모적인 형태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80년대 후반 밴쿠버(Vancouver)에서 언더그라운드 씬이, 그리고 몬트리올(Montreal)에서 불어를 기반으로 한 랩퍼들이 등장한 것이 로컬 힙합의 모태가 되었으나 '90년대 초 몇몇 랩퍼들이 미디어를 타고 잠깐 주목받은 것 이외에는 오랜 기간 비주류에 머물렀다. 퀄리티를 떠나 환경적인 제제 역시 큰 문제였는데, 힙합을 다루는 라디오의 수 자체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그나마 존재하던 스테이션들은 로컬 아티스트들의 곡을 틀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어반 뮤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지원이 확장되었고, 이는 서서히 변화로 이어졌다.본래 데스메탈(Death Metal)과 고스(Goth Rock)의 성지로 알려진 토론토(Toronto)는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이른바 ‘본토에서도 먹히는’ 사운드를 활용하는 랩퍼 및 알앤비 싱어들을 다수 배출해내고 있으며,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도 주목할만한 랩퍼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밴쿠버 출신의 배틀 래퍼인 스넥 더 리퍼(Snak The Ripper)다. [From The Dirt]는 스넥의 정규 6집으로, 그의 전작들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틀과 비슷하게 나아간다. 디스코그래피가 늘어날 때마다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 스케일도 점차 확장된 것처럼 이번에도 거대한 음향 덩어리로 각 트랙을 여백 없이 채웠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귀를 압도하는 사운드 구조에 음산함과 웅장함을 더하는 요소들은 맛을 더한다. 브라스 악기, 특히, 길게 내지르는 튜바(Tuba)를 활용한 루프와 무거운 베이스 운용, 그리고 소울풀한 보컬 샘플과 일렉 기타 등으로 앨범의 어두운 톤을 부각한다. 프로덕션의 틀은 전형적인 붐뱁(Boom bap)을 기본으로 하되 트랙마다 조금씩 변화를 가져갔고, 이로써 하드코어 랩을 선보이기에 안성맞춤인 판을 설계했다. 크루킷 아이(Crooked I)가 피처링한 “Premium Dope”를 비롯하여 초반부를 형성하는 “Stress”와 “Hey”, 그리고 나아가서는 후반부의 “The Action”과 “It’s Over” 등이 좋은 예다. 하지만 저들보다 더욱 인상적인 트랙은 드럼 앤 베이스(Drum ‘n’ Bass) 요소에서 착안한 “From the Dirt”와 앨범 뒷자락에 있는 록(Rock) 트랙 “Wasting Away” 같은 도전적인 프로덕션의 곡들이다.
본작에서 스넥이 선정한 주제나 이들을 풀어내는 방식 또한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의 이야기 중 여전히 십중팔구는 좋지 않은 과거에 대한 회상과 그로부터 비롯한 자격지심(“Vicious Cycle”, “Memories”), 사회의 하층민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회의감과 분노(“From the Dirt”), 혹은 마약을 하는 것에 대한 희열감(“Premium Dope”)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에도 호러코어(Horrorcore) 트랙인 “Eat Ya Face”에서는 과격한 표현과 그로테스크한 가사를 선보이며 그가 가진 잔인한 상상력을 그려내고, “Fuck the Internet”을 통해서는 작년에 크게 벌어진 디스전의 맞상대였던 매드차일드(Madchild)를 또 한 차례 도발하기도 한다. 그의 서술법 역시 은유적인 표현이나 기발한 펀치라인 없이 매우 직접적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을 위시한 곡들이나 내면을 표현해내는 데에 효과적이다.
스넥이 배틀 래퍼로서 다른 이들과 차별점을 두는 요인은 목소리다. 콧소리를 이용하여 앙칼지게 높은 음정으로 찌르는 발성법은 매우 독특한데, 이는 그만의 절대적인 장점이며, 스피드를 살려나가면서 단어들을 나열해나가는 랩 스타일과 조화도 좋다. 때문에 강공으로 돌아선 랩핑을 선보일 때는 날카로움이 배가된다. 그러나 워낙 색채가 짙은 보이스이기 때문에 쉽게 귀를 피곤하게 하는 부분도 있으며, 플로우를 바꾸면서 빠르게 달려나갈 때 급격히 불안정해지는 딜리버리는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From The Dirt]는 에너지 넘치고 빠른 템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적인 스넥의 랩핑 역시 적정 수준을 유지한다. 일관성이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그가 내놓은 앨범들을 통해 드러난 전체적인 기획력과 방향성이 본작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살짝 진부하고 감흥이 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스넥 더 래퍼의 음악을 처음 접하거나 깊이 접하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충분히 즐겁고 인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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