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Kanye West - Ye
- rhythmer | 2018-06-17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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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anye West
Album: Ye
Released: 2018-06-01
Rating:
Reviewer: 강일권
올해도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여전히 세간의 관심과 SNS 세계의 중심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지지와 ‘노예제는 선택’ 발언 등, 자기-파괴적이면서도 고도의 마케팅 전략처럼 보이는 최근 행보는 충격과 공포를 안기기에 충분하다. 일부 국내 팬들의 표현처럼 그는 분명 ‘칸종’(*칸예 웨스트와 관심종자의 합성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그를 쉽게 비아냥댈 순 없다. 음악적으로만 보자면, 이 시대에 ‘천재적’이란 다소 무책임한 표현을 거리낌 없이 갖다 붙일 수 있는 극소수의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제이지(Jay Z)의 [The Blueprint]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래, 그동안 이룩한 업적을 생각해보라. 일례로 특유의 ‘칩멍크 소울(chipmunk soul)’ 프로덕션 스타일을 통해 주류에서 한물갔던 옛 소울 샘플링의 미학을 새로운 방향에서 제시했고, 과감한 해체와 결합으로 힙합 프로덕션의 경계에 대한 건설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칸예 웨스트는 언제나 트렌드를 주도했고, 때론 트렌드 그 자체였다. 심지어 지나치게 독선적인 태도마저 그의 거대한 음악 세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처럼 느껴지게 할 정도다.
[The Life of Pablo] 이후, 약 2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Ye]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본인의 애칭을 제목에 내세운 것부터 그러하듯이 (비록, 그는 이것이 ‘당신’ 또한 의미한다고 했으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개인적인 감정의 소산물이라 할만하다. [Yeezus]에서 자신을 신격화했던 그는 [Ye]에서 다시 속세에 몸담은 채, 혼돈 속에 휩쓸린 자신을 가감없이 전시한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시피 하는 파파라치, 그와 관련된 자극적인 측면을 앞다투어 노출하려는 미디어, 이를 보며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가운데, 내심 더욱 날뛰어주길 바라는 대중, 이상의 삼각 구도 안에서 받은 상처와 고통, 그로부터 비롯한 분노와 냉소가 해무처럼 깔려있다. 24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내에서 최근의 논란과 쏟아진 비난을 직접 언급하는 곡은 단 세 곡뿐이지만("I Thought About Killing You", "Yikes", "Wouldn't Leave"), 앨범의 정서와 메시지를 대변할 만큼 강렬하다.
특히, 그 속의 칸예는 동정이나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지독한 독선과 자기애를 담았다. 본인보다 성공하지 못한 이들의 조언은 듣지 않으며(‘I don't take advice from people less successful than me, huh?’ – “No Mistakes”), ‘열린 사고’를 하지 못하는 열등한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 속에서 여전히 선구자로서 군림하고자 한다. 가사엔 그의 자기기만과 ‘혁신’을 일으켜온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매력적으로 엉켜있다.
뻔뻔함이 느껴지면서도 미워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리는 이 같은 가사는 [Ye]에서 가장 큰 감정의 파고와 꺼림칙한 심경을 동시에 일으키는 지점이다. 그가 행한 돌출행동과 야기한 논란들을 보며, 정신과 치료를 논하는 이들에게 ‘나의 조울증은 장애가 아니라 초능력(‘That's my superpower, nigga ain't no disability’ – “Yikes”)’이라고 응수하는 라인에선 통쾌함이 느껴지다가도 본인이 일으킨 논란의 쟁점을 얼버무리며 희석시키는 부분에선 허무함이 엄습한다.
블랙 커뮤니티를 들썩였던 ‘노예제는 선택’ 발언을 정면으로 다루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비록, 해당 내용이 담긴 TMZ의 영상이 악마의 편집에 가깝고, 앞뒤 정황을 파악해보면, 발언의 정확한 의도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선택’이란 단어 선택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엔 변함없다. 그러나 칸예는 “Wouldn't Leave”에서 비판들을 그저 본인의 말, 혹은 의사 전달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이 지점에서 아내의 걱정을 언급하는 라인이 이어지는 것도 뜨악하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희석되고 신파만 남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프로덕션이다. 특별히 논할만한 부분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평범하다. 그의 음악에서 매번 혁신적인 요소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지만, 본작은 너무나도 무색무취다. “All Mine”과 “Wouldn’t Leave”는 후렴구마저 곡을 림보의 늪에 빠트려버린다. 키드 커디(kid Cudi)의 나른한 보컬이 주는 맛과 2000년대 초반의 칸예 프로덕션을 느낄 수 있는 “Ghost Town”과 “No Mistakes”가 분위기를 환기하지만, 귀를 확 잡아끌진 못한다. 칸예가 책임진 일명 ‘프로젝트 와이오밍(Project Wyoming)’ 시리즈 중에서 가장 떨어지는 완성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Ye]는 발매 2주 전에 통째로 폐기된 다음 새로이 만들어졌다. 칸예에게 내재된 예술가의 기운이 폭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종종 예술계에서 창작에 소요되는 시간의 중요성이 역설되곤 하지만, 힙합은 그러한 관념을 전복시키며 탄생하고 힘을 얻은 예술 장르다. 그러므로 본작의 아쉬움을 짧은 작업 시간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칸예는 여전히 천재적인 아티스트이며, 이번엔 결과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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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맘바 (2018-07-13 21:21:01, 222.112.41.***)
- 갈수록 좀 뭔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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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2018-06-17 20:57:04, 175.223.23.***)
- 공감되는 리뷰.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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