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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olange - When I Get Home
    rhythmer | 2019-03-18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olange
    Album: When I Get Home
    Released: 2019-03-01
    Rating: 
    Reviewer: 황두하









    솔란지(Solange) 2016년 발표한 명작 [A Seat At The Table]을 통해 커리어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초기엔 음악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언니 비욘세(Beyoncé)의 그늘에 가려졌던 그가 드디어 자신만의 색깔을 갖춘 뮤지션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12년에 발표한 EP [True]부터 함께한 데브 하인즈(Dev Hynes)는 물론, 베테랑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마스터 피(Master P) 등등, 쟁쟁한 인물들이 조력하여 탄생한 앨범은 알앤비를 바탕으로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뉴 웨이브,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껴안아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더불어 시적인 가사와 치밀한 구성을 통해 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설파하며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었다. 그만큼 [A Seat at the Table]은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감각적이고 탄탄한 음악에 담아낸 작품이었다. 이후 2년 반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정규앨범 [When I Get Home]은 전작의 기세를 이어간다. 주제와 음악적으로 지난 앨범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보다 과감하고 실험적으로 변모했다.

     

    우선 프로덕션적으로 일렉트로닉의 지분이 늘어났다. 이를 위해 택한 파트너는 프로듀서 존 캐롤 커비(John Carroll Kirby)와 존 키(John Key). 트랙 대부분에 이름을 올린 둘은 미니멀한 신시사이저와 베이스로 일렉트로닉/엠비언트(Ambient) 사운드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솔란지의 부드럽고 풍성한 보컬이 얹혀서 따뜻한 동시에 차갑고 날카로운 질감의 양면적인 무드가 돋보인다.

     

    현재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씬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참여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히,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퍼렐(Pharrell) 등등, 모두 개성이 강한 이들임에도 솔란지의 색깔에 무리 없이 녹아들어간 점은 특기할만한 지점이다. 메트로 부민 특유의 드럼 질감이 인상적인 “Stay Flo”, 후주의 실험적인 변주로 얼이 존재감을 뽐낸 “Dreams”, 구찌 메인(Gucci Mane)과 타일러가 목소리를 보탠 트랩 사운드의 “My Skin My Logo” 등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퍼렐이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더 드림(The-Dream)과 카티가 목소리를 보탠 “Almeda”는 하이라이트 트랙이라 할만하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드럼 라인, 노래와 랩 사이를 자연스레 오가는 보컬, 그리고 카티 특유의 애드립이 더해져 강렬한 쾌감을 안긴다. 아울러 곡의 중간마다 찹드 앤 스크류드(Chopped and Screwed) 작법을 차용해서 이 장르의 발생지이자 자신의 고향인 휴스턴(Houston)의 영향을 느낄 수 있게끔 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음에도 오히려 솔란지의 색깔이 강하게 느껴지는 건 그의 음악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앨범에 담긴 내용 또한 전작과 유사하지만, 다루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전작에서 마스터 피와 노 리밋 레코즈(No Limit Records)가 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오브제로 쓰였다면, 본작에서는 고향인 휴스턴으로 그 자리를 대체했다. 두 번째 트랙인 “S McGregor”와 후반부에 위치한 “Beltway”, “Exit Scott”은 각각 휴스턴에 위치한 솔란지의 집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도로 이름에서 따온 제목들이다. 이를 통해 앨범 전체를 집, 즉 흑인 여성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에 다다르기 위한 여정으로 표현한 것이다. 첫 트랙의 ‘Takin’ on the, taking on the lie(난 계속 거짓말을 해)’라는 가사가 마지막 트랙에서 ‘Taking on the light(난 빛에 다다랐어)’로 변한 것은 이를 대변한다.

     

    부드럽고 추상적이었던 가사는 본작에 이르러 보다 공격적이고 직설적으로 변화했다. 자신을 대표하는 것들을 열거하며 자부심을 강조하는 “Almeda”, “My Skin My Logo”, “Binz” 등은 앨범의 호전성을 대변하는 트랙들이다. 더불어 여성 힙합 듀오 크라임 맙(Crime Mob)이나 흑인 여성 시인 팻 파커(Pat Parker)처럼 오로지 흑인 여성들의 목소리만을 샘플링해 만든 스킷(Skit)들도 인상적이다. 본작을 통해 대표하고자 하는 것이 흑인 여성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When I Get Home]은 전작의 명성을 이을만한 놀라운 완성도의 작품이다. 그는 클래식 반열의 앨범을 두 장 연속으로 발표하며 음악적 감각에 확실히 물이 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러 면에서 지난 앨범에 빚을 지고 있지만, 대체 불가능한 본작만의 매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이는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방식은 언니와 다르지만, 솔란지 역시 블랙뮤진 씬에서 굵직한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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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Enomis (2019-03-18 01:30:08, 120.50.80.**)
      2. 전작인 ASATT가 주는 감흥이 워낙 대단했기에,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앨범을 만들었는지 쉽사리 와 닿지 않더군요. 그런데 딱 3번째 들을 때 Solange가 바라보고 있는 미학적 지향점이 얼핏 보였습니다. 전작과는 다르게 다소 모호한 지점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놀랍고 대단해요.
        Cranes in the Sky나 Mad처럼 듣자마자 팍 꽂히는 곡은 없지만, 거대한 하나의 곡을 여러 트랙으로 나눠 놓은 듯 모든 곡이 유기적으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아요. 전작이 선형적인 구조였다면, 이 앨범은 입방체 구조 같은 느낌. 그래서 앨범으로 들어야 제대로 된 맛이 느껴진다는 게 전작보다 더 뛰어난 지점인 듯하네요.
        ASATT가 대단한 앨범이라면, 이 앨범은 그런 수식어보다는 '사랑스럽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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