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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anks & Steelz - Anything But Words
    rhythmer | 2016-09-29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anks & Steelz
    Album: Anything But Words
    Released: 2016-08-26
    Rating:
    Reviewer: 강일권









    뱅크스 앤 스틸즈(Banks & Steelz)는 포스트 펑크 밴드 인터폴(Interpol)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폴 뱅크스(Paul Banks)와 힙합 그룹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수장이자 랩퍼/프로듀서 르자(RZA)가 뭉친 프로젝트다. 르자는 이미 락 음악 샘플링은 물론, 빈티지한 프로덕션에 중점을 둔 영화 사운드트랙 작업 등,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해왔고, 뱅크스 또한, 성과는 별로였지만, 랩퍼들을 초빙하여 랩 믹스테입을 낼 정도로 힙합에 대한 애정을 표해왔기에 전혀 어색한 조합은 아니다. 음악 외적으로도 체스를 두며 우정을 쌓은 둘은 지난 2011, 르자가 뱅크스와 작업에 호감을 표한 이래 2014년부터 합작을 기획했고, 이렇게 앨범으로 완성했다.

     

    팀 이름부터 한 편의 버디무비를 연상하게 하는 본작은 기본적으로 각자의 주된 영역인 락과 힙합의 결합을 표방한다. 그 방식은 저 옛날 런 디엠씨(Run DMC)와 에어로 스미스(Aero Smith)“Walk This Way”나 이후의 림프 비즈킷(Limp Bizkit), 혹은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음악과 또 다른 지점에 있는데, 전반적으로 둘의 뚜렷한 색깔 사이에서 절충하고자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결과는 일장일단이 뚜렷하다. 2000년대 초반에 다시 불 붙었던 락과 힙합의 결합물들과는 또 다른 감흥의 퓨전이 엿보이지만, 장르 스펙트럼이 넓은 두 아티스트의 만남치곤 너무 안전한, 그래서 심심한 구성의 작품이 되었다.

     

    일단 둘의 화학작용이 빛나는 건 리듬 파트가 부각하고 무게감 있는 진행의 곡들에서다. 힘을 잔뜩 실어 속도 있게 뱉는 르자의 랩핑과 특유의 날카로운 폴 뱅크스의 보컬이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감흥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흡사 아웃캐스트(Outkast)“B.O.B”를 연상하게 하는 역동적인 드럼과 펑크 락(Punk)의 기운이 살아있는 음악 위로 힙합을 다시금 뉴욕의 품에 안기겠다며 선포하는 공격적인 랩이 얹힌 “Giant”, 부드러운 비트와 보컬로 시작하여 노이즈 낀 비트로 급격히 전환되며 쾌감을 선사하는 “Sword In The Stone”은 대표적인 예이자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을 선사하는 곡들이다. 은근하게 귀를 자극하며 넘실거리는 베이스와 몽환적인 무드, 그리고 시무룩하게 흐르는 뱅크스의 보컬과 낮게 깔리는 르자의 랩이 절묘하게 결합한 “Conceal” 역시 하이라이트다.

     

    다만, 이 곡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평범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절충이 과하다 보니 너무 안전한 실험으로 이어졌고, 현저히 낮은 수준의 곡들은 없으나 플레이가 끝난 뒤 특별히 기억에 남진 않는다. 무엇보다 차분한 무드의 곡에서 르자의 퍼포먼스가 실망스러운데, 하이라이트 곡들처럼 힘 있게 치고 나갈 땐 상당한 아우라를 발산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불안정하고 힘 없는 읊조림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다.

     

    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지닌 르자가 좀 더 프로덕션의 권한을 쥐고 과감한 실험을 감행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더불어 르자의 부족한 랩 파트를 줄이고 폴 뱅크스의 보컬과 연주를 더 부각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어쨌든 둘의 만남이 실패까진 아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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