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kyzoo - Peddler Themes
- rhythmer | 2017-08-20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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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kyzoo
Album: Peddler Themes
Released: 2017-07-21
Rating:
Reviewer: 이진석
해마다 거르지 않고 결과물을 발표하는 스카이주(Skyzoo)는 작업량뿐만 아니라, 매번 다른 주제로 완성도 높은 이야기들을 주조해내어 더욱 놀랍다. 쉼 없이 뽑아내는 앨범 단위의 흥미로운 서사와 탁월한 가사는 그가 얼마나 뛰어난 리리시스트이자, 스토리텔러인지를 보여준다. 이번 앨범에서도 또렷한 중심 콘텐츠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점은 다르지 않다. [Peddler Themes]는 청소년기인 1990년대를 지나온 스카이주의 회고록이다. 그는 개인사와 영향받은 음악들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특유의 워드플레이로 절묘하게 버무려냈다.이전의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스카이주의 음악적 뿌리는 명백하다. 처음 나인스 원더(9th Wander)의 눈에 들어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던 그는 일마인드(!llmind),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과의 합작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솔로 앨범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작들은 모두 ‘90년대 붐뱁(Boom Bap) 스타일에 근간을 두고 있다. [Peddler Themes] 역시 이 점을 전면에 내세운 결과물이다. 특히, 나스(Nas)의 영향이 곳곳에서 짙게 배어 나오는데, 여러 차례 그의 이름을 가사에 언급하는가 하면, “Finesse Everything”에선 “Halftime”이나 “World Is Yours”의 샘플을 중간중간 삽입했다. 더불어 “For Real(er)”에선 [Illmatic]의 인트로인 “The Genesis”를 직접 샘플링하여 랩을 얹었다.
이 외에도, ‘90년대에서 받은 음악적 영향을 풀어내는 동시에, 이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끌어내는 매개로 사용한다.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 트랙에 들어간 어머니의 내레이션으로 거리의 가르침과 가족으로부터 받은 보호를 떠올리는 지점이 좋은 예다. 사실 앨범의 타이틀인 [Peddler Themes]는 예전부터 스카이주가 여러 번 언급했던 표현이다. 일례로 지난 2011년 작 [The Great Debater]에서 'I’m still peddlers theme, they say I sing for the drive'라는 구절을 쓴 바 있다. 그만큼 그는 어린 시절 후드의 마약상들에게 배운 것들을 뿌리로 여기고, 앨범의 메인 테마 중 하나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프로덕션에선 이전부터 합을 맞췄던 아폴로 브라운과 일마인드를 비롯하여 여러 프로듀서의 지원을 받았다. 변함없이 탄탄하고 매력적인 붐뱁 사운드로 채워졌다. 스카이주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다소 전형적인 방식이지만, 곡 하나하나의 만듦새가 매우 견고하다. 결코 화려하다고 볼 순 없지만, 기본기를 잃지 않는 스카이주의 랩 역시 백미다. 피처링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홀로 앨범을 끌어가기에 부족함이 없고, 매끄러운 전달력이 수준 높은 가사를 더욱 부각한다.
[Peddler Themes]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스카이주의 어린 시절이 응축된 앨범이다. 비단 가사의 내용뿐만 아니라 프로덕션 등 모든 요소에 그가 받은 영향들이 어느 때보다 짙게 묻어있다. 이것은 곧 오늘날 스카이주의 정체성으로 귀결되는 지점이며,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음악 세계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내놓았지만, 아직 스카이주의 이야깃거리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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