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Cashmere Cat - 9
- rhythmer | 2017-05-29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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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ashmere Cat
Album: 9
Released: 2017-04-28
Rating:
Reviewer: 강일권
최초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과 위켄드(The Weeknd) 같은 아티스트를 통해 대두한 PBR&B 사운드는 오늘날 대세인 얼터너티브 알앤비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프로덕션과 보컬 스타일에서 일렉트로닉과 매우 큰 접점을 이룬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기존의 알앤비와는 확연히 다른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음악적인 요소와 특징을 세부적으로 논하기보다도 그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장르를 나누는 게 가능할 정도다. 실제 오늘날 일부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은 블랙뮤직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꽤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아니 반대로 일부 알앤비, 힙합 아티스트가 그들을 끌어들였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일렉트로닉과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비슷한 영역을 공유하며 같은 듯 다른, 혹은 다른 듯 같은 미묘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중이다.이 같은 현재의 상황을 대변해줄 만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바로 디제이자 프로듀서, 캐시미어 캣(Cashmere Cat)이다. 시작은 일렉트로닉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두 장르의 경계에 서게 됐고, 앨범 [9]엔 그러한 캣의 음악 세계가 고스란히 담겼다. 참여 진만 봐도 케이라니(Kehlani), 위켄드,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Sign), 즈네이 아이코(Jhene Aiko),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 블랙뮤직 아티스트가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가운데, 그처럼 양쪽에 발을 걸친 케이시 힐(Kacy Hill), 그리고 뫼(MØ)와 카밀라 카벨로(Camila Cabello),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등, 일렉트로닉과 팝 아티스트가 공존한다. 그들에 따라 어떤 곡은 일렉트로닉이 되기도 하고, 어떤 곡은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되기도 한다. 다만, 캣의 프로덕션이 전체를 아우르며, 사운드적으로 통일감을 줄 뿐이다.
본작의 프로덕션은 그의 전작들(EP)인 [Mirror Maru]와 [Wedding Bells]의 연장선 위에 있다. 잔뜩 건조한 질감으로 가공된 타악기 중심의 미니멀한 구성과 풍성하게 드리워지는 신시사이저 중심의 변주가 교차하며, 여백과 노이즈, 소리의 조합과 멜로디가 충돌하고 화합한다. 달라진 점이라면, 게스트를 초빙한 만큼 보컬을 부각한 곡과 보컬이 프로덕션의 일부로 작용한 곡들이 확연히 나뉜다는 것이다. 의도한 배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때문에 전반부의 흐름은 꽤 흥미로운데, 흡사 후자에 속한 곡들이 전자에 속한 곡들을 위한 예열 단계에 있는 듯하다. "Night Night"과 "Europa Pools"에 이어 “9 (After Coachella)”이, 다시 "Wild Love"를 지나 "Quit"과 "Infinite Stripes"가 이어지는 라인이 그렇다. 이 부분은 일찍이 스팽크 락(Spank rock)과의 합작 때부터 범상치 않은 재능을 선보인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 베니 블랑코(Benny Blanco)와의 조합이 가장 돋보이는 구간이자 앨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9 (After Coachella)”, "Quit", "Infinite Stripes"는 특히 인상적이다. 앨범의 제목이 지금처럼 바뀌기 전, 아직 [Wild Love]이던 때부터 선공개된 “9 (After Coachella)”는 앞서 언급한 캣 특유의 프로덕션이 좀 더 과감한 형태로 펼쳐진 곡이다. 산뜻한 실로폰 연주와 뫼의 보컬로 시작한 곡은 금세 클랩 비트가 치고 들어오며 서서히 피치를 올려가다가 신스가 내리깔리고, 트랩과 글리치 합(Glitch Hop) 요소까지 가미되면서 일대 변화를 맞이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보컬을 비롯한 모든 극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건조하게 가공된 퍼커션만이 곡의 무드를 주도한다. 채 1분이 되지 않는 동안 이루어진 이 곡에서의 변화는 변주가 흔한 시대임에도 충분히 인상적인 감흥을 전한다.
그런가 하면, 랩-싱잉 전성시대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한 명인 타이 달라 사인이 멜로딕한 보컬로 조력한 "Infinite Stripes"는 캐시미어 캣과 블랙뮤직 사이의 끈끈한 접점을 느낄 수 있는 곡이며, 고혹적으로 솟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보컬 퍼포먼스가 돋보인 "Quit"은 일렉트로닉과 팝과 알앤비의 매우 적절한 결합이라고 할만하다.다만, [9]에서 전작은 물론, 그동안 만든 결과물들보다 더 강렬한 지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안이한 구성에 진부한 멜로디까지 더해진 후반부의 연이은 두 곡 "Trust Nobody"와 "Love Incredible"은 이전까지의 몰입감을 흩트려놓는다. 다행히 이상의 부분을 제외하면, 앨범에 담긴 캐시미어 캣의 음악은 아직 매력적이다. 전반적으로 탄탄하며, 은근히 귀를 사로잡는 곡들이 포진해있다. 짜릿함은 덜하지만, 현재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넓어진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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