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YBN Cordae - The Lost Boy
- rhythmer | 2019-08-24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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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YBN Cordae
Album: The Lost Boy
Released: 2019-07-26
Rating:
Reviewer: 황두하
랩퍼를 비롯해 프로듀서, 프로모터,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직군이 모인 LA 기반의 힙합 집단 와이비엔(YBN, Young Boss N****z)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건 와이비엔 나이미르(YBN Nahmir)다. 그는 2017년 데뷔 싱글 “Rubbin off the Paint”로 주목받은 후 작년에는 ‘XXL 프레쉬맨(Freshman)’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발매한 컴필레이션 믹스테입 [YBN: The Mixtape]부터 다른 ‘YBN’에게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바로 와이비엔 코데(YBN Cordae)다.본래 안텐드레(Entendre)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그는 믹스테입부터 크루에 합류하며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았다. 트렌디한 음악을 추구하는 나이미르나 크루의 멤버들과 달리 붐뱁 비트 위로 타이트한 랩과 진중한 가사를 선보이는 그의 음악은 또래 랩퍼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특히, 신예 랩퍼들에 대한 충고로 화제가 된 제이 콜(J. Cole)의 “1985”를 리믹스하여 기성 랩퍼들을 향한 불만과 힙합 씬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담아 멋지게 받아친 “Old N****s”는 그가 차세대 리리시스트(Lyricist)가 될 것을 예견하게 했다. 이후 제이 콜, 닥터 드레(Dr. Dre) 등과 스튜디오에 있는 모습이 포착되며 첫 정규앨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마침내 발표된 첫 정규작 [The Lost Boy]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놀라운 완성도를 지녔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사이사이 위치한 뱅어 트랙들이 적절히 긴장감을 조였다 풀어준다. 스킷(Skit)과 변주를 활용하여 트랙들이 자연스레 이어지면서도 분위기의 고저가 확실한 덕분에 마지막 곡까지 단숨에 소화하게 된다. 앨범을 꾸리는 그의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프로덕션은 다소 평범하지만, 완성도가 워낙 탄탄한 덕분에 흠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 개별 곡의 분위기와 목적에 딱 맞게 완성됐다. 더불어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제이 콜 등등, 이전 세대 랩퍼들에게서 받은 영향이 진하게 느껴지는데, 이것들을 적절히 섞어 코데만의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사운드에서도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Bad Idea”부터 “Broke as Fuck”까지 이어지는 중반부는 완벽한 예다. 챈스 더 랩퍼가 목소리를 보탠 “Bad Idea”, 제이 콜이 주조한 펑키한 비트 위로 앤더슨 팩(Anderson.Paak)과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는 “RNP”, 긴장감 넘치는 전반부와 서정적인 피아노 라인이 주도하는 후반부가 기가 막히게 맞물리는 “Broke As Fuck”까지 그 몰입도가 상당하다. 단연 앨범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앨범에 담긴 내용 또한 매우 흥미롭다. 랩퍼가 되기 위해 대학을 자퇴한 후 집에서까지 나온 그는 계속되는 실패와 방황을 겪고,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응원 속에 성공을 쟁취한다. 이처럼 다소 뻔할 수 있는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이다. 시종일관 재치 넘치는 비유와 구체적인 상황 묘사로 서사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집에 돌아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표현한 “Bad Idea”나 각자의 지난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코데의 성공만을 응원하는 가족의 사연을 담은 “Family Matter” 등은 특유의 작법이 빛을 발한 트랙들이다.
패기 넘치는 신예 랩퍼의 앨범답지 않게 여유가 느껴지는 것은 [The Lost Boy]가 가진 또 다른 미덕이다.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하게 트랙을 채우거나 강박적으로 스킬풀한 퍼포먼스를 욱여넣기 보다는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프로덕션과 랩 모두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흘러간다. 기성 랩퍼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코데의 당찬 자신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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