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Nas - The Lost Tapes II
- rhythmer | 2019-07-24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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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as
Album: The Lost Tapes II
Released: 2019-07-19
Rating: Not Rated
Reviewer: 강일권
'Lost Tapes’는 보통 한 아티스트의 미발표곡으로 구성한 앨범을 뜻한다. 비단 나스(Nas)뿐만 아니라 포썸(Foesum),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피프티 센트(50 Cent) 등이 이 같은 제목 아래 미발표곡 모음집을 낸 바 있다. 그런데 나스의 ‘Lost Tapes’가 지닌 상징성은 남다르다. 2002년에 발표된 [The Lost Tapes]는 마니아들의 수집 대상품(collector’s item) 성격이 강한 보편적인 미발표곡 컴필레이션들과 달리 정규앨범 못지않은 완성도였다.[I Am...](1999)부터 [Stillmatic](2001)까지의 기간에 작업했으나 누락된 곡들로 구성한 앨범의 비트는 적당히 예스러우면서 아름다웠고, 랩과 가사는 강렬했다. 이는 평단의 호평과 별개로 점점 세련되어지는 프로덕션에 아쉬움을 표하던 나스의 하드코어 팬과 힙합 마니아들을 매료시켰다. [The Lost Tapes]는 더 이상 팬들만을 위한 ‘Lost Tapes’가 아니었다. 나스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자연스레 [The Lost Tapes II]에 거는 기대감은 정규작에 대한 것 못지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본작의 정체성은 변함없다. 한 장의 작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스튜디오 하드 속에서 잠들어있던 좋은 곡이 얼마나 수록되었느냐가 관건이다. [The Lost Tapes] 이후, [Hip Hop Is Dead](2006), [Untitled](2008), [Life Is Good](2012), [Nasir](2018)를 거치는 동안 각각의 이유로 선택하지 않았으나 지금이라도 끄집어냈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곡들 말이다.
이 같은 당위성을 확보한 곡들은 주로 초반부와 후반부에 들어차있다. 챈트(Chant)풍의 보컬 라인과 신스가 주도하며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뭉툭하게 다듬은 베이스와 외침 같은 이질적인 샘플이 절묘하게 조합한 "No Bad Energy"는 전작에서의 "Doo Rag"만큼은 아니지만, 좋은 시작이다. 스위즈 비츠(Swizz Beatz)와 애럽뮤직(AraabMuzik)의 감성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곡이기도 하다.
스캣(Scat)의 대가 고 알 자로우(Al Jarreau)에 대한 헌정이 담긴 "Jarreau of Rap (Skatt Attack)" 또한,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분주하게 흐르는 매혹적인 피아노 루프와 자로우의 스캣이 어우러져 리듬을 형성하고, 나스의 스캣 같은 랩이 그 위에서 노닌다. 재즈계의 신진, 키언 해롤드(Keyon Harrold)의 트럼펫 연주가 주연으로 올라서는 후반부에 이르면, 한껏 오른 흥취가 절정에 이른다. 만약 이 곡이 나스의 정규작에 수록되었다면, 분명 흐름을 깨는 흠이 되었을 것이다. 반면, 'Lost Tapes’에서는 미발표곡 모음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되었다.
가장 큰 희열이 느껴지는 건 마지막 두 곡 "QueensBridge Politics"와 "Beautiful Life"가 이어지는 구간이다. "QueensBridge Politics"에서 나스는 지난 2017년 사망한 퀸즈브릿지 출신의 또 다른 랩 아이콘, 프로디지(Prodigy of Mobb Deep)를 추모한다. 건조한 건반 루프를 중심으로 한 피트 락(Pete Rock)의 프로덕션과 덤덤하게 뱉는 나스의 랩이 처연하면서도 엄숙한 무드를 자아낸다. 가사적으로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곡이기도 하다.
특히, 생전에 깔끔히 해결하지 못했던 둘 사이의 문제를 거론하는 부분이 그렇다(*필자 주: 프로디지는 2011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나스뿐만 아니라 동료 래퍼들과의 불화를 폭로하여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나스와 프로디지는 해당 문제에 관해 잠깐 동안 대화할 시간이 있었지만,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이후, 프로디지는 사망했고, 이제 더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문제의 책이 나오지 않길 바랐고, 결국 해결하지 못한 불화의 잔재 탓에 섭섭하지만, 프로디지의 죽음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함께하길 바라는 마지막 라인에서의 여운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더불어 프로디지와 본인의 고향이자 전설적인 쥬스 크루(Juice Crew)의 연고지, 그리고 힙합 메카 중 한 곳인 퀸즈브릿지에 대한 자부심을 녹이는 부분에선 '역시 나스!'란 감탄이 나온다."Beautiful Life"도 백미다. 바로 전처인 켈리스(Kelis)를 포함한 두 번의 이혼을 비롯하여 이후의 인생역정에 대한 심경을 역설과 긍정 가운데에서 그렸다. 다이내믹 수피리어스(The Dynamic Superiors)의 "Happy Song"을 샘플링한 노 아이디(No I.D.)의 비트는 다이내믹하게 진행되고, 나스의 랩은 수록곡 중 가장 타이트하게 쏟아진다. 아주 깔끔한 마무리다.
다만, 다른 곡들은 평범하거나 귀를 스쳐 지나간다. 대표적으로 르자(RZA)가 만든 두 곡("Tanasia", "Highly Favored")은 우탱(Wu-Tang Clan)이 몰락하던 시기의 지루하고 헐거운 비트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며,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Nasir]를 위해 만든듯한 "You Mean the World to Me" 또한, 너무 안일하고 지루한 샘플 플레이 탓에 몰입할 수가 없다. 앨범에서 나스의 랩은 전반적으로 훌륭하지만, 프로덕션적으로는 왜 누락되었는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The Lost Tapes II]에 전작의 “Doo Rag”처럼 진한 감흥을 주는 곡은 없다. 또한, 의외성으로 짜릿함이 더했던 [The Lost Tapes]보단 감흥이 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시 한번 우린 이 앨범이 미발표곡 모음집이란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몇몇 인상적인 완성도의 곡들은 [The Lost Tapes II]가 발매되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도 남는다. 나스의 팬이거나 평소 아티스트의 미발표 트랙 디깅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즐거울 앨범이다. 좀 더 많은 나스의 'Lost Tapes'를 원한다.
※미발표곡을 모은 앨범이기 때문에 R 점수는 매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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