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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GoldLink - At What Cost
    rhythmer | 2017-03-30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GoldLink
    Album: At What Cost
    Released: 2017-03-24
    Rating:
    Reviewer: 황두하









    LA
    기반의 음악 집단 소울렉션(SOULection)을 시작으로 2014-15년부터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한 퓨쳐 바운스(Future Bouce)’는 최근 한국 블랙뮤직 아티스트들 역시 자주 차용하고 있다. 과장된 신시사이저와 피치를 올린 보이스 소스 등을 복잡하게 엮어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를 지향하는 것이 이 장르의 기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운드에 퓨쳐 바운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일레트로닉, 하우스, 고고뮤직(Go-go Music) 등의 장르를 힙합과 적극적으로 접목시키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바로 골드링크(GoldLink). 그는 데뷔 믹스테입 [The God Complex]와 정규 1[…And After That, We Didn’t Talk]을 통해 이 같은 지향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신선한 사운드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믹스테입과 달리 정규 데뷔작에서는 크게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보컬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다소 설익은 시도와 느슨한 곡의 구성 탓에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댄서블한 사운드에 진중한 주제를 녹여내는 전략은 좋았으나 이를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선 음악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이후 1년 반 만에 발표한 새로운 정규앨범 [At What Cost]를 들어보면, 골드링크는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하다. 그만큼 발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결과물이다. 앨범에서 골드링크가 찾은 답은 바로 그의 출신 지역인 DMV(*필자 주: 워싱턴 D.C.와 그 주변 지역인 메릴랜드(Maryland), 버지니아(Virginia)를 통칭하는 말. 골드링크는 엄밀히 말해 워싱턴 D.C. 출신이다.)이다.

     

    전작이 연인과의 이별 같은 러브스토리를 인종차별을 비롯한 사회적 문제의 비유로 썼다면, 이번엔 커리어를 위해 미 서부로 떠났다가 다시 D.C.로 돌아와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의 비유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특정 지명을 언급하거나 지역과 관련된 인물들을 레퍼런스 삼는 등, 앨범 내내 끊임없이 D.C.DMV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D.C. 출신이자 그보다 먼저 고고 뮤직 퓨전을 선보였던 랩퍼 왈레(Wale)와 함께 서부 생활의 염증을 토로하는 “Summatime”부터 어디에서든 D.C.가 뿌리임을 잊지 않겠다는 “Roll Call”, 고향을 떠난 후 만난 여성과의 통화를 통해 역으로 고향에서 만났던 전 연인이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드러내는 “The Parable of The Rich Man”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대표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트랙들이다.

     

    특히, 앞서도 언급한 왈레를 포함하여 게스트 대다수가 D.C. 출신 아티스트라는 것은 특기할 만 하다. “Hands On Your Knees”에 참여해 파티 분위기를 연출하는 코카이(Kokayi), “Meditation”에 매혹적인 보컬을 더한 재즈민 설리반(Jazmine Sullivan), “Crew”에서 호흡을 맞춘 제프(Jefe a.k.a. Shy Glizzy) 등등, 모두가 D.C.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이들은 각각 트랙에서 저마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앨범의 완성도에 기여하고 있다. 전체적인 컨셉트와 구성에 맞춰 적절한 게스트를 초빙하는 골드링크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덕션적으로도 변화가 느껴진다. 지금까지 그의 음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었던 퓨쳐 바운스의 기운은 상당 부분 거세되었다. 대신 복고 정취가 느껴지는 일렉트로닉, 하우스, 고고뮤직 등의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고고 뮤직은 60년대 중반부터 D.C.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음악이기 때문에 앨범의 주제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데뷔 때부터 함께한 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프로듀싱한 트랙들(“Have You Seen That Girls”, Hands On Your Knees”, “Meditation”)이 이어지는 초중반부는 이러한 변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구간이다. 그중에서도 케이트라나다가 작년에 발표한 앨범 [99.9%]의 수록곡 “Track Uno”에 랩과 보컬은 얹은 “Meditation”은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트랙이다.

     

    더불어 808드럼이 주도하는 전형적인 트랩 사운드의 트랙들도 눈에 띈다. “Same Clothes As Yesterday”, “Crew”, “We Will Never Die” “Pray Everyday (Survivor’s Guilt)” 등이 그것인데, 흥미로운 건, 레게통에 영향받아 복잡한 라임을 차지게 뱉어내는 랩으로 기존의 트랩 트랙들과는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다.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차용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At What Cost]는 골드링크의 커리어에서 전환점이 될 만한 앨범이다. 그를 대표했던 퓨쳐 바운스의 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빈티지한 일렉트로닉과 트랩 등, 다양한 장르를 껴안으며 본인의 개성을 덧입혔다. 또한, 그동안 힙합 음악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D.C.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며 골드링크만의 ‘D.C. 찬가를 완성했다. 기획과 프로덕션, 그리고 퍼포먼스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앨범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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