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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Childish Gambino - "Awaken, My Love!"
    rhythmer | 2016-12-12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Childish Gambino
    Album: "Awaken, My Love!"
    Released: 2016-12-02
    Rating:
    Reviewer: 황두하









    텔레비전 시리즈의 각본가로 주목받기 시작해 코미디언,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차일디쉬 갬비노(Childish Gambino aka. Donald Glover)2008년부터 랩퍼로서도 활동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각본가 출신답게 내면의 이야기들을 재치 있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내는 가사를 통해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러나 그의 전작들은 음악적으로 그럴싸한 외면에 비해 내면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2013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Because The Internet]은 다양한 장르와 소스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단순히 기존의 것들을 차용하는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랩핑 자체도 동시대에 유행하는 플로우를 갬비노의 목소리로 소화해냈을 뿐, 뛰어난 점을 느낄 순 없었다. 탄탄한 각본을 프로덕션과 랩핑이 받쳐주지 못한 셈이었다.

     

    이러한 갬비노의 음악 커리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이듬해 발표한 믹스테입과 EP를 혼합한 프로젝트 [STN MTN / Karui]부터다. 믹스테입 [STN MTN]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서던 힙합 트랙들 위로 이전과 같은 랩을 들려줬지만, EP [Kauai]에서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PBR&B 장르를 기반으로 노래를 선보였다. 마치 퍼렐(Pharrell)이 그랬던 것처럼, 뛰어난 가창력보다는 느낌으로 승부를 보는 보컬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무드를 살려낸 “Sober”와 같은 트랙은 그가 여태 발표한 노래 중에서도 완성도가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그가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Awaken, My Love!”]EP에서 드러난 음악적 변화가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형, 확장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1970년대를 풍미했던 알앤비, 펑크(Funk), 디스코, , 소울 등의 영향이 짙게 베인 프로덕션이다. 갬비노의 오랜 조력자인 스웨덴 출신 작곡가 루드비히 고란손(Ludwig Göransson)은 당시 유행하던 블랙뮤직 사운드를 직간접적으로 차용하여 매우 독특한 무드를 형성하고 있다. -펑크(P-Funk)의 창시자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이 이끄는 밴드 펑카델릭(Funkadelic)“Can You Get That”을 레퍼런스한 “Have Some Love”, 케이씨 앤 더 선샤인 밴드(KC And The Sunshine Band)“I’m Your Boogie Man”에서 한 구절을 따와 재해석한 “Boogieman”,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Just Like A Baby”의 영향을 받은 “Baby Boy” 등은 그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무엇보다 전작들처럼 단순히 기존의 사운드를 차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일례로 “Have Some Love”에서는 벌스, 후렴, 브릿지에서 극적인 변주가 이루어지며 몽환적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멜랑꼴리한 무드의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현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씬의 경향과도 맞닿아있다. 덕분에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고 있음에도 세련됨이 느껴지는 것이다.

     

    다만, 갬비노의 보컬은 아쉽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가창력이 뛰어나진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곡의 분위기에 따라 보컬 톤을 과장되게 바꾸며 최대한 이를 상쇄하려고 하는데, 때론 이것이 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밝은 분위기의 업비트 트랙 “California” 같은 곡에서는 거북함까지 느껴져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앨범은 한 남자가 연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헤어지고, 그 사이에 생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필자 주: 실제로 갬비노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사이에 딸을 두고 있다.). 이 사이에 그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으로서 겪는 차별과 고통(“Redbone”, “Riot”)을 언급하면서 아이에게 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조언(“Stand Tall”)을 남긴다. 개인사가 흑인 사회 전체에 대한 메시지로 매우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빼어난 스토리텔러로서 갬비노의 재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더불어 각각 연애의 시작과 끝을 노래하는 “Have Some Love”“Terrified”에선 같은 멜로디를 다른 가사로 부르며 스토리를 이어주는 등, 다양한 장치로 듣는 재미를 더했다.

     

    갬비노는 [“Awaken, My Love!”]을 통해 전작에서 살짝 보여준 변화를 과감하게 확장했다. 이를 통해 약점이었던 음악적 오리지널리티의 부재를 어느 정도 극복했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퍼포먼스적으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지만, 본작은 그의 음악 커리어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라 할 만하다. 다양한 방면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있는 그가 드디어 음악에서도 그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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