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Gallant - Sweet Insomnia
- rhythmer | 2019-12-23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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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Gallant
Album: Sweet Insomnia
Released: 2019-10-25
Rating:
Reviewer: 배수환
갈란트(Gallant)의 전작인 [Ology]는 그야말로 성공적인 데뷔 앨범의 표본이다. 섬세한 가사, 가성과 진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뛰어난 가창력은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함께 얻었다. 제57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의 ‘베스트 어번 컨템퍼러리 앨범’ 상의 후보로 오르기도 했으니, 갈란트는 확실히 2016년 가장 주목받은 신예 아티스트로 불릴 만했다. 이후 좋은 퀄리티의 싱글 몇 곡을 발매하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켜온 그는, 3년이 지나 드디어 소포모어 앨범 [Sweet Insomnia]를 내놓았다.그는 추상적인 비유 표현을 통해 복잡한 내면의 감정을 풀어내는 데에 능숙하다. 본작에서도 달콤한 불면증처럼 자신을 다치게 하지만, 쉽사리 끊어낼 수 없는 중독적인 관계를 유려한 가사로 노래한다. 특히, “Paper Tulips”와 “Hips” 두 곡에서 이러한 표현이 두드러지지만, 완성도의 차이는 있다. 전자에서는 눈물을 닦는 티슈를 종이 튤립에 비유해 시각적인 이미지를 제시하고, 가사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선명하게 만든다. 반면, 후자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비유적 표현이 단서 없이 난무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고, 다소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 두 곡이 그의 복잡한 표현 방식의 명암을 보여주는 곡들이라면, “Hurt”는 오히려 갈란트답지 않게 단순한 표현으로 채워진 곡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상대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를 가장 아프게 한다.’라는 역설적인 상황 설정이 단순한 구성 때문에 빛을 잃는다. 벌스의 비중을 늘려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면 훨씬 매력적이고 감명 깊은 곡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쉽다.
전작 [Ology]는 “Weight In Gold”, “Bone + Tissue” 같은 곡들의 격정적인 프로덕션을 중심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며 청중을 압도하는 훌륭한 앨범이었다. [Sweet Insomnia]도 마찬가지로 스틴트(STINT)가 곡 대부분을 빚어냈지만, 이번엔 완전히 반대되는 분위기로 펼쳐진다. 특히, 과장되어 귀를 꽉 채우던 신시사이저 멜로디와 드럼 비트가 청명하고 간소해졌다. 한 꺼풀 덮인 듯 몽롱한 사운드는 앨범의 콘셉트를 훌륭하게 뒷받침한다.
“Compromise”에서의 라틴 비트 프로덕션이나, “Sleep On It”에서의 2000년대 초반 알앤비 프로덕션이 한 데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사운드의 공통점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다채로우면서도 일맥상통하는 프로덕션 덕분에 13곡을 담은 앨범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흘러간다. “Forever 21”, “Konami”처럼 훌륭한 인터루드(Interlude)가 곡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다만, 담백한 프로덕션이 쭉 이어진 탓에 킬링 트랙이라고 부를 만한 곡을 꼽기 어렵고, 갈란트만의 가창 스킬을 폭발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갈란트는 [Ology]의 연장선을 만들기보다 변화를 택했다. 비록, 언급한 몇 가지 단점 때문에 전작보다 감흥은 덜하지만, 이만하면,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했다고 할만하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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