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Common - Black America Again
- rhythmer | 2016-11-2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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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ommon
Album: Black America Again
Released: 2016-11-04
Rating:
Reviewer: 조성민
커먼(Common)은 다양한 팬층을 거느리는 대표적인 랩퍼 중 하나다. 종합적인 랩 기량으로만 봤을 때 그는 처음부터 의심할 수 없는 경지에 있었으며, 오랜 시간 씬에 머무르면서도 꾸준히 수준 높은 작품을 발표했다. 그가 구축한 이미지나 캐릭터 또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없는 편에 속한다. 또한, 데뷔 이래 심한 말썽을 일으키거나 큰 구설에 오른 적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살짝 모범생 같은 느낌이지만, 멋을 낼 줄 알고, 컨셔스 랩을 뱉어내면서도 힙한 바이브를 어필할 줄 안다.커먼의 열한 번째 정규 앨범 [Black America Again]에서도 이 같은 장점과 면모가 드러난다. 매우 정치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앨범 타이틀처럼, 본작은 그의 개인적인 사상과 종교적 신념, 그리고 정치적인 스탠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래 전부터 음악을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만 해도 대선을 앞둔 몇 달간 티아이(T.I.),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Sign), 와이쥐(YG) 등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커먼 역시 본작을 통해 그들과 유사한 견해를 내비치는데, 다만, 그 방법은 사뭇 다르다.
커먼은 본인의 의견을 토대로 논리를 세우기보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 앨범의 핵심곡인 “Black America Again”을 비롯한 “Letter To The Free”, “Made in America” 등은 그 예에 부합한다. 해당 트랙들에서는 감정을 들끓게 하는 강한 어조의 라인이나 특정 후보를 향한 돌직구성 펀치라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적합한 단어선별과 뚜렷한 서사적 구조를 통해 플로우를 만들어 나가며 잔잔하면서도 단단한 감흥을 만들어낸다. 이는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나 탈립 콸리(Talib Kweli)가 메시지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프로덕션은 앨범의 서사를 받쳐주는 또 다른 요소다. 전작인 [The Dreamer/The Believer]와 [Nobody’s Smiling]의 총괄을 맡은 노 아이디(No I.D.) 대신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를 기용한 선택은 본작에 재지함과 네오소울 성격이 짙게 배는 계기가 됐다. 소수의 샘플 사용을 뺀 나머지 프로듀싱 작업은 대부분 언플러그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더욱 진득한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글래스퍼 외에 또 다른 핵심 인물로는 ‘90년대 후반부터 커먼과 함께 작업한 경력이 있는 카리엠 리긴스(Karriem Riggins)를 뽑을 수 있다. 그는 전곡의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타격감을 살리기보단 보조적인 역할에 중점을 둔 드럼 연주를 통해 곡의 핵심 악기들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전체적인 구성상 확연히 눈에 띄는 주연 트랙은 찾아 볼 수 없어서 감정적인 높낮이의 폭이 넓지는 않다. 그 대신 알맞은 트랙 배치를 통해 유려한 진행이 전면에 나섰고, 그것이 주는 감흥도 충분히 탁월하다.
앨범에 참여한 보컬리스트들의 역할 역시 지대하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기본 루프를 잡아 웅장함이 잘 살아있는 “Black America Again”에서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뿐 아니라 빌랄(Bilal),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 피제이(PJ) 등 그야말로 모든 아티스트가 주어진 곡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Rain”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존 레전드(John Legend)는 뛰어난 곡 장악력을 선보이며 주객전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본작의 히트상품은 커먼의 랩이다. 단어의 운율을 강조해서 플로우를 디자인하는 능력은 건재하며, 가사의 깊이 역시 흠잡을 데 없다. 특히, “Pyramids”에서 선보이는 비유법은 앨범에서 그의 능력이 최고치로 빛난 대목이다.
본작의 아쉬운 부분은 배가 배꼽을 채우기에 살짝 벅찬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커먼이 포용하려는 주제 가운데에 소수는 그의 통제범위 바깥에 머물러 있음이 느껴지며, 중복되는 발라드 트랙들과 간혹 응집력이 떨어지는 구간 역시 눈에 밟히는 지점이다. 그러나 [Black America Again]은 최근 발매된 비슷한 유형의 정치적인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현시점에서, 다수의 예상을 뒤엎은 대선의 결과가 실망스럽거나 두려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가장 위안이 되고 용기를 북돋는 작품일 수도 있다. 이 앨범은 지나간 아픔을 되새기기보다는 그를 딛고 일어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고,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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