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Apollo Brown & Skyzoo - The Easy Truth
- rhythmer | 2016-10-24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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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pollo Brown & Skyzoo
Album: The Easy Truth
Released: 2016-09-30
Rating:
Reviewer: 이진석
브루클린의 언더그라운드 랩퍼 스카이주(Skyzoo)는 베테랑 프로듀서 나인스 원더(9th Wonder)와 합작을 비롯하여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탄탄한 커리어를 꾸려왔다. 붐뱁(Boom Bap) 스타일에 음악적 뿌리를 두고 탁월한 리리시즘(Lyricism)과 기본기 탄탄한 랩핑으로 무장한 그는 처음엔 그다지 인정받는 랩퍼가 아니었다. 그러나 2012년 작 [A Dream Deferred]를 기점으로 재능을 꽃피웠고, 비슷한 성향의 랩퍼 토레(Torae)와 합작 [Barrel Brothers]나 작년에 발매했던 [Music For My Friends]까지, 매번 주목할만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런 스카이주가 이번에 파트너로 맞이한 건 멜로 뮤직 그룹(Mello Music Group)의 간판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이다.사실, 색깔을 단번에 가늠할 수 있는 조합이다. 음악적 교집합이 뚜렷하고 각자 앨범에서 몇 번씩 합을 맞춰온 이들이기에, 둘의 이름만으로 작품의 색채를 그려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경우, 결과물은 한 가지 위험을 수반한다.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만큼 시너지를 끌어올리기 쉽지만, 자칫 한 끗 차이로 진부한 인상을 피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베테랑은 이러한 위험을 온전히 음악적 완성도로 돌파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한 일은 여느 때와 같다. 아폴로 브라운은 여전히 무게감 있는 드럼과 날카로운 차핑을 선보이고, 스카이주는 깊이 있는 가사를 유려한 랩으로 풀어간다.
아폴로 브라운은 시종일관 짧은 샘플 컷과 사정없이 내리치는 드럼으로 몰아치던 전작 [Grandeur]과 달리, 이번엔 적당한 선에서 변화를 주며 완급을 조절한다. “Jordans & a Gold Chain”, “Innocent Ambition”, “Care Packages”처럼 전작이 선사한 감흥을 고스란히 이어가는 곡으로 채우는 와중에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비교적 가벼운 드럼 터치의 곡을 포진시키는 식이다. “A Couple Doolars”나 “Payout”, 그로서는 이례적으로 808 드럼 키트를 사용한 “The Vibes”가 그 예다.
한편, 스카이주는 자전적인 내용부터 여러 사회적인 문제까지, 방대한 영역의 주제를 아우른다. 첫 트랙인 “One In The Same”에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함께 경찰의 폐단을 꼬집고, “A Couple Dollars”에서는 조엘 올티즈(Joell Ortiz)와 함께 둘의 출신지인 브루클린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특한 구성을 취한 “On the Stretch & Bob Show”는 보비토 가르시아(Bobbito Garcia)를 비롯한 선구적인 라디오 DJ들을 향한 헌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들의 예술관을 미술가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에게 대입하는 “Basquiat On The Draw”는 가장 돋보인다. 아폴로의 파워풀한 리듬 파트와 강렬한 루프 위로, 스카이주와 두 명의 객원 랩퍼, 콘웨이(Conway)와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이 각자 배정된 벌스를 통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젠 잔뼈가 굵은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MC와 디트로이트 출신이지만 ‘90년대 뉴욕식 붐뱁을 누구보다 뜨겁게 계승하고 있는 프로듀서의 합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둘의 결과물은 스타일적으로 예상 가능한 범주에 머물렀지만, 그것이 아쉬움으로 남진 않는다. 여전히 소울풀한 아폴로 브라운의 프로덕션과 자신의 이야기와 사회의 여러 문제를 폭넓게 짚어내는 스카이주의 랩이 담긴 [The Easy Truth]는 잘 만들어진 언더그라운드 힙합 앨범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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