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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he Weeknd - Starboy
    rhythmer | 2016-12-08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he Weeknd
    Album: Starboy
    Released: 2016-11-25
    Rating:
    Reviewer: 조성민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시대가 과도기를 지나 살짝 저물어가는 느낌마저 드는 현시점에서 생각해보건대, 그 시대를 열었던 이른바 삼대장중 위켄드(The Weeknd)가 가장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미겔(Miguel)에 비해 뚜렷한 시그니쳐 사운드를 구축했다. 문제는 그 특유의 사운드 디자인과 애절함을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 구조를 어설프게나마 흉내 내는 아류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 신선도의 수명이 단축되면서 생겨났다. 단적인 예로, 정규 1 [Kiss Land]는 위켄드의 오리지널리티가 준수하게 묻어난 작품이다. 그렇지만 [Trilogy]가 발표된 지 겨우 1년이 안 된 상태에서 나온 해당 작품이 식상하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른 걸 생각해 본다면, 그는 꽤 억울할만하다.

     

    방향성의 변화가 감지되는 2 [Beauty Behind the Madness]는 상업적인 대히트를 쳤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라는 말처럼 세 번째 정규 앨범은 전작보다 월등한 빈도수의 대중친화적인 시도를 자랑한다. 바꾼 논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앨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Starboy]는 위켄드의 음악적/지위적인 변화를 알리는 일종의 선언문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시기상으로나 기능적으로 위켄드의 커리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앨범의 첫 트랙인 “Starboy”부터 “False Alarm”으로 이어지는 초반부에서는 그 구간이 제공하는 강력한 감흥과는 별개로 위켄드가 어떤 형식으로 앨범을 끌고 나갈 것인지 단번에 드러난다. 위켄드는 자신감 넘치는 가사를 통해 기세등등한 모습을 어필하고 있으며, 그 저변에는 화려한 멜로디와 한 층 더 귀를 잡아끄는 후렴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기세를 설명함에 있어서 다프트 펑크(Daft Punk)를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이들의 참여 자체만으로 본작의 기획의도와 위켄드가 취하려는 방향성 자체가 이해된다. 이는 앨범 배치만을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말했지만, 초반부는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공간감을 축소화하고 전자드럼과 피아노로 뼈대를 이룬 “Starboy”돈과 성공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는 그의 가사 자체에서 거만한 스타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대표적인 오프닝 뱅어다. “Party Monster”는 흡사 드레이크(Drake)의 히트 싱글이 될 법한 곡을 위켄드가 가로챈 것만 같고, “False Alarm”은 강렬한 신스 라인과 폭발적인 스케일의 후렴이 흥미를 유발한다.

     

    이처럼 앨범은 대중적인 작품의 정형화된 노선을 따르면서도 ‘80년대 뉴 웨이브 바이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선보이기도 한다. “Secrets”“A Lonely Night”의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펑키함이 밴 신스 운용, 구현하는 창법, 그리고 샘플 사용까지 당시의 향수를 자극한다. 앨범의 다른 하이라이트 트랙으로는 전형적인 ‘90년대 알앤비 트랙의 기조를 띈 “True Colors”, 거친 드럼과 날카롭게 찌르는 기타가 인상적인 “Sidewalks”, 앨범을 마무리하는 또 다른 다프트 펑크와 합작 트랙 “I Feel It Coming” 등이다.

     

    아쉬운 지점은 앞서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서 드러난다. 위켄드는 변화한 자신을 선포하기 위해 대중적인 프로덕션을 내세웠고, 이는 상당히 좋게 작용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전한 트랙들을 중간에 배치함으로써, 혹시나 모를 일말의 반발을 통제하고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위켄드가 풀어내는 주제 역시 여성적인 해석과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곡을 주도한 “Stargirl Interlude”를 제외하면 특별히 신선함을 찾기 어렵다. 원나잇 상대와 펼치는 심리 싸움과 애절함을 끌어내려는 해석은 전작에서 보인 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Six Feet Under”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이며, “Ordinary Life”에서 행한 시도 자체는 색달랐으나, 공감을 끌어내기엔 어려운 밑그림이다.

     

    [Starboy]는 흔히 말해 히트(Hit)도 많지만, 미스도(Miss)도 적지 않은 작품이다. 위켄드는 보컬적인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해석과 감정 표현법도 훌륭하다. 그러나 초반부의 기세가 꺾이는 지점들에서는 위켄드가 한 발을 뒤로 빼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림이 연상된다. 질적인 면으로나 컨셉트 상에서 다소 균형을 찾지 못한 느낌이다. 또한,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간혹 사랑 이야기를 위시해서 앨범의 구성적인 취약점과 방향성의 모호함을 스타덤에 덮어씌우려는 모습이 엿보이는데,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하지만 본작은 단점보다 장점이 뚜렷한 앨범이며, 차트 꼭대기에 장시간 머물만한 요소 역시 여럿 갖추고 있다. 그렇게 스타가 된 위켄드의 앨범 커리어는 이번에도 순항을 계속한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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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이건후 (2016-12-30 18:20:03, 113.30.24.**)
      2. 솔직히 이정도면 pbR&B 삼인방에서 빼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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