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iR - November
- rhythmer | 2018-02-03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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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iR
Album: November
Released: 2018-01-19
Rating:
Reviewer: 황두하
캘리포니아 출신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썰(SiR)은 현재 씬에서 가장 핫한 레이블인 TDE(Top Dawg Entertainmet)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2015년에 독자적으로 앨범 [Seven Sundays]를 발표하며 데뷔한 그는 이듬해 TDE에서 나온 두 걸작, 제이 락(Jay Rock)의 [90059]와 아이재야 라샤드(Isaiah Rashad)의 [The Sun’s Tirade]에 참여하며 레이블과 인연을 맺었다. 레이블 합류 후에는 완성도 높은 두 장의 연작 EP [HER], [HER TOO]를 연속으로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합류한 랜스 스카이워커(Lance Skiiiwalker)와 함께 그를 향한 기대치는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썰의 음악은 근래 유행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를 근간으로 몽환적이고 멜랑꼴리하면서도 세련됐다. 아울러 `90년대 웨스트코스트 힙합과 네오소울(Neo-Soul) 등, 그가 자라면서 영향받은 음악이 자연스레 녹아든 사운드가 비슷한 계열의 아티스트들과 차별화된다. 랩과 노래, 그리고 내레이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묘한 느낌을 자아내다가도 어느샌가 명징하게 멜로디를 살려내는 보컬 또한 큰 무기이다. 그는 앞서 발표한 두 장의 EP를 통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맘껏 펼쳐냈다.
전작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발표한 첫 정규앨범 [November]는 그동안 구축된 썰의 음악 스타일을 보다 탄탄한 구성에 담아 정제한 작품이다. 특히, 프로덕션적인 면에서 그렇다. 삭손(Saxon), 라스칼(Rascal), 마인드디자인(MNDSGN), 디제이 칼릴(DJ Khalil) 등을 비롯해 상당히 다양한 프로듀서 진이 참여했음에도 특별히 튀는 구간 없이 매끄러운 흐름이 돋보인다. 유려하게 흐르는 피아노 라인 위로 스쿨보이 큐(Schoolboy Q)와의 합이 좋은 “Something Foreign”이나 네오 소울과 피비알앤비(PBR&B),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절히 섞은 “War” 등, 트랙 대부분에서 프로덕션이 주는 맛이 좋다. 다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게 흘러가다 보니 전작의 “W$ Boi”처럼 분위기를 환기하는 킬링 트랙이 부재한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한편, “Dreaming Of Me”는 닥터 드레(Dr Dre)의 “Xxplosive”에서 신시사이저 라인을 매우 절묘하게 샘플링한 트랙이다. 본작에서도 어김없이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향한 애정이 드러나는 지점인데, 단순히 라인을 따오는 것을 넘어서 곡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지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선배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주의 매우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스킷을 활용하여 앨범에 구성미를 더한 것은 EP들과의 차이점이다. 인트로성 트랙인 “Gone”에서부터 마치 영화 [아이언 맨, Iron Man]의 인공지능 자비스(Javis)와 같은 존재와의 대화로 비행을 시작한다. 이 대화는 앨범 중간중간에 스킷으로 나오며 곡들을 자연스레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Better”의 끝에 나오는 대화에서 썰은 인공지능에게 수면모드로 들어갈 것을 요청하는데, 이어지는 마지막 두 트랙(“Dreaming Of Me”, “Summer in November”) 모두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프로듀서들이 참여했음에도 앨범을 한 덩어리로 감상할 수 있도록 일관성을 부여해주는 기능을 하며, 그 의도는 성공적이다.
이 스킷은 앨범의 내러티브와도 관련이 있다. 앨범의 타이틀인 ‘11월’은 썰이 TDE와 계약했던 직후의 시점을 의미한다(*필자 주: 썰은 TDE와 2016년 10월에 계약했다.). 따라서 이 비행은 그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한 후 성공을 향해 가는 여정을 비유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 본래 만나던 연인과 잦은 다툼을 하게 되고 결국 이별을 겪는 과정을 담았다. 다소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디테일한 표현과 치밀한 구성으로 듣는 재미를 살려냈다. “Something Foreign”이나 “D’Evils” 같은 트랙에서는 갱스터를 표방하는 이들이 가득한 씬에서 자신만의 태도를 지키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비추기도 한다.
[November]는 썰이 TDE에 들어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구축해온 음악스타일을 잘 정돈해놓은 작품이다. 그래서 조금 무난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내놓는 앨범마다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는 TDE 소속이라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에서일 뿐, 충분히 탁월한 완성도를 갖추었다. 그렇기에 썰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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