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PJ Morton - Gumbo
- rhythmer | 2017-05-08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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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PJ Morton
Album: Gumbo
Released: 2017-04-21
Rating:
Reviewer: 황두하
뉴올리언스(New Orleans) 출신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이자 키보디스트인 피제이 모턴(PJ Morton)은 2005년 인디 레이블에서 데뷔 앨범 [Emotions]를 발표한 이래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꾸준히 발표하며 솔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2012년부터는 팝 밴드 마룬 파이브(Maroon 5)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필자 주: 본래 마룬 파이브의 투어 밴드의 구성원이었으나 2012년에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기존 멤버 Jesse Carmichael을 대신해 활동하다가, 제시의 복귀 후에도 함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그는 솔로 앨범들을 통해서 고전 소울, 알앤비, 펑크(Funk), 재즈 등, 복고적 감성의 장르를 세련되게 편곡한 밴드 사운드 위로 특유의 유려한 보컬을 얹어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영 머니 레코즈(Young Money Records)와 계약하고 발표했던 메이저 데뷔 앨범 [New Orleans](2013)는 이러한 그의 음악 스타일과 매력이 한껏 드러난 빼어난 완성도의 결과물이었다. 리드 싱글이었던 “Only One”은 제56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베스트 알앤비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Gumbo]는 전작보다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그만큼 피제이의 음악적인 내공이 응축된 작품이다. 영 머니와 계약을 해지하고 인디로 전향한 후 처음 발표하는 정규작인만큼 이러한 배경이 앨범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넘실거리는 리듬 파트와 혼, 현악기 등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힙합 소울 트랙 “Claustrophobic”은 대표적이다. 이 곡에서 그는 메인스트림 씬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종교의 맹점을 부드러운 어조로 비판하는 “Religion”과 같은 곡은 주제를 다루는 측면에서 보다 자유로워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다른 트랙들에서도 피제이는 개인의 관점에서 연인 간의 사랑이나 평화, 인종과 같은 문제들을 구체적이면서도 시적으로 다루는 가사를 통해 듣는 맛을 더한다.
프로덕션적으론 전작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디테일한 면에서 발전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악기들을 운용하는 솜씨가 발군이다. 2016년 동명의 EP에도 수록됐던 신나는 펑크 넘버 “Sticking to My Guns”에서는 변화무쌍한 리듬에 따라 내달리는 혼 연주와 브릿지 부분에서 터지는 일렉 기타 사운드가 일품이며, “They Gon’ Wanna Come”에선 은은하게 흐르는 유려한 현악기 라인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울러 보너스 트랙 격으로 수록된 그룹 비 지스(Bee Gees)의 명곡 “How Deep Is Your Love”를 힙합 소울 트랙으로 탈바꿈시킨 동명의 곡은 그동안 발매된 수많은 커버 곡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 같은 프로덕션 위로 귀를 잡아끄는 캐치한 멜로디라인과 이를 멋지게 살려내는 피제이의 보컬 역시 매력적이다.
‘검보(Gumbo)’는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그 기원 때문에 종종 미국 흑인 문화를 대표하는 메타포로 쓰이기도 한다(*필자 주: ‘검보’는 18세기, 전 세계의 이민자가 몰려오던 루이지애나 주에서 흑인들이 아프리카 전통 수프 요리 기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식재료를 담아 만든 음식이다.). 이를 타이틀로 내세운 본작은 그만큼 전통적인 블랙뮤직의 진수를 담고 있으며,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더불어 인디펜던트로 전향한 것이 그의 음악을 한층 더 자유롭게 만든 느낌이다. 그를 단지 마룬 파이브의 키보디스트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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