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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Logic - Bobby Tarantino
    rhythmer | 2016-07-14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Logic
    Album: Bobby Tarantino
    Released: 2016-07-01
    Rating:
    Reviewer: 조성민









    흔히 랩퍼가 ‘Blow Up’ 했다라고 하면, 예전에는 믹스테입으로 먼저 팬 베이스를 확보한 후,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는 형태가 다분했다. 지금은 그 규격화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뜰 방법을 알아서 찾아가는 시대가 됐다지만, 믹스테입은 여전히 이름을 알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로직(Logic) 역시 믹스테입으로 덕을 본 대표적인 랩퍼 중 하나다. 정규 1[Under Pressure]로 메이저에서 급부상하기 전 내놓은 [Young Sinatra] 3부작은 유명한 이스트코스트 힙합 트랙들과 소울 샘플 위에 타이트하게 랩을 붙인 작품들로, 그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다분히 느껴졌으며, 캐릭터 역시 평탄하게 구현되어있었다. 그 이후 오랜만에 발표한 믹스테입인 [Bobby Tarantino]는 자기 과시적인 라인들과 트랩 요소가 부각한 작품이다. 특히, 정규 앨범을 두 장이나 발표한 랩퍼가 된 그의 여유와 다재다능함이 느껴진다.

     

    정규작 때와 마찬가지로 로직의 전속 프로듀서인 식스(6ix)가 프로덕션을 맡았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트랩과 무거운 붐뱁 드럼으로 대변된다. 귀를 당기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트랩 비트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미니멀한 트랩 넘버인 “The Jam”은 프로덕션의 백미로써, 빠르고 간결하게 치고 빠지는 로직의 랩과 매우 잘 어우러졌다. 이외에도 초반부 분위기를 압도하는 “Flexicution”에서의 킥은 강력하며, 푸샤 티(Pusha T)와 협업한 “Wrist”에서 활용된 코러스 샘플과 신시사이저는 곡에 음산한 느낌을 더한다.

     

    후렴구부터 시작해 많은 부분 장난처럼 만든 것 같이 들리는 “Super Mario World”도 흥미롭다. 과도하게 사용한 쪼개진 하이햇이 트랙에 묘한 리듬감을 부여하며 귀를 잡아끈다. 대다수의 트랩 트랙 외에 주목할만한 트랙은 “44 Bars”. 베링턴 레비(Barryington Levy)“Vibes Is Right”을 빠른 템포의 모던한 팝 랩 트랙으로 변형시켰으며, 앨범 끝자락에 있는 “Deeper Than Money” 역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로부터 영향받은 듯한 끈적한 바이브와 퍼커션 리듬이 눈에 띄는 곡이다.

     

    로직이 담아낸 컨텐츠는 많은 부분 그의 성공에 연관된 것들이다. 특히, 정규 2집의 성공 이후 그가 느끼는 음악적인 자부심이나(“Flexicution”), 상업적인 성과를 통해 소속사 데프 잼(Def Jam)에게 가져다준 수입(“44 Bars”),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SNS 계정 팔로워 숫자(“Slave II”) 등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 부분은 이제 스타로 거듭난 그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상황이 변한 것이지 본인이 변한 것은 아니라며, 그것을 음악적인 성과로 증명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The Jam”). 본작에서 선보이는 펀치 라인 역시 상당히 유효한 편인데, “Slaves II”에서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가진 패션 노이로제를 활용한 라인(“Angrier than Kanye when he talkin’ about clothes”/칸예가 옷 가지고 성낼 때보다 더 빡쳐있지.)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Bobby Tarantino]는 준수한 프로덕션과 타이트한 랩을 담아낸 믹스테입이지만, 결점도 보인다. 그의 전작들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인 요소였던 기획력이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금 더 파고들자면, 로직은 오리지널리티의 부재를 이유로 오랫동안 비판을 받았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드레이크(Drake)“Still Here”에서 따온 플로우나 켄드릭 라마의 사운드를 위시한 곡의 경우, 앨범의 정체성이 믹스테입임에도 로직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부분이다. 그가 가사를 쓰는 방법이나 속도를 붙여서 타이트하게 곡을 끌고 가는 부분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정규앨범들과 달리 뚜렷한 방향성과 내러티브가 부재한 탓에 그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드라마틱한 요소들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본작은 로직이 선사하는 랩 스킬 만으로도 들을 가치가 있다. 과거의 그를 대변하는 [Young Sinatra] 시리즈 때만큼의 간절함도 느껴지지 않고, 그가 전력투구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성의 없는 라인과 후렴구도 간혹 눈에 밟히지만, 로직의 말마따나 이건 즐기기 위해 내놓은 믹스테입이다. 그리고 그 의도에 부합하는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을 만한, 동시에 여전히 타이트한 랩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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