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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Young M.A. - Herstory
    rhythmer | 2017-05-05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Young M.A.
    Album: Herstory
    Released: 2017-04-27
    Rating:
    Reviewer: 강일권









    힙합 역사 속에서 터프한 캐릭터의 여성 랩퍼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브루클린 출신의 신예 영 엠에이(Young M.A.)는 단연 눈에 띈다. 2016년 최고의 힙합 싱글 중 하나이자 끝내주는 뱅어 "Ooouuu”의 주인공인 그녀가 곡을 통해 드러내는 캐릭터와 현재 구축한 포지션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넓게는 갱스터 기믹의 범주에 속하지만, 세부적으론 선뜻 비교할 대상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여기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일단 영 엠에이는 레즈비언이다. 그런데 기존의 LGBT 랩퍼들과는 컨텐츠와 태도의 결이 상당히 다르다. 가령 ‘B Word’의 사용만 봐도 그렇다. 지금까지 레즈비언 랩퍼들이 해당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거나 여느 남성 랩퍼들처럼 적으로 규정한 상대를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했다면, 엠에이는 비하의 의미를 포함하여 본인의 여성 편력을 드러내기 위해 일명 그루피를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거침없이 사용한다. 이는 그녀의 데뷔 EP인 본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영 엠에이는 레드라이프(RedLyfe)란 크루의 리더다. 남성 위주로 흘러온 힙합 씬에서 여성 랩퍼가 집단을 이끌었던 전례는 플레이버 유닛(Flavor Unit)을 주도한 퀸 라티파(Queen Latifah)가 유일했다. 특히, 플레이버 유닛이 다소 모범적인(?) 힙합, 알앤비 아티스트의 집합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엠에이처럼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힙합 크루를 이끈 예는 없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상의 사실들은 [Herstory]에 담긴 컨텐츠의 감흥을 좀 더 제대로 느끼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다. 특히, "Ooouuu"의 가사 중 'I'm pretty, but I'm loco(난 귀엽지만, 미쳤어)'란 부분은 엠에이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대변하는 라인이다.  

     

    , 남성 랩퍼의 가사에서 주로 봐오던 광경이 엠에이의 가사에서도 고스란히 펼쳐지는데, 이건 매운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앨범 전체를 이 같은 무드의 가사로 채운 여성 랩퍼의 앨범이 있었나 싶다. 중요한 건 그래서 엠에이의 컨텐츠가 남성 랩퍼의 아류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미묘한 감흥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힙합 음악에서 종종 인용되는 유명 캐릭터 보니와 클라이드(Bonnie & Clyde)의 보니에 대한 재해석이 돋보이는 “Bonnie”는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엠에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연스레 멋이 배어 나오는 개성 있는 랩핑이다. 그녀의 플로우는 따지자면, 현란하고 타이트하게 몰고 가는 쪽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여백을 두며 느슨하게 진행하는 쪽이다. 이 같은 스타일이 순간순간 박아넣는 특유의 불명확한 발음과 맞물려서 굉장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에 명예보다는 돈이 우선(‘But I just want the money, I don't want that fame shit- - Self M.Ade )이며, 이를 위해 허슬하는 삶을 골자로 한 현재진행형 자수성가 이야기가 얹혀서 엠에이식 하드코어 랩 판타지가 완성된다. 다만, 그녀의 가치관이 또렷이 드러나는 “Self M.Ade”를 제외하면, ‘Herstory’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에 비해 빈약한 서사가 흠이다.

     

    정말 아쉬운 건 프로덕션이다. 쇼타임 온 더 비트(Showtyme On The Beat)를 비롯한 신인 프로듀서들이 주조한 비트는 대부분 평이하여 거론할만한 지점이 전무하다. 앨범의 리드 싱글인 스트립 클럽 타깃 곡 “Hot Sauce”가 준수하지만, 이마저도 "Ooouuu"의 영광에 기대고자 한 인상이 너무 역력하여 감흥이 반감된다. 무엇보다 "Ooouuu"가 보너스트랙으로 수록되어 있다 보니 신곡들의 빈약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그리고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는 것도 결국은 영 엠에이의 랩 퍼포먼스다.

     

    분명히 기대보다는 아쉬운 작품이지만, 참작할만한 부분은 있다. 올해 발표할 정규 데뷔작에 앞서서 팬 서비스와 워밍업 차원으로 공개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엠에이의 인상적인 랩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만하다. 물론, 정규 앨범에서도 이번처럼 안이한 노선을 취한다면, 얘긴 달라지겠지만, 아직 그녀를 향한 기대는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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