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noop Dogg - Neva Left
- rhythmer | 2017-07-04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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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noop Dogg
Album: Neva Left
Released: 2017-05-19
Rating:
Reviewer: 조성민
스눕 독(Snoop Dogg)의 열 다섯 번째 정규 앨범 [Neva Left]는 1993년을 집어삼킨 데뷔작 [Doggystyle] 발표 후, 약 25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이력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웨스트코스트 갱스터 랩의 부흥에 이바지한 데뷔 초창기 시절의 공격적인 랩은 물론이고, 대마초 신봉자, 엉클 스눕 등, 커리어 중·후반기부터 적극적으로 선보인 캐릭터 역시 녹아있으며, 스눕 라이온(Snoop Lion)으로 레게에 도전했을 당시의 음악도 담겼다. 즉, 스눕의 여타 작품과 유사한 틀로 빚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스눕이 그간 쌓아온 고유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유지된 덕에 표면적으로도 큰 변화는 없다.반면, 다소 평이했던 그의 최근 정규작들과 본작을 구분하는 요소는 기획력이다. 앨범명인 [Neva Left]와 젊은 시절 사진으로 만든 커버 아트워크가 “나 아직 죽지 않았어”와 유사한 뉘앙스로 점철된 베테랑 랩퍼의 선포를 뒷받침한다. 단순한 이 한 마디를 앞에 툭 던지면서 청자의 집중력을 고조시키고, 이어지는 트랙들을 통해 앞서 던진 메시지에 대한 근거들을 나열하는 식이다. 해당 아이디어를 청자의 머릿속에 주입하기 위해 스눕은 제법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다. “Neva Left”부터 “Promise You This”까지 앨범의 초반을 형성하는 구간에서는 직설적인 화법과 강한 어조,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 위주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현 위치를 대변한다.
중반부의 “Big Mouth”와 “Toss It”에서는 주변 환경을 묘사하거나 지정된 타깃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위상을 부각하며, 앨범 끝자락에는 음악적 결과와는 별개로, 케이알에스 원(KRS-One)과 레드맨(Redman), 메쏘드 맨(Method Man), 찰리 윌슨(Charlie Wilson) 등, 헤비급 베테랑들을 대거 등장시키면서 마치 인맥 과시를 하듯 씬에서의 존재감을 묘사한다. 이 중 찰리 윌슨이 보컬로 참여한 7분여에 이르는 대곡 “Vapors (DJ Battlecat Remix)"는 213(투원쓰리) 멤버들과 대즈 딜린저(Daz Dillinger)를 회상하는 스토리텔링이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이 곡은 2집 [Tha Doggfather]에 수록했던 곡을 리믹스한 버전으로, 다소 뜬금없으면서도 반갑다.
앨범의 프로덕션 역시 스눕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디제이 배틀캣(DJ Battlecat)과 이 포티(E-40)의 음반을 거의 전속으로 담당하다시피 한 경력의 릭 락(Rick Rock)이 프로덕션을 담당한 덕에 ‘90년대 갱스터 랩과 쥐펑크(G-Funk) 사운드가 짙게 베었다. “Moment I Feared”라든지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명곡 “Check the Rhime”을 차용한 “Bacc In Da Dayz”, “Swivel”, “Big Mouth” 같이 굵직한 베이스와 펑키한 멜로디의 신스를 얹은 트랙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앨범의 포문을 여는 “Neva Left”와 구성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트랩 트랙 “Trash Bags”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달달한 멜로디의 트랙인 “Go On” 역시 앨범을 관통하는 흐름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개별적인 곡으로 떨어트려 보자면, 진행이나 사운드 소스 면에서 흡사 퍼렐(Pharrell Williams)의 아우라가 느껴지듯 세련되게 마감한 여름용 트랙이라 할만하다.
스눕 독은 모든 방면으로 본인이 롱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재능을 일구어냈다고 생각한다. 나스(Nas)나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처럼 매번 압도적인 랩을 뱉는 것은 아니지만,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유려한 랩 스타일과 적당한 양의 히트 싱글을 보유하고 있다. 그를 상징하는 캐릭터도 훌륭히 구현했고, 무엇보다 신진세력의 랩퍼들과 끊임없는 협업을 마다하지 않은 덕에 25년 동안 한자리에서 버텨냈다. 최근 그의 이름을 달고 발표된 몇 장의 음반은 분명 완성도 면에서 기복이 있었다. 다만, 본인의 커리어를 건다는 의미의 타이틀을 단 본작은 그의 과거와 현재가 잘 결합된 인상적인 작품으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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