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G Perico - All Blue
- rhythmer | 2017-05-25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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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G Perico
Album: All Blue
Released: 2017-04-28
Rating:
Reviewer: 강일권
비록, 차트에서는 여전히 트랩 뮤직을 앞세운 서던 힙합 천하지만, 근 몇 년 사이의 웨스트코스트 힙합은 제2의 부흥기라 할만하다. 힙합 슈퍼스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같은 TDE의 스쿨보이 큐(ScHoolboy Q), 그리고 신진 와이쥐(YG)는 단연 일등공신이다. 켄드릭이 서부 갱스터 랩의 부활을 알리고, 스쿨보이 큐가 크립스(Crips)와 블러즈(Bloods)로 대표되는 갱스터 신화를 다시 이야기의 중심으로 불러왔다면, 와이쥐는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와 함께 웨스트코스트 힙합 사운드의 새 지평을 열었다. 래칫과 쥐펑크(G-Funk)의 결합이 그것이다.특히, 가사의 뉘앙스와 프로덕션 양쪽에서 보다 ‘90년대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전성기에 맞닿았던 와이쥐의 성공은 뒤를 잇는 신예의 등장까지 불러왔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랩퍼가 바로 쥐 페리코(G Perico)다. 페리코 역시 와이쥐가 정립한 ‘래칫-쥐펑크’ 노선을 철저히 따르고 있으며, 이는 작년에 발표했던 인상적인 믹스테입 [Shit Don’t Stop]에서부터 드러난 부분이다. 그리고 정규 앨범 [All Blue]에서도 그의 선택은 변함없다.
와이쥐가 스스로 웨스트코스트 힙합 사운드와 갱스터 랩의 적자임을 내세웠듯이 쥐 페리코는 그러한 와이쥐의 과업을 함께 이루겠다는 듯 작정하고 프로덕션을 구축하고 랩을 뱉었다. 퍼커션 파트를 비롯하여 리듬부의 부각을 최대한 배제한 뒤, 신스와 베이스를 위주로 운용하여 여백을 강조한 프로덕션은 맥 드레(Mac Dre)나 드루 다운(Dru Down) 등이 활약하던 ‘90년대 베이 에어리어(Bay Area) 힙합 씬의 맥을 잇는 듯도 하다. 가사적으로도 비교적 직관적인 갱스터리즘(Gangsterism: 갱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들)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특히, 그의 옹골지고 타이트한 랩핑은 앨범을 정주행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겨우 13살에 크립스의 멤버가 된 이래, 늘 범죄와 가까이 살아왔던 페리코는 터프함을 과시하는 첫 곡 “Power”에 이은 “All Blue”에서부터 마약 거래와 배신이 도사린 후드로 청자를 초대한다(“I'ma take you all around my turf in a day Show you how I live”). 이후 막바지까지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가 보고 겪은 것들을 바탕으로 짠 갱스터 드라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슬럼가의 젊은 흑인들, 혹은 초보 갱스터들을 향한 충고와 페리코의 삶의 이야기가 뒤섞여있다. 슬럼가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법을 담은 지침서이자 치열했던 삶의 기록인 셈이다.
물론, 라임과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접하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와 생생한 스토리텔링이 이를 상쇄하며 쾌감을 안긴다. 삼촌에게까지 크랙(Crack/필자 주: 가장 대표적인 값싼 마약의 한 종류)을 판 일화가 담긴 “Cant Play” 같은 곡은 이 같은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다.
[All Blue]는 ‘90년대 서부 갱스터 랩과 쥐펑크를 추억하는 이들은 물론, 작금의 트렌디한 사운드를 즐기는 이들까지, 모두에게 호소할만한 작품이다. 페리코의 랩핑처럼 앨범이 아주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강점이다. 와이쥐가 ‘래칫-쥐펑크’로 무장하고 개척한 새로운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혈통을 걸출한 신예, 쥐 페리코가 성공적으로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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