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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Noname - Telefone
    rhythmer | 2016-09-09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Noname
    Album: Telefone
    Released: 2016-07-31
    Rating:
    Reviewer: 조성민









    포이트리 슬램(Poetry Slam)과 오픈 마이크(Open Mic) 경연을 통해 시인으로서 경력을 쌓아가던 노네임(Noname)이 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카고의 아티스트 지망생들을 위해 마련된 유미디어 프로젝트(YouMedia Project)’ 덕에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와 사바(Saba)를 만나게 된 그녀는 3년 전 챈스를 전국구 반열에 올려놓은 믹스테입 [Acid Rap]에 참여하며, 씬에 첫 발을 들였다. 범상치 않은 벌스를 선보인 그녀는 이후 소수의 곡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중서부 도시 출신의 몇몇 새로운 인상파들이 굵직한 행보를 남기는 동안 서서히 관심에서 밀려났다. 그로부터 현재까지(특히 이번 해에만)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챈스를 비롯해 빅 멘사(Vic Mensa), 크웨쿠 콜린스(Kweku Collins), 자밀라 우즈(Jamila Woods), 제시 보이킨스 3(Jesse Boykins III), 그리고 곧 발표될 믹 젠킨스(Mick Jenkins)까지 윈디 시티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유독 눈에 띄는 가운데, 노네임 역시 그 흐름에 쐐기를 박는 데뷔 믹스테입 [Telefone]을 발표했다.

     

    본작의 방향성과 컨텐츠는 동료인 챈스와 자밀라 우즈의 최근작들을 승리로 이끈 요소들과 유사점을 보인다. 환경적인 장벽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메시지와 따스했던 옛 추억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묘사법, 독창적인 주제선별과 간간이 느껴지는 가스펠 바이브 등이 그 예다. 이제는 친숙한 동시에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본작의 가장 큰 강점은 아니다. 앨범의 하이라이트이자 청각적으로 가장 희열을 주는 부분, 더불어 최근 발표된 작품들과 차별을 보이는 지점은 바로 그가 쓴 가사다. 재능과 반복된 훈련을 통해 형성된 주체적인 작법에서 나온 독창적인 가사는 여느 랩퍼들의 것과 비교했을 때 질적인 우위를 떠나 스타일 적으로 봤을 때도 차원이 다른 서술적인 힘을 지닌다.

     

    특히, 시적인 표현을 연속으로 나열하며 쌓아 올린 벌스들은 그가 내뱉는 다음 문장, 혹은 작게는 단어에 따라 트랙을 지탱하는 내러티브의 분위기가 뒤바뀔 만큼 흡입력 있다. 그렇기에 한 트랙 안에 묶일 수 없을 것 같은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Reality Check”의 첫 벌스에서 본인의 나태함을 서술하는 방법이나, “Sunny Duet”에서 늘어놓는 두서 없는 라인들은 좋아하는 상대를 생각하며 설렌 소녀의 마음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다. 이외에도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묘사하려는 바를 컬러풀하고 생동감 있게 시각화하는 표현법이나 단어선택 역시 인상적이다. 앨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Diddy Bop”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를 아름답게 표현했고, 곡의 게스트로 참여한 라우리(Raury) 역시 만족스러운 벌스를 선사했다.

     

    노네임은 마치 친구에게 전화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형식의 컨셉트로 앨범을 구성했는데, 그에 따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들이 있다. 예컨대, 마리화나를 끊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것과 대학을 중퇴한 점, 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에 어머니가 걱정한다는 사실과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 등이 그렇다. 이처럼 개인적인 관심사가 앨범의 초중반부를 차지하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흑인 억압과 시카고에서 일어나는 폭력사태 등, 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판을 옮긴다. 그중 가장 큰 여운을 남기는 트랙은 “Bye Bye Baby”. 낙태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엄마의 무거운 심정과 그 마음을 이해하는 뱃속 아이의 관점을 그려낸다.

     

    여러 음반을 담당하며 노하우를 축적한 폴릭스(Phoelix)와 캠 오비(Cam O’bi), 그리고 사바의 능력이 빛을 발한 프로덕션 역시 탄탄함을 자랑한다. 키보드로 멜로디를 잡고 위에 실로폰과 오르골 등의 샘플을 얹어 색감을 더한 후, 잔잔한 퍼커션으로 마무리한 네오 소울 트랙들은 재지하고 소울풀한 바이브를 자랑한다. 코드 진행 역시 멋스럽게 가져갔으며, 뒤로 흐르는 서브 보컬의 하모니 역시 귀를 잡아끈다. 피처링 게스트 대부분은 후렴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들의 참여는 자칫 플랫한 목소리로 흐르는 노네임의 랩을 보조하는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폴릭스와 더 마인드(TheMIND), 그리고 캠 오비가 선보이는 멋진 화음이 도입부를 책임진 “Shadow Man”은 앨범의 매듭을 훌륭히 마무리한다.

     

    [Telefone]은 노네임의 서술적 역량이 탁월하게 발휘된 작품으로, 이야기를 받쳐주는 프로덕션은 귀에 친숙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을 부여하고, 여기엔 그의 성향 역시 짙게 묻어났다. 예민하면서도 생각이 깊지만, 선뜻 말을 먼저 꺼내지 않은 사람과 막 친해졌을 때 쏟아져 나오는 듯한 여러 이야기를 30분이 조금 넘는 시간에 담아냈다. 정규 앨범에서 더욱 확장된 세계관과 가다듬어진 발성, 그리고 향상된 딜리버리 능력을 선보인다면 그 작품은 틀림없이 명반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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