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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Frank Ocean - Blonde
    rhythmer | 2016-08-29 | 3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Frank Ocean
    Album: Blonde
    Released: 2016-08-20
    Rating:
    Reviewer: 조성민









    프랭크 오션(Frank Ocean) 2012년에 발표한 정규 1[Channel Orange]는 제5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최고의 얼반 컨템포러리 앨범(Best Urban Contemporary Album)’ 부문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유력 후보작이었던 미겔(Miguel)의 야심작 [Kaleidoscope Dream]을 제치면서 작금의 주류로 자리 잡은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성장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듯 오션은 단시간 내에 엄청난 아티스트로 성장했지만, 이후 무려 4년 간이나 공백기를 가질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갑작스럽고 오랜 기간이었느냐 하면, 그동안 구찌 메인(Gucci Mane)은 무거운 징역을 선고 받았다가 출소했고, 본스(Bones)는 최소 31장의 믹스테입을 뿜어냈다. 정규 2 [Blonde]는 오션이 잠수를 탔던 시간에 버금가는 규모의 루머와 행보를 둘러싼 이야깃거리들로부터 많은 이가 지쳐갈 때 즈음 깜짝 앨범인 [Endless]와 거의 동시에 발표됐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양질의 음악을 알차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Blonde/스타일적으론 'Blond'로 표기]는 지난 몇 년 동안 오션이 살아온 삶의 하이라이트를 그린다. 크게 보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지난 사랑들과 마약에 관한 것처럼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한 부분, 주변에서 그를 보는 시선과 편견, 혹은 반대로 그가 보는 주변 환경처럼 외적인 이야기가 다른 한 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서 빛나는 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오션의 스토리텔링과 은유법을 통한 작가적 참신함, 그리고 특유의 톤앤매너를 이용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옛 애인을 떠올리는 애절한 모습, 본인의 성적지향에 기반을 두고 선보이는 발칙한 뉘앙스의 농담들, 물질 만능주의적인 사고를 비꼬는 성향,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겪은 트라우마 등이 이를 통해 보다 생생하게 표현된다.

     

    오션의 서술적 역량이 가장 돋보인 곡으로 “Solo”“Seigfried”를 뽑을 수 있는데, 전자에서는 혼자가 된 그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하는 행위들과 혼자가 됐지만, 여전히 양육비를 마련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혼자가 되어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 등을 교차적으로 담아냈다면, 후자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한 동성애자의 내외적인 시선을 묘사했는데, 곡 후반에 솔직한 심정을 담아 낭송한 시는 감정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한다.   

     

    본작의 또 다른 재미는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여 오션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묘사한 부분이다. 친구의 엄마가 아들에게 마약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음성 사서함 메시지(“Be Yourself”)와 동성애를 암시하는 두 친구의 대화(“Good Guy”), 그리고 가상세계에 집착했던 여자 친구와 이별한 남자의 고백(“Facebook Story”)은 오션의 주변 인물들이 크고 작은 아픔을 겪고 있음을 그려낸다.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안드레 3000(André 3000)으로 그가 주도한 “Solo (Reprise)”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프로덕션적으론 앨범 중반부에 동적인 느낌을 부여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며, 메시지적으로도 본인의 침체한 기분(So Low)을 설명하는 여러 요소, 예컨대 최근 일어난 폭력적인 흑인억압 사태들과 이성 때문에 겪는 문제점, 그리고 가사 대필을 받는 아티스트들에 관한 이야기 등으로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전반적인 프로덕션 면에선 전작과 대비되는 점이 많다는 것이 눈에 띈다. 농도 짙은 사운드를 최대한 지양하는 미니멀한 운용을 통해 사운드를 깔끔하고 촘촘하게 정제해냈다. “Ivy”“Self Control” 같이 어쿠스틱 기타로 구성된 트랙들과 전자 피아노, 혹은 오르간 연주로 담백함을 가미한 “Solo”“Godspeed” 등이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앨범 중간에 펀치를 넣은 곡들도 존재하는데, 본작에서 가장 화려한 멜로디 라인과 퍼커션이 돋보이는 (더불어 가장 전작의 향수가 느껴지는) “Pink + White”에서는 소리가 주는 풍부함을 극대화했으며, 전자 기타 리프로 청량감을 불어넣은 “Nights”에서는 기가 막힌 변주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특히, 이 곡에선 신시사이저와 하이햇, 그리고 기타 리프가 쉴 새 없이 마찰을 일으키며 만들어낸 아름다운 하모니가 일품이다. 그 뒤로 배치된 “Pretty Sweet”은 실험적인 색채가 가장 도드라지는 트랙으로, 괴기한 신스와 스트링 연주로 톤다운 시킨 후 뒷부분에 템포를 살리는 드럼의 배치가 인상적이다.

     

    오션은 분명 이번 앨범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중독적인 멜로디와 후렴을 만들어내기보단 유기적인 흐름과 소리의 조화를 부각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동성에 기반을 두지 않는 프로덕션은 화려하고 진했던 전작에 비해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흐름의 변화 없이 유사한 템포로만 흘러가는 부분 또한 아쉬운 지점이다. 오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이스웨어와 오토튠을 통한 보컬에서 다양한 피치 변화로 긴장감을 유지하려 했고,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만, 아쉬움을 완전히 상쇄하진 못했다. 물론, 여기엔 환경적 요소에 따른 기준의 변화가 크게 작용한다. 본작은 [Channel Orange] 때와는 전혀 다른 시기, ,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모든 요소가 신선하지 않은 시대에 나온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Blonde]는 그 제작 과정부터 탄생의 순간, 그리고 발표된 이후의 반응까지 어느 한구석 조용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없다. 그리고 한때 팬을 안티로 돌릴 정도로 기약 없었던 이 작품은 그 모든 비난을 뒤집을 만큼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천부적인 스토리텔링 능력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재능, 프로듀서로서 소리를 결합하고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방법, 그리고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프로필까지, 어느 하나 범상치 않은 그의 두 번째 정규작은 신선하고 도전적인 부분에서 전작보다 뒤처질진 모르나 여전히 오묘하고 인상적이다. 특히,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노련미를 뽐내고 있으며, 진화보다는 성숙함에서 비롯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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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이준서 (2021-07-04 11:24:18, 39.7.24.***)
      2. 지금이라도.. 4.5라도 바꾸는게...
      1. Nas (2016-09-03 07:59:59, 59.27.195.***)
      2. 아 그냥 너무좋네요 오션 사운드는 채널오렌지보다 훨씬 좋던데
      1. Drizzy (2016-08-31 20:20:22, 180.65.7.**)
      2. 좋긴 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1. 이재호 (2016-08-30 19:33:54, 61.32.22.***)
      2. 개인적으로 저는 기대치 비해 별로, 3.5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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