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Cunninlynguists – Rose Azura Njano
- rhythmer | 2017-11-19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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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unninlynguists
Album: Rose Azura Njano
Released: 2017-10-06
Rating:
Reviewer: 지준규
켄터키 출신의 힙합 트리오 커닐링기스츠(CunninLynguists)의 음악은 언제나 독특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그들은 창의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통해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엔 차분한 감상용 힙합의 영역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탁월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프로듀서 노(Kno)가 짜임새 있게 주조한 비트와 래퍼 디콘(Deacon the Villain)과 내티(Natti)가 서로 경쟁하듯 뱉어내는 다이내믹한 플로우는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막강한 시너지를 낸다. 약간의 공백 끝에 발매한 신작 [Rose Azura Njano] 역시 이들의 녹슬지 않은 감각과 영민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Rose Azura Njano]는 전작 [Oneirology]과 마찬가지로 컨셉트 앨범이다. 가상으로 설정한 여인 로즈(Rose)의 시선을 통해 미국의 현실을 묘사하며, 도처에 산재한 정치, 사회적 문제와 그로 인한 갈등,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여인이 색환각(Chromesthesia/필자 주: 후각, 청각 등 비시각적인 자극을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환각)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극적인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롭고 묘한 감흥을 주며, 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낸 시적인 노랫말 또한 각 트랙의 서정미를 극대화한다.
앨범의 방향성은 첫 트랙 “Red, White & Blues”에서부터 명확해진다. 상상을 자극하는 몽롱한 신스 라인과 둔중한 붐뱁(Boom-Bap) 비트가 전면에 강조된 이 곡에서 디콘과 내티는 화려한 대도시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실상을 담담하고 진솔한 어조로 그려낸다. 나아가 고통 속에서도 결코 꿈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까지 담아내어 적잖은 감동을 안긴다. 멤버들과의 여러 합작으로 이름을 알린 알앤비 싱어 제이슨 코피(Jason Coffey)의 유려한 보컬이 더해져 묵직한 울림을 준다.
디콘의 다채로운 언어유희가 가장 돋보이는 곡 “Riot!”를 지나면, 핵심 트랙 중 하나인 “Red Bird”가 등장한다. 이 곡에서 두 래퍼는 감탄을 자아내는 비유와 철학적인 가사를 활용해 내면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그들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비교적 차분하게 흐르는 내티의 플로우는 감정 변화에 따라 톤을 달리하며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디콘의 래핑과 짜릿한 대비를 이루며 긴 여운을 남긴다. 노의 재능 또한 유감없이 발휘됐다. 견고하게 배치된 드럼과 운치를 더하는 각종 효과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깊은 감상을 유도하고, 깔끔하게 정제된 보컬 샘플과 아늑한 느낌의 기타 사운드는 곡의 처음과 끝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뒤 이어 등장하는 “Violet (The Upper Room)”은 우리의 욕망과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재지한 무드의 비트가 중심이 되는 가운데, 두 래퍼는 삶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색을 여과 없이 풀어내는데, 탁월한 표현력과 뚜렷한 사회의식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외에도 기득권 세력에게 끊임없이 유린당하고 억압받는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호소력 짙게 담아낸 “Gone”, 리듬감 넘치는 비트와 그 위를 능란하게 넘나드는 팽팽한 플로우가 단번에 귀를 잡아끄는 “Any Way The Wind Blows”, 피처링한 파라 엘르(Farah Elle)의 매끈한 보컬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Oh Honey” 등의 곡들 역시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비슷한 분위기가 반복되는 탓에 지루해지는 구간이 있지만, [Rose Azura Njano]가 또 한 장의 탄탄한 결과물인 건 분명하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사운드의 변화 대신 시적 묘사와 주제의식의 전달에 더욱 집중하여 성과를 낸 것이 더욱 반갑고, 가치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진중한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본인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뚜렷하게 하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커닐링기스츠의 음악이 지닌 진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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