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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F-R-O & Marco Polo - AFRO Polo
    rhythmer | 2016-08-05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F-R-O & Marco Polo
    Album: AFRO Polo
    Released: 2016-07-15
    Rating:
    Reviewer: 강일권









    ‘90
    년대 동부 힙합, 더 정확하게는 붐뱁 힙합의 새로운 기수로 떠올랐던 조이 배드애스(Joey Bada$$)와 프로 에라(Pro Era) 크루의 활동이 요즘 다소 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당대 스타일에 심취한 젊은 랩퍼들의 등장은 이어지고 있다. 10대 랩퍼 아프로(A-F-R-O)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에릭 비 앤 라킴(Eric B. & Rakim)“Microphone Fiend”에서 라킴의 랩을 듣고 힙합에 빠진 아프로는 점점 더 깊숙이 ‘90년대 랩과 비트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이후 그가 가장 좋아하는 랩퍼인 알에이 더 러기드 맨(R.A The Rugged Man)을 만나 멘토로 삼고 랩을 갈고 닦았다.

     

    아프로가 구사하는 가공할만한 라이밍의 기원이 여기에 있다. 라인 하나하나를 풍성한 어휘의 라임으로 빼곡하게 구성하는 방식은 그의 랩스타, 라킴과 알에이 더 러기드 맨의 영향이 여실히 느껴지는 지점이다(이번 앨범 수록곡 “Warm”에선 러기드 맨의 플로우가 오버랩되기도 한다). 물론, 라임만 뛰어난 게 아니다. 어떤 빠르기의 비트라도 놀라운 플로우로 제압하는 솜씨 또한, 대단한데, 10대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무게감 있는 음색으로 때론 느릿하게, 때론 엄청난 빠르기로 쏟아내는 랩을 듣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제 이 준비된 랩퍼에게 필요한 건 그에 걸맞은 비트를 만들어줄 프로듀서였고, 데뷔 이래 붐뱁 힙합의 적자임을 내세우며 나름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그 역할을 맡았다.

     

    마르코 폴로는 이번 EP에서도 스네어를 강조하며 강하게 때리는 특유의 드럼을 바탕으로 선 굵은 루프 운용을 선보인다. 때때로 그의 비트에선 너무 투박하기만 한 나머지 샘플링의 묘미와 바이브가 묻혀버리는 단점이 노출되기도 하지만, 본작에선 장점이 훨씬 부각되었다. 특히, 절도있게 떨어지는 건반과 후렴구에 작렬하는 스크래칭, 그리고 사이사이 절묘하게 치고빠지는 보컬 샘플이 꽉 맞물린 첫 곡 “Long Time Coming”부터 두텁게 감싼 드럼과 베이스의 조합이 일품인 다섯 번째 트랙 “Fro Amstrong”까지 이르는 구간은 상당한 밀도를 자랑한다.  

     

    라이브 질감을 한껏 살린 악기 소스 사이로 탁한 무드와 역동적인 기운이 피어나는 "Nightmare on Fro Street", 단출한 건반 루프로 시작하여 멜로딕한 루프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진행의 “Swarm”, 캘리포니아 출신인 아프로를 의식하여 만든듯 베이스와 신스 운용을 비롯하여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바이브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Sunshine And Flowers" 등은 해당 구간에서 들을 수 있는 하이라이트 곡들이다. 다만, 이후 곡들이 상대적으로 평범하여 뒷심이 달린 탓에 강렬한 마무리가 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처럼 마르코 폴로가 준수한 비트를 마련한 가운데, 아프로는 지금껏 해오던대로 라임 충만한 랩을 통해 귀를 공략한다. 비록, 2015년에 공개했던 “Code #829”에서처럼 입이 떡 벌어지는 기예 수준의 랩핑은 만나볼 수 없지만, 앞서 언급한 그의 특기는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다. 시종일관 타이트한 플로우를 유지하면서 라임 하나하나를 살리고, 워드플레이와 펀치라인을 적절히 박아넣는 모습은 당장 차기작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young children, the guns are the villains(어린 아이들아, 총은 악인이란다 -“Long Time Coming”)’처럼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라인을 툭툭 던진다든지,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 자기 과시, 특히, 일종의허풍을 가미한 과시)를 호러코어 컨셉트로 풀어내는("Nightmare on Fro Street") 감각 역시 인상적이다. 비록, 그의 가사가 특별한 주제 의식이나 내러티브를 갖춘 것은 아니기에 다소 소비되는 느낌이 강하고, 피로감을 유발할 때도 있으나 EP라는 구성과 뛰어난 플로우로 언어를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아쉬움은 어느 정도 상쇄된다.

     

    마르코 폴로와 괜찮은 화학 작용 덕에 아프로의 본격적인 앨범 커리어는 순조롭게 출발한 듯하다. 실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분명 그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랩퍼이고, 프로덕션만 잘 갖춰진다면, 정규 데뷔작에서 크게 한 방 터트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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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진환 (2016-09-29 19:22:17, 124.61.239.***)
      2. 빠짐없이 좋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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