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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he Game - 1992
    rhythmer | 2016-11-01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he Game
    Album: 1992
    Released: 2016-10-14
    Rating:
    Reviewer: 조성민









    게임(The Game)은 작년 이맘때쯤에 발표한 두 장의 앨범 덕분에 그야말로 죽다 살아났다. 결과적으론 그에게 다시금 기대를 해볼 만큼의 만족스러운 완성도였지만, 전성시대를 열었던 데뷔작품인 [The Documentary]의 후속작을 타이틀로 한다는 걸 처음 접했을 때 사실 기대감보다는 측은함이 느껴졌다. 몇 년 동안 헛스윙만 하며 추락하던 그에게 남은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치고 타석에 들어선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게임은 두 장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발표했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같은 부진을 만회하고 익히 알려진 본인의 작업량을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게임은 서둘러 여덟 번째 정규작을 발표했다.

     

    [1992]‘90년대 초반 엘에이(LA) 주변에서 일어난 큰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범국민적인 영향력의 인종적 갈등과 어두운 개인사를 엮어내어 그야말로 갱스터 랩이라는 장르의 모든 잠재력을 폭발시킬 아주 좋은 연료를 장착한 셈이다. 게다가 여름을 강타한 와이쥐(YG) [Still Brazy]와는 전혀 다른 사운드를 지향한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게임은 로드니 킹(Rodney King) 사건이 일어난 다음 해에 불거진 LA 흑인 폭동과 그전부터 오랫동안 해당 지역의 문제로 곪아있던 갱단 간의 전쟁, 풋볼스타 오제이 심슨(O.J. Simpson)의 살인혐의, 닥터 드레(Dr. Dre)와 스눕 독(Snoop Dogg)의 데뷔앨범 등을 조명하며,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향수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요소는 프로덕션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8-90년대샘플들이다. 후렴으로 쓰이거나 비트의 뼈대가 되는 룹으로 활용된 올드스쿨 샘플들과 더불어 펑키함 가득한 베이스와 신스의 조화는 효과적으로 청각을 자극한다.

     

    특히, 초반부의 강렬함은 실로 대단하다. 당시 폭동현장의 실제 촬영본을 인트로에 삽입하여 긴장감을 끌어올린 뒤 마빈 게이(Marvin Gaye) “Inner City Blues”를 차용한 첫 곡 “Savage Lifestyle”은 인종적인 갈등과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생생히 묘사한다. 비트 변주를 통해 감정선을 고조시킨 부분도 눈여겨볼 지점. 해당 트랙을 시작으로 중반부로 넘어가는 구간까지 게임이 선보이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정점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True Colors/It’s On”에서처럼 여러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방법이나, “Young Niggas”와 같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빌려 크립(Crips)과 블러드(Blood)의 마찰을 서술한 것은 이 싸움이 얼마나 깊이 개인의 삶 속에 침투했는지 묘사한다. 

     

    해당 곡들의 프로덕션 역시 게임이 설정한 시대를 대변한다. “True Color/It’s On”에 쓰인 아이스 티(Ice-T)의 랩은 경찰과 갱단의 싸움을 그려낸 88년 작 영화인 [Colors]의 테마곡에서 따왔으며, 후반부의 베이스 멜로디는 미스티컬(Mystikal) “Here I Go”가 떠오른다. 또한 “Bompton”에서 사용된 디오씨(The D.O.C.) “It’s Funky Enough”나 그랜드 마스터 플래쉬 앤드 더 퓨리어스 파이브(The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의 명곡인 “The Message”로 다듬어낸 “Fuck Orange Juice” 역시 일맥상통한다. 

     

    아쉬운 지점은 앨범의 중후반부에 드러난다. 컴튼의 밤거리를 묘사한 “The Soundtrack (1992)”을 지나면서부터 앨범을 지탱하던 서술적인 구조가 급격히 흔들린다. 탄탄한 랩 퍼포먼스와는 별개로, 갑작스러운 우탱 클랜(Wu-Tang Clan) 찬가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화려한 인맥 자랑 및 자화자찬 트랙들이 급격한 감흥 하락을 유발한다. ‘90년대의 시대정신을 논하는데 드레이크(Drake)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이름이 거론되는 지점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Baby You” 역시 델(The Dells) “You Can Depend On Me”를 감각적으로 샘플링한 건 좋았지만, 뜬금없는 배치 탓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다.  

    본작은 야심 찬 기획의도를 충실히 따르는 초반부와 오마주를 담아낸 프로덕션, 그리고 타이트하게 뱉어낸 랩 트랙들(“Savage Lifestyle”, “92 Bars”)까지, 장점이 뚜렷한 작품이다. 감점의 요인이 있다면 후반부에 드러나는 구성적인 흠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 해당 문제를 단순한 질적 하락과 연관 지을 순 없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완성도인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앨범의 주가 되는 방향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후반부를 과감히 버리거나 좀 더 연관성을 부여했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타이트하게 그 시대의 바이브가 담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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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동이 (2016-11-24 15:36:18, 112.168.40.**)
      2. 오호 앨범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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