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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yler, The Creator - Flower Boy
    rhythmer | 2017-07-25 | 2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yler, The Creator
    Album: Flower Boy
    Released: 2017-07-21
    Rating: 
    Reviewer: 조성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의 네 번째 정규작 [Flower Boy]엔 어느새 훌쩍 커버린 20대 중반의 그가 서 있다. 여태껏 타일러가 선보인 캐릭터와 자극적인 기름기를 걷어내고 만든 자서전과도 같은 작품이다.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이래 수많은 컬트 팬을 생산해낸 그의 무기들, 이를테면 막무가내 기질 다분했던 청소년기에 폭풍처럼 써 내려간 “Yonkers” 때의 광기나 폭력성 넘치는 라인들과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위트 넘치는 순간 등이 눈에 띄게 희석됐다. 그래서 이 앨범에 담긴 선정적인 콘텐츠와 하드코어 뱅어의 수는 비교적 미미한 편이다. 이 때문에 본작은 [Bastard](2009), [Goblin](2011), [Wolf](2013)를 거치며 타일러가 그려낸 본인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사상에 기반하지 않은 차분하면서도 진솔함이 돋보이는 앨범으로 마감됐다.

     

    제일 먼저 귀를 잡아끄는 요소는 타일러가 전곡을 통솔한 프로덕션이다. 여전히 엔이알디(N.E.R.D.)로부터 받은 영향력이 느껴지는 가운데, 전작인 [Cherry Bomb]에 수록된 “Find Your Wings”“2Seater”, “Fucking Young” 등으로 대변되는 타일러식 미디엄 템포의 랩 트랙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Who Dat Boy”“I Ain’t Got Time”이 중간에 배치되어 펀치를 넣는 구성이다. [Cherry Bomb]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자면, 화력은 떨어질지언정 전체적인 색채와 배합이 주는 풍부함은 물론, 전작과 관련해서 말이 많았던 오디오 믹싱 등, 기술적인 완성도를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압도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각 트랙이 지닌 선율적인 풍미다. 멜로디 메이킹이 매우 잘됐다. 여기에 현악과 관악기 샘플을 적절히 사용하여 재지한 바이브를 섞었고, 실로폰과 퍼커션 등을 쌓아 올려 사운드 구조를 풍부하게 설계했다. 더불어 여러 형태의 비트 스위치와 템포 변화를 통해 수시로 흐름에 변동을 가져가며 그루브를 살리고 구성적인 재미도 가미했다. 심지어 호불호를 자아내는 타일러 특유의 신스 사운드와 주법 역시 곡의 성격에 따라서 따스하거나 위태로운 형태로 표현되었는데, 이 부분 역시 나무랄 데 없다. 전체적으로 기복 없는 탄탄한 프로덕션과 한결같은 톤 앤 매너를 유지한다. 이 모든 기준에 부합하는 프로덕션의 백미 트랙은 “911/Mr. Lonely”. 유려한 진행과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퍼포먼스, 그리고 더 갭 밴드(The Gap Band)의 펑크(Funk) 트랙 “Outstanding”을 센스 있게 차용한 점 모두 절묘하다.   

     

    [Flower Boy]의 타일러는 프로듀서로서뿐만 아니라 랩퍼로서도 한층 더 발전했다. 화법이나 리리시즘은 전작들과 유사한 편이지만, 한 앨범 단위로 이처럼 변화무쌍하게 플로우를 디자인한 경우는 없었다. 게다가 단어의 음절을 꺾고 발음에 변화를 줘서 라임으로 연결하는 능력 역시 정점에 오른 느낌이다. [Wolf]에 수록되었어도 이질감 없었을 법한 “Pothole”은 랩에서 밀었다 당기기를 반복하며 마디를 다채롭게 채워나가는 타일러의 플로우 설계 능력이 눈에 띄는 곡이며, “Who Dat Boy”“I Ain’t Got Time”은 카리스마와 딜리버리를 통해 곡을 장악하는 능력이 극대화된 트랙들이다.        

     

    랩에 상응하는 분량과 중요도를 차지하는 보컬 퍼포먼스가 주는 감흥도 상당한 편이다. 프랭크 오션을 비롯하여 에스텔(Estelle)이나 칼리 우치스(Kali Uchis)의 참여 역시 긍정적이지만, 타일러도 1인분 이상은 거뜬히 해냈다. 특히, “See You Again”은 팔세토 창법과 랩을 오가면서 곡을 주도해나가는 타일러의 능력이 돋보인 트랙이다. 그 외에 “Foreplay”“Boredom”에서 첫 선을 보인 렉스 오렌지 카운티(Rex Orange County) 역시 본작이 발굴한 반가운 재능이다.

     

    타일러는 [Flower Boy]의 발매를 앞두고 본인의 성 정체성을 밝히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항간에는 이것이 마케팅의 일부라는 추측과 그 자체의 화제성 때문에 오히려 앨범이 묻힐 것이라는 의견 등이 떠돌았다. 분명히 그의 성 정체성은 본작을 관통하는 몇 가지 주제의식 중 하나다. 다만, 막상 앨범을 돌려보면 이는 타일러가 고백하는 다양한 고민 중 하나에 불과한 형태로 묘사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본작의 바탕이 되는 서술적 컨셉트는 외로움과 단절이다. 말 그대로 세상으로부터의 단절, 친구, 혹은 동료들과 소원해진 인간관계(“Boredom”), 팬들이 본인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라는 잠재적인 두려움(“Foreword”), 정신적인 고독, 짝사랑 상대에 대한 그리움(“Glitter”), 외로움을 회피하기 위해 좋았던 추억을 되새기는(“November”) , 여러 형태로 서술된다. 여기에 본인이 양성애자임을 고백할지 말지 머뭇거리는 모습이나(“Garden Shed”), 오히려 이를 유쾌하게 공표하는 모습(”I Ain’t Got Time”) 또한, 앞서 언급한 요소들처럼 외로움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쓰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Garden Shed”를 시작으로 릴 웨인(Lil Wayne)이 주도한 “Droppin’ Seeds”를 거쳐 세레나데 트랙인 “Glitter”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서사의 하이라이트를 차지한다.

     

    [Flower Boy]'Scum Fuck Flower Boy'라는 타일러의 별명을 비공식적인 타이틀로 사용한다. 그야말로 본작이 그려낸 타일러를 정확히 표현하는 절묘한 모순어법이다. 정서적으로 공허한 돈 많은 랩 스타, 동심으로 가득 찬 키덜트 등, 그를 나타내는 수식어들을 랩과 스토리 라인, 그리고 프로덕션의 조화를 통해 세련미 있게 풀어냈다. 그만큼 [Flower Boy]는 타일러의 최고 역작이자 올해 손꼽히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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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olo (2017-07-25 19:37:37, 112.185.223.***)
      2. 네 감사합니다. 글 항상 잘보고있어요
      1. 조성민 (2017-07-25 18:05:45, 223.38.10.***)
      2. 스미노! 당시 리뷰하지 못한점은 인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였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최근 신보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앨범들이 최우선 리뷰대상이라서요. 기회가 되면 스미노도 다뤄보겠습니다.
      1. M.F.Doom (2017-07-25 07:27:27, 203.226.208.***)
      2. 정말 예상 했던 점수. 이앨범 너무너무 좋았네요 저도
      1. Leolo (2017-07-25 03:18:31, 125.135.113.***)
      2. Smino - blkswn 이앨범도 리뷰해주실수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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