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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un The Jewels - Run The Jewels 3
    rhythmer | 2017-01-09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un The Jewels(El-P + Killer Mike)
    Album: Run The Jewels 3
    Released: 2016-12-24
    Rating: 
    Reviewer: 양지훈









    4년 사이 킬러 마이크(Killer Mike)와 엘-(El-P)는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 이하 ‘RTJ’) 이외엔 별도의 뚜렷한 행보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만큼 RTJ는 두 아티스트가 공들인 프로젝트였고, 공언한 대로 세 번째 작품이 발표됐다. 원래 2017 1월 발매 예정이었지만, 예상을 깨고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작스럽게 공개되었다. 늘 그랬듯이 무료 다운로드 방식으로.

     

    일단 앨범을 들어보면 이들의 지향점이 달라졌다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사운드의 운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가사를 들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과 2년 전인 [Run the Jewels 2] 시절엔 마초적인 성향이 강했던 반면, 본작에서는 저항적이고 선동적인 면을 부각했다. 이 같은 부분이 예전에도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무거운 주제를 다룬 곡의 비중이 더 커졌다. 그래서인지 이따금씩 엘-피와 킬러 마이크가 저항군(레지스탕스)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그들이 사회적인 이슈를 논하거나 멤버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는 순간만큼은 무척 진지해 보인다.

     

    의도적으로 2016년 미국 대선일 직후에 공개하여, 대통령 선거와 연계하여 우리가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읊조린 "2100", 미국 내 유색 인종이 겪은 부당한 공권력을 다룬 "Thieves! (Screamed the Ghost)", 지병으로 숨진 엘-피의 친구와 거리에서 숨진 킬러 마이크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Thursday In The Danger Room"과 같은 트랙은 그들이 RTJ로 활동하기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조금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앨범의 색채가 180도 달라진 것은 아니다. 저속하거나 직설적인 표현은 여전히 앨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특유의 생동감 있는 가사는 여전하다. 또한, 그루브의 극대화를 표방하며 작정하고 만든 곡이 있는가 하면("Hey Kids (Bumaye)"), [Run the Jewels 2] 때처럼 노골적인 욕설의 향연도 존재하며("Panther Like a Panther (Miracle Mix)"), 전형적인 허풍선이 스타일의 랩("Legend Has It")도 담겨 있다. [RTJ 2]의 분위기와 감흥이 적당한 선에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피를 주축으로 하는 프로덕션은 이번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은 RTJ 프로젝트 3부작 중 가장 정교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앨범 초·중반에 배치된 다수의 곡을 들으면, 이들이 그루브에 대하여 얼마나 진중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소스의 첨가와 배제를 자연스럽게 반복하여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곡들이 주는 쾌감 또한, 대단하다. "Stay Gold" "Panther Like a Panther (Miracle Mix)”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세션 주자를 비롯한 게스트의 참여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에도 참여하여 힙합 팬들에게 친숙한 색소폰 주자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의 연주를 가미한 "Thursday In The Danger Room"는 죽은 동료를 이야기하는 곡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여운을 남긴다. 그야말로 [RTJ 2]에 참여했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만큼이나 탁월한 선택이다. 더불어 거침없는 발언과 욕설의 집합체인 "Hey Kids (Bumaye)"에서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의 랩은 킬링 트랙의 기폭제 구실을 했고, [Run the Jewels 2]에 이어 다시 참여한 잭 드 라 로차(Zack De La Rocha)는 마지막 트랙에서 힘을 실어주었다. 한편, 여성 랩퍼 트리나(Trina)의 참여는 자연스레 [Run the Jewels 2]에서 활약했던 갱스타 부(Gangsta Boo)와 비교하게 되는데, 후렴구에만 참여하여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전작의 뒤를 잇는 여성 게스트로서 본분을 다했다는 느낌이다.

     

    참신한 그루브에 대한 고민과 거침없는 욕설로 마치 '오늘만 사는 사람들' 같았던 [Run the Jewels 2]의 이미지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방향을 선회한 이번 앨범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 담긴 다양한 주제는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과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으며, [Run the Jewels 3]는 전보다 한층 더 정교한 완성도의 비트를 제공한다. 단기적인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현 힙합 계의 풍토와 달리, -피와 킬러 마이크의 RTJ 프로젝트는 어느덧 그들 각자의 커리어에서 정점으로 굳어가고 있다. 이토록 오랫동안 최고의 감각을 유지하는 건 물론, 발전까지 거듭하는 두 아티스트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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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ung THUGGER (2017-02-09 23:19:18, 110.15.44.***)
      2. 어떻게 1, 2, 3 버전이 가면 갈수록 퀄리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저는 RTJ2부터 듣기 시작해서 1, 3 순서대로 듣긴 했지만 RTJ앨범들은 들을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뿐이 안드네요.. 특히 비트의 일관성이 엄청나네요ㅎㅎ 듣자마자 RTJ구나 알 수 있는.. 정말 추천합니다 RTJ3
      1. 0r트모스 (2017-01-09 10:16:19, 210.104.153.***)
      2. RTJ의 엘피의 사운드는 진짜 너무 좋습니다. 곳곳에서 변주되는 부분마다 한 곡에서 여러 그루브를 느낄수 있게 해주다니 너무 귀가 즐겁네요. 이 두명이 괜히 최강의 듀오로 불리는게 이유가 있는 앨범임을 또 증명했어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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