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Migos - Culture
- rhythmer | 2017-02-05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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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igos
Album: Culture
Released: 2017-01-27
Rating:
Reviewer: 조성민
최근 매서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애틀랜타 출신의 랩 그룹 미고스(Migos)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시대에 태어나던 반드시 뭔가는 이룰 난사람들’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들은 2013년을 집어삼킨 “Versace” 발표 이후, 해마다 굵직한 히트 싱글을 뽑아왔다. 또한, 작년에는 댑 댄스(Dabbing)가 재조명되고 세계적인 춤으로 발돋움하기까지 지대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실 파급력과 상업적인 성과만을 종합한다면, 이 정도 이상의 업적을 과거에 이뤄냈거나 현재 진행 중인 힙합 아티스트만 한 트럭 분은 거뜬히 나온다. 그럼에도 이처럼 미고스를 치켜세운 이유가 있다.첫째로, 이들이 표방하는 음악 스타일과 환경상 이제는 어떠한 시도를 한들 신선함을 어필하기에는 무리인 시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트랩이 주류가 된 지는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이는 해당 음악에 대한 아티스트의 접근법과 대중이 받아들이는 형식이 이미 정형화되고 완고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차용되는 소스가 유독 한정적이면서 랩 콘텐츠로 변화를 만들어낼 여지가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 장르적인 특성상, 트랩으로 승부를 보는 방법의 수에는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퍼포먼스 실력을 제외하고 각 선수에게 배정되는 티어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티스트가 자체적으로 발산하는 특별함’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영 떡(Young Thug)을 비롯한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퓨처(Future) 등은 이 레드 오션에서 본인들을 차별화할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럼 미고스는? 삼촌 둘 -쿠웨이보(Quavo), 오프셋(Offset)-과 조카 하나 -테이크오프(Takeoff)-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함은 딱히 없다. 그들의 승리 공식이라면, 짧은 단어를 연속 반복하여 구성한 중독적인 후렴과 세 명의 랩퍼가 낼 수 있는 조합적 시너지의 극대화, 그리고 제이토벤(Zaytoven)의 비트였다. 정규 2집인 [Culture]는 그 승리 공식을 포함한 현 트랩의 매력과 정수를 농축해 담은 결과물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단순함을 보고 과소평가했다가는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화려한 애드립과 더블링에 곧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본작의 매력은 시작부터 지체 없이 텐션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다. 다른 앨범의 경우 트랙마다 스케일에 변화를 가져가며 기획적인 차원에서 감흥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작품은 컨셉트 앨범이 아니고 리리시즘(Lyricism)을 표방하지도 않기 때문에 순차적인 의미에서 한 층 더 킥이 들어간 “Deadz”를 제외하고는 ‘이곳이 하이라이트 구간이다.’라고 말할 부분이 없다. 그 대신 깔끔하고 미니멀한 프로덕션과 안전한 플로우로 만들어낸 그루브가 흐름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한다.
도움이 된 건지 진정으로 의심스러운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의 샤웃아웃(shout Out) 이후, “T-Shirt”부터 서서히 중불에서 끓기 시작하는 에너지는 후반부에 도착할 때까지 동일한 강도로 발열한다.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들은 트랩 분야의 일인자들로 대개는 비슷한 무드의 레이드-백(Laid-Back)된 미디엄 템포의 트랙을 선사했고, 덕분에 유기적인 느낌이 매우 두텁게 형성됐다. 후반부에 배치된 “Kelly Price”는 다른 트랙들에 비해 사운드적으로 더 개성 있게 마감되었는데, 트래비스 스캇의 참여가 효과적이었다.
듣는 재미를 가미하는 것은 랩의 몫이다. 시종일관 스타카토로 끊어 던지는 랩을 선사한 “T-Shirt”나 유사한 플로우를 통해 안전하고 정직한 접근을 취한 여타 트랙들은 스타일의 자기복제에 발목 잡힐 여지도 있다. 하지만 미고스에게는 이를 피해갈 방도가 마련되어 있다. 일단 셋은 각기 뚜렷한 랩 보이스를 지니고 있으며, 마디 이후에 적재적소로 끼워 넣는 추가 보컬(애드립, 더블링)과 오토튠 사용 등이 산만하면서도 시끌벅적한 느낌을 첨가한다. 그 기운이 곡에 불어넣는 감흥은 상당하며, 다행스럽게도 매우 긍정적인 결과로만 나타났다. 후렴 역시 그들의 명성에 비례할 만큼 높은 수준으로 짜였다. 특히, “Bad & Boujee”의 “Rain drop, drop top” 라인은 가히 파괴적이다. 또한, 오프셋(Offset)의 기량이 발전한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미고스의 위상과 영향력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팽창해있다. 그들이 자주 이용하는 플로우와 추구하는 프로덕션 스타일 역시 현 트랩의 전형적인 기조를 잇고 있다는 점에서 트랩 아티스트라면 그들의 그늘 밑에 위치해 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의 타이틀이 상징하는 바는 그들의 음악과 춤, 패션, 뮤직비디오 컨셉트만큼 뚜렷하다. 미고스는 분명 트랩 뮤직 아래에 새 영역, 혹은 문화를 개척해냈다. [Culture]엔 그러한 그룹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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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웅 (2017-02-05 03:35:51, 182.224.146.***)
- 애드립과 더블링땜에 아주 귀가 녹아들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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