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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lood Orange - Freetown Sound
    rhythmer | 2016-07-27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lood Orange
    Album: Freetown Sound
    Released: 2016-06-27
    Rating: 
    Reviewer: 황두하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데브 하인스(Dev Hynes)는 본래 2004년 고향에서 펑크(Punk) 밴드 테스트 아이씨클스(Test Icicles)의 멤버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밴드는 한 장의 정규 앨범만을 발표한 채 결성 2년만인 2006년에 해체했고, 데브는 이듬해 뉴욕으로 거처를 옮기며 라이트스피드 챔피언(Lightspeed Campion)이라는 활동명을 앞세워 본격적인 솔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당시에는 락, 포크(Folk) 등의 장르를 기반으로 청량한 밴드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그가 음악적 변화를 보인 것은 2011년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로 활동명을 바꾸고 다수의 공연에 참여했을 때부터다. 블러드 오렌지는 전보다 알앤비, 일렉트로닉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놀라운 음악적 성취를 이뤄냈다. 특히, 2013년에 발표한 전작 [Cupid Deluxe]는 알앤비, 일렉트로닉, 펑크(Funk), 뉴웨이브, 신스팝 등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프로덕션 위로 프린스(Prince)의 영향이 느껴지는 간드러진 보컬을 더해 마감한 뛰어난 완성도의 결과물이었다.

     

    이번에 예고 없이 깜짝 발표한 [Freetown Sound]는 블러드 오렌지 프로젝트의 세 번째 정규 앨범으로, 전작보다 더 다채로워진 사운드와 깊어진 주제의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전작을 통해 뉴욕 안에서 이주민, 흑인, 성소수자(*필자 주: 데브 하인즈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게이가 아니지만, 이성애자(Straight)도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라는 3중의 이방인으로서 겪은 감정들을 정제된 언어로 풀어냈던 그는 본작에 이르러 뉴욕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한 후 보다 확장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인 ‘Freetown’은 그의 아버지의 고향이자 시에라 리온(Sierra Leone)의 수도로, 대를 이어 대륙을 건너와 뉴욕에 정착하게 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애슐리 헤이즈(Ashlee Haze)가 랩퍼 미씨 엘리엇(Missy Elliot)에게 바친 시 ‘For Colored Girls(The Missy Elliot Poem)’을 샘플링해 인권운동으로서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첫 번째 트랙 “By Ourselves”는 이러한 앨범 전체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곡이다.

     

    뒤이어 나오는 “Augustine”에서는 수도사의 삶을 살기 위해 로마에서 아프리카로 떠난 성 어거스틴(St. Augustine)과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주해온 자신을 동일시하며 [고백록, Confessions]의 구절을 후렴으로 인용한다. 흥미로운 건, 성 어거스틴의 성인 아우렐리우스(Aurelius)가 자유민(Freedman/*필자 주: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자유민)을 뜻하며, 이것이 곧 앨범의 타이틀과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곡의 말미에선 20세기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중운동가였던 논티샤 엔크웬퀴(Nontetha NkwenKwe)를 언급하는데, 결국 이는 뉴욕에 이주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데브는 1994년에 제작된 흑인의 정체성에 관한 교육용 다큐멘터리 [흑인이란 것은, Black is… Black Ain’t](“With Him”),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룬 글로 알려진 기자 타네히시 코츠(Ta-Nehisi Coates) 2015년 인터뷰(“Love Ya”), 1980년대 뉴욕의 볼 컬쳐(Ball Culture/*필자 주: LGBT 커뮤니티의 파티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파리는 불타고 있다, Paris is Bunning](“Desirée) 등등, 영상 소스를 샘플링해 스킷으로 활용하고, 2014년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소년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의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퍼거슨 사태에서 등장한 구호 ‘Hands Up, Don’t Shoot’을 인용하는 등(“Hands Up”), 다양한 장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부각했다.

     

    이처럼 방대한 내용의 이야기가 더욱 강하게 와 닿는 건 역시 음악적인 완성도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임에도 시종일관 넘실대는 리듬과 잘 짜인 멜로디 라인이 이를 거부감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집중력 또한 흐리지 않는다. 프로덕션은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성향이 강화된 가운데, 알앤비, 펑크, 뉴웨이브, 락 등의 장르가 적절히 버무려졌다. 전반적으로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맞닿아있기도 하다. 뭉근한 신시사이저에 피아노와 일렉 기타 등의 악기가 간간이 울려 퍼지는 일렉트로닉 펑크 트랙 “Augustine”은 이러한 앨범의 음악적 성격을 대표하며, 일렁이는 신시사이저가 흥겨운 디스코/펑크 트랙 “E.V.P.”, 잘게 쪼개진 리듬 파트 위로 혼(Horn) 연주가 나른한 무드를 조성하는 알앤비 송 “Thank You” 등은 블랙 뮤직의 감흥이 보다 살아있는 트랙들이다. 그런가 하면,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로 엠프레스 오브(Empress Of)와 데브의 보컬이 교차하며 황홀한 감흥을 선사하는 “Best To You”는 앨범에서 가장 캐치한 멜로디로 귀를 잡아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엠프레스 오브를 비롯하여 밥 말리(Bob Marley)의 손녀 주리 말리(Zury Marley),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 칼리 레이 젭슨(Carly Rae Japson) 등등, 주로 여성 보컬들을 피처링 게스트로 초빙한 점 역시 특기할만하다. 본래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보컬들이지만, 모두 프로덕션 속으로 비슷하게 녹아들었는데, 그들이 지닌 색깔 중 필요한 것을 캐치해 앨범에 녹여내는 데브의 기량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Freetown Sound]는 앞서 언급한 것들 이외에도 알고 들으면 감흥이 배가될 요소들이 산재해 있는 앨범이다. 그러나 그것들에 관해 자세한 배경을 모르더라도, 데브가 펼쳐놓은 광활한 사운드스케이프와 멜로디 자체가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따지자면, 일렉트로닉이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곳곳에 묻어있는 블랙 뮤직의 향기가 장르 팬들의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앨범이다. 그 명칭이 무색해질 정도로 얼터너티브를 표방하는 뮤지션이 넘쳐나는 작금의 대중음악계에서 전위파 뮤지션 데브 하인즈의 영역은 쉽게 범접하기 힘든 경지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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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김기호 (2016-08-02 12:01:33, 61.33.93.***)
      2. 오 뭡니까 음악 죽이네요 정말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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