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Kali Uchis - Isolation
- rhythmer | 2018-04-17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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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ali Uchis
Album: Isolation
Released: 2018-04-06
Rating:
Reviewer: 강일권
칼리 우치스(Kali Uchis)는 확실히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를 떠오르게 한다. 외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지만, 음악에서의 아우라가 비슷하다. 실제로 그녀는 에이미의 곡을 커버한 바 있으며, 데뷔 초부터 많은 이가 ‘포스트 에이미 와인하우스’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상징적인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반강제적으로 덧씌워진 현실을 그녀가 부담과 영광 중 어느 쪽으로 받아들였을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 같은 상황은 전혀 생소했던 칼리 우치스란 이름에 더 많은 이가 주목하게 했다.그러나 이후 정규 데뷔작이 나오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2012년에 믹스테입으로 데뷔한 이래, 2015년에 EP 한 장을 냈고(‘Por Vida’), 스눕 독(Snoop Dogg),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미겔(Miguel), 고릴라즈(Gorillaz),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 등등, 굵직한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해왔다. 본인의 공연과 페스티벌 참여를 비롯하여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오프닝 무대에도 섰다. 이렇듯 음악의 끈을 놓은 적 없는 그녀였지만, 앨범과 앨범 사이의 공백이 너무 길긴 하다.
보통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아티스트가 완벽함이란 함정에 빠졌거나 게으르거나. 칼리 우치스가 어느 쪽인지를 단정할 순 없겠으나 본작을 들어보면, 적어도 전자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다. 물론, 그녀는 함정에 완전히 빠지기 전에 올라온 듯하다. 마침내 발표된 정규 데뷔작 [Isolation]은 그만큼 훌륭하다.
썬더캣(Thundercat), 배드배드낫굿(BadBadNotGood), 사운웨이브(Sounwave), 디제이 다히(DJ Dahi), 고릴라즈(Gorillaz),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 등에 이르는 프로덕션 진부터 압도적이다. 단지 메인스트림에서 잘나가는 몸값 비싼 프로듀서가 아니라 각자의 음악세계가 확실한 능력자들만 모였다. 그들과 우치스의 협업으로 나온 음악은 기대대로 감탄을 자아낸다. 다채롭고 조화롭다. 보사 노바 퓨전(“Body Language”)으로 시작하여 레게 퓨전(“Killer”)으로 마무리되는 흐름은 이 같은 앨범의 성향을 대변한다.
알앤비, 네오 소울, 힙합 소울, 펑크(Funk)뿐만 아니라 보사 노바, 사이키델릭 팝, 레게통 등등, 각각 뿌리가 다른 여러 장르가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며 어우러졌다. [Isolation]은 외적으론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차려진 뷔페지만, 내적으론 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이 차려진 뷔페에 가깝다. 특히,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그녀의 보컬은 정말 매혹적이다. 청아하게 공간을 부유하다가도 습기를 가득 머금은 채 눅눅하고 퇴폐적인 이공간으로 잡아끈다.
약 2분여의 레이드백(Laid-Back)한 그루브를 전하는 "Gotta Get Up (Interlude)"부터 중독적인 멜로디 라인의 사이키델릭 팝 “Tomorrow”, 도회적인 무드의 알앤비에서 몽환적인 기운이 서린 힙합 소울로 절묘한 변주가 이루어지는 "Coming Home (Interlude)", 피-펑크(P-Funk) 전설 붓시 콜린스(Bootsy Collins)까지 힘을 보탠 푸근한 모던 펑크 넘버 “After The Storm”, 그리고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에 기반을 둔 "Feel Like a Fool"로 이어지는 후반부는 어떤 스타일과 무드의 곡이든 자기색으로 물들이는 우치스의 보컬과 트렌드를 신경쓰기보다 우치스의 색깔을 우선 고려한 듯한 프로덕션의 방향이 맞물려 이룬 최상의 결과다.
이 구간은 서사적으로도 가장 빛난다. 콜롬비아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부모를 둔 우치스는 어릴 때부터 양국을 오가며 살았다. 이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집을 나와 차에서 노숙도 불사하며 돈을 모았다. 본작엔 이 같은 과거와 그 속에서 깨닫고 느낀 것들, 그리고 이를 통해 견지하게 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17세였던 당시에 쓴 가사로 완성한 마지막 곡 "Killer"가 남기는 여운은 그래서 더욱 깊다.
앨범 크레딧을 꽉 채운 화려한 이름들 사이에서도 칼리 우치스는 단연 돋보이는 주연이다. EP였던 전작 [Por Vida]로부터 흐른 시간만큼 그녀의 역량 또한 진화했다. 이제 그녀를 ‘포스트 에이미 와인하우스’라 부르는 건 애매해졌다. 머지않아 다른 신예 아티스트에게 ‘포스트 칼리 우치스’란 표현을 써야할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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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r트모스 (2018-04-27 11:40:09, 211.34.163.***)
- 리드머 리뷰에서 4.5이상 앨범은 왜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설령 한번 돌리고 감 안오면 몇번 돌리면 그제서야 내가 처음에 느낀 내 귀를 탓하게 된다
사실 제가 생각하는 킬링구간은 짧지만 tyrant 부터 dead to me 이어지는 구간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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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ㅇ (2018-04-18 00:06:55, 1.232.54.**)
-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떠오른다는건 정말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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