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abolous & Jadakiss - Friday on Elm Street
- rhythmer | 2017-12-18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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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abolous & Jadakiss
Album: Friday on Elm Street
Released: 2017-11-24
Rating:
Reviewer: 조성민
패볼러스(Fabolous)와 제이다키스(Jadakiss)가 가진 공통점은 뉴욕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상당히 많다. 둘 다 90년대에 데뷔했고, 마흔을 넘긴 현재에도 활동하는 몇 되지 않는 중견 뮤지션이기도 하다. 소속사도 데프잼(Def Jam)으로 같은 데다가, 아들뻘 되는 랩퍼들이 씬을 장악한 지 꽤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만큼 내공 있는 랩 스킬과 펀치라인을 지녔다. 메인스트림을 노린 대중적 넘버들과 언더그라운드 팬을 위한 믹스테입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는 점 역시 둘의 공통분모다. 다만 결정적으로, 본인들을 대표할만한 클래식은 없는 상태다. 그렇기에 이 두 베테랑 엠씨의 합작 앨범 소식은 신선하다기보단 분명 한 번쯤은 일어날 법한 반가운 사건이라 여겨졌다.앨범의 컨셉트 또한 그 기대에 부응할 만큼 명확하고 흥미롭다. [Friday on Elm Street]은 미국의 유명한 공포 영화 [Friday The 13th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부히스(Jason Voorhees)와 [Nightmare on Elm Street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주인공 프레디 크루거(Freddy Krueger)를 모티브로 사용했다. 앨범의 첫 트랙인 “F vs J Intro”는 언급한 두 빌런을 같은 스크린에 등장시킨 2003년 스핀오프 작 [Freddy vs. Jason]의 음침한 분위기를 완벽히 재연한다(실제로 앨범 발표 전, 본 타이틀은 ‘Freddy vs. Jason’으로 낙점된 상태였다.). 특히, 제이다키스의 활약이 돋보인다. 제이슨에 빙의된 듯한 카리스마와 공포 컨셉트에 잘 맞아떨어진 가사, 그리고 무거운 비트 스위치를 통해 분위기를 한층 묵직하게 끌고 간 후반부에서는 매우 잘 기획된 호러코어 앨범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확실히 이 작품 내에서만큼은 제이다키스가 파트너인 로쏘보다 종합적인 공헌도 면에서 더 높다. 전반적인 랩 퍼포먼스는 둘 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앨범의 기획에 얼마만큼 충실히 임했는가를 평가했을 땐, 제이다키스의 압승이라고 본다. 그는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호러 컨셉트를 살리려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는 데에 반해 패볼러스는 안전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 기존 서술법을 고수한다. 로쏘가 제공한 랩 컨텐츠 중 솔로 곡인 “Nightmares Ain’t As Bad”를 제외한 거의 모든 벌스는 그가 예전부터 써오던 형식에 따라 완성됐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둘의 조합 자체는 듣기 매우 좋은 편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하이톤을 가진 패볼러스가 유려하고 말끔히 디자인한 랩을 앞에 떨구면, 뒤이어 제이다키스가 묵직하게 한 방을 내리꽂는 형식을 기본으로 취하고 있다. 마디를 짧게 가져가며 랩을 주고받는 “Theme Music”이나 더욱 전형적인 스타일의 “Soul Food” 같은 트랙은 그 적절한 예다. 이 두 곡 사이에 위치한 뱅어 트랙 “Ground Up”까지 포함한 초반부는 본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간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앨범의 나머지 부분은 너무 평탄하기만 하다. 대중적 코드를 어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트랩 트랙 “Stand Up”은 최근에 나온 유사한 스타일 중 하나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퓨처(Future)의 후렴 역시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이처럼 감흥이 떨어지는 곡을 무려 요 가티(Yo Gotti)와 지지(Jeezy)를 불러들여 리믹스 버전까지 만들어 수록한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다른 게스트의 참여에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I Pray”에서 후렴을 담당한 스위스 비츠(Swizz Beatz)는 물론, 제이다키스의 솔로 곡 “Ice Pick”에 어김없이 등장한 스타일스 피(Styles P)는 곡의 의도와 맞지않는 벌스를 선사하며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이 앨범은 신선한 기획 컨셉트와 번뜩이는 초반부의 몇 곡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작품이다. 정규 음반을 최소 서너 장씩 보유한 베테랑들의 손에서 완성되었다는 사실은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들의 기량이 아직 그대로라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패볼러스의 세련미 있는 가사와 제이다키스의 곡 장악력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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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7-12-19 19:10:50, 182.225.134.**)
- 언더독과 랩스타 사이에 자리잡은 오묘한 인연으로 이어진 합작으로 명확한 컨셉까지 갖췄으나, 자꾸만 익숙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앨범의 구성을 보고있자면 랩실력과 앨범의 편차를 넘어선 뮤지션 자체의 음악성이 드러나는거 같습니다.
나스나 레드맨, 그리고 고스트페이스가 되지 못한 mc들의 기본치를 보여준 듯한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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