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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he Lox - Filthy America... It's Beautiful
    rhythmer | 2017-01-17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he Lox
    Album: Filthy America... It's Beautiful
    Released: 2016-12-16
    Rating:
    Reviewer: 양지훈









    지금은 의미가 퇴색했지만, 슈퍼스타였던 DMX 3인조 랩 그룹 록스(The Lox 혹은 The L.O.X.)가 미국 뉴욕 주 용커스(Yonkers) 시를 대표하는 랩퍼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용커스 출신의 삼인방 제이다키스(Jadakiss), 스타일스 피(Styles P), 쉭 라우치(Sheek Louch) '98년 배드 보이(Bad Boy Records)에서 발매한 첫 앨범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고,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에 합류하여 전성기를 이어갔다. 비록, 록스가 DMX나 이브(Eve)만큼 막강한 앨범 판매량를 보장하지는 못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러프 라이더스 진영의 성공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은 여기까지다. 불혹의 나이에 이른 세 남자가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스타일스 피는 셋 중에서 가장 많은 스튜디오 앨범을 만들었지만, 주목할만한 성과가 없었다. 쉭 라우치는 다수의 솔로 앨범뿐만 아니라, 우탱 클랜(Wu-Tang Clan)의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와 협업하여 [Wu-Block]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기대 이하의 앨범이었다. 셋 중에서 차트 성적이 가장 좋았던 제이다키스의 솔로 커리어도 빼어난 랩 실력을 감안한다면 그리 만족스러운 성적표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택한 행보는 각자의 랩 커리어에서 가장 빛났던 시절인 록스였다. 무기한 휴업이나 다름 없었던 록스가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은 2013, EP [The Trinity]를 공개한 시점이었다. 이들의 활동은 EP에서 멈추지 않았다. 각자 솔로 활동과 병행하며 록스의 새 행보를 준비했고, 2016년 말 정규 앨범 [Filthy America... It's Beautiful]로 부활을 알렸다.

     

    랩에 초점을 맞추어 앨범을 들으면,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41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셋 중 어느 한 명에게도 치우치지 않은 채 공평한 비중을 유지한다. 페티 왑(Fetty Wap)을 초대하여 후렴구에 활용하기도 했고, 맙 딥(Mobb Deep)과 구찌 메인(Gucci Mane)처럼 벌스에 직접 참여하는 게스트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앨범의 주인공은 록스라는 점을 확고하게 유지한다. 안일한 태도로 만든 앨범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가사의 소재 또한 흥미롭다. 영화를 인용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하고("Omen"), 패밀리라는 단어에 대해 논하며("The Family"), 법정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한다("Filthy America"). 특히, 눈에 띄는 건 "Filthy America". 법원에서 배심원의 유죄 판결을 받는 가운데 멤버 각자 과거를 회고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처럼 셋 모두 각자 위치에서 괜찮은 랩을 구사하며 16년 만의 새 정규작 발매를 자축했다.

     

    그러나 잘 잡힌 균형과 달리 곡 자체의 완성도는 대부분 평이하고 몇몇 곡은 기대 이하다. 다양한 프로듀서를 택해서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양질의 비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다수의 붐뱁(Boom-Bap) 스타일 트랙과 두 개의 트랩(Trap) 넘버가 공존하는데,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유지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강한 인상을 주진 못한다. 비트를 잘못 선택한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Filthy America"이다. 귀에 감기는 맛이 전무한 비트를 제공한 피트 락(Pete Rock) 탓에 참신한 아이디어의 가사적 장점이 빛을 바랬다.

     

    트랩 사운드의 두 곡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특히,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와 구찌 메인의 목소리가 담긴 "Secure the Bag"을 마지막 트랙으로 선택하여 어색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다행스럽게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든 스타일스 피의 타이트한 랩 후렴구와 샘플 소스의 적절한 선택이 빛을 발하는 "The Family"가 있다. 그리고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고전적인 작법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Move Forward""The Family"와 함께 앨범의 기둥 역할을 한다.

     

    사실 록스는 앨범보다 팀 브랜드 자체가 높았던 그룹이다. 이후 제이다키스의 랩퍼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록스까지 재조명됐지만, 그들의 인기와 별개로 지난 두 장의 정규 앨범 모두 평작 수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한다 해도 꾸준히 각자 커리어를 이어오며 베테랑이 된 뒤 발표한 앨범마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는 건 참 아쉽다. 무엇보다 좋은 프로듀서를 택하지 못했다는 맹점이 너무 쉽게 드러났다. 재결합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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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Nike (2017-01-17 22:40:11, 125.141.20.**)
      2. move forward 들으니 예전 생각 많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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