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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ravis Scott - Astroworld
    rhythmer | 2018-08-19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ravis Scott
    Album: Astroworld
    Released: 2018-08-03
    Rating: 
    Reviewer: 황두하









    휴스턴(Houston) 출신의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은 현재 미국 메인스트림 씬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첫 등장 때부터 웅장하면서도 암울한 트랩 비트와 오토튠을 가미한 개성 넘치는 랩-싱잉 퍼포먼스로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티아이(T.I.)처럼 거물급 아티스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후 각각 두 장의 믹스테입과 정규 앨범, 그리고 미고스(Migos)의 멤버 퀘이보(Quavo)와의 합작 앨범 [Huncho Jack, Jack Huncho]를 차례로 발표하며 음악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동시에 수많은 아류를 양산했다.

     

    [Astroworld]는 전작 이후 약 8개월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이다. 본래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기획됐던 프로젝트로, 꽤 오랜 기다림 끝에 발표되었다. 이번엔 전작들과 달리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가 존재한다. 바로 휴스턴이다. 이는 앨범의 타이틀과도 관련이 있다. ‘아스트로 월드는 지금은 폐쇄된 휴스턴 유원지의 이름이다. 본작을 통해 스캇은 휴스턴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반추와 휴스턴 출신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경 등등, 고향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첫 번째 트랙 “Stargazing”은 대표적이다. 느린 템포의 음산한 트랩 비트 위로 랩-싱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전반부에서는 부와 명성을 얻으며 달라진 현재를 이야기하고, 짧게 끊어치는 묵직한 베이스라인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후반부에서는 시점이 과거로 바뀐다. 이때 중간에 이루어지는 변주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가상의 공간 아스트로 월드로 자연스레 빨려 들어가는 효과를 준다. 앨범의 인트로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

     

    동향의 아티스트들을 언급하거나 그들의 곡을 직접 인용한 트랙들도 눈에 띈다. 찹드 앤 스크류드(Chopped and Screwed) 작법을 발전시킨 전설적인 디제이 겸 프로듀서 디제이 스크류(DJ Screw)에 대한 존경을 표한 “R.I.P. DJ Screw”나 슬림 떡(Slim Thug)의 히트곡 “Still Trippin’”을 인용한 “5% Tint” 등은 대표적이다. 이처럼 앨범에 곳곳에 휴스턴과 관련된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 스캇만의 색깔 있는 휴스턴 찬가를 완성했다.

     

    한편, 극적인 변주와 다양한 게스트들의 참여가 듣는 재미를 극대화한 초중반부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일례로, 드레이크(Drake)가 갑자기 등장하는 짧은 도입부 이후로 변주가 이뤄지면서 스웨이 리(Swae Lee)이 애드립이 흥을 돋우고, 후반부에 다시 드레이크가 벌스를 보태는 “Sicko Mode”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하모니카 연주가 스산한 기운을 불어넣다가 후반부에서 드럼이 빠지며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가 등장하는 “Stop Trying To Be God”, 사이키델릭 록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프로듀싱으로 사이키델릭-트랩을 완성한 “Skeletons” 등은 과감한 연출과 협업으로 짜릿한 감흥을 안기는 트랙들이다.

     

    이밖에도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존 메이어(John Mayer), 썬더캣(Thundercat), 위켄드(The Weeknd), 히트보이(Hit-Boy) 등등, 강한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대거 참여했음에도 산만해지지 않고 일정한 색깔을 유지했다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워낙 스캇의 개성이 강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각 아티스트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기획력 역시 돋보인다. 아울러 랩-싱잉으로 일관했던 전작과 달리 정석적인 랩을 적절히 병행하여 사운드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Yosemite” 이후로 관성적인 랩-싱잉 퍼포먼스와 평범한 자기과시적 가사로 일관한 후반부는 아쉽다. 완성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보여줬던 것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프로덕션 탓에 중반부까지 이어오던 긴장감을 단숨에 떨어트린다. 이 때문에 무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감성적인 붐뱁 비트 위로 연인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마지막 트랙 “Coffee Bean”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진다. 그로서는 색다른 시도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소비한 것이 더욱 아쉽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stroworld]는 스캇이 기존의 음악적 색깔을 확장, 변형하는 데에 성공한 결과물이라 할만하다. 이로써 어느 새부턴가 똑같은 것이 반복되며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던 순간을 영리하게 극복해냈다. 더불어 그의 음악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증명했다.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래퍼가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에서도 트래비스 스캇의 위치가 남다른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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