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Nicole Bus - Kairos
- rhythmer | 2019-12-29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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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icole Bus
Album: Kairos
Released: 2019-10-18
Rating:
Reviewer: 강일권
매년 세계 알앤비 씬에서는 트렌드를 거스르는 음악으로 찬사를 이끌어내고 스타가 되는 아티스트가 적잖게 탄생한다. 이는 트렌드 의존도가 높은 힙합 씬과 가장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네덜란드 태생의 싱어송라이터, 니콜 버스(Nicole Bus)는 이 같은 알앤비계의 흐름을 이어받을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보인다.그는 이번에 제이지(Jay-Z)의 락 네이션(Roc Nation)을 통해 새 앨범 [Kairos]를 발표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지만, 덴마크를 기점으로 활동해온 버스는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이미 (이번 앨범 포함) 넉 장의 정규작과 두 장의 EP를 보유했다. 첫 앨범을 낸 것이 2009년이니까 벌써 커리어가 10년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Kairos]를 기점으로 덴마크를 넘어 미국 블랙뮤직 씬에서도 유명해지는 중이다. 그만큼 앨범이 탁월하다.
미국에서 성공한 유럽 출신의 알앤비 아티스트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듯이 버스의 앨범 역시 트랩이나 얼터너티브 알앤비보다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사운드를 아우르는 방향성이 돋보인다. 싱글로 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You”는 대표적이다. 특히, 이 곡의 프로덕션은 매우 복합적인 구성을 자랑한다.
힙합 그룹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명곡 “C.R.E.A.M”에서 샘플링되어 유명한 더 샤멜스(The Charmells)의 "As Long as I've Got You"를 샘플링하여 음악의 근간을 마련한 다음, 후렴구에서는 아예 우탱의 “C.R.E.A.M”까지 샘플링하여 버무렸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가막힌 오마주 트랙의 리믹스 버전엔 우탱의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가 직접 피처링했다. 정말 멋진 곡과 콜라보의 연속이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앨범엔 현재 트렌드에서 비켜나 네오 소울과 힙합 소울을 충실히 재현하고 세련되게 재해석한 곡들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다.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의 로린 힐(Lauryn Hill)과 [Songs in A Minor]의 앨리샤 키스(Alicia Keys)가 퓨전한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은 “Friend Indeed”, 도널드 버드(Donald Byrd)의 “Wind Parade”를 샘플링한 프로덕션 위로 수잔 베가(Suzanne Vega)의 “Tom's Diner”의 보컬을 재해석하여 절묘하게 포갠 “With You”, 시리타(Syreeta)의 가슴 시린 명곡 “Cause We've Ended as Lovers”를 샘플링한 비트에 나스(Nas)의 결정적 라인(“It Ain't Hard to Tell”)을 적재적소에 얹힌 “S.O.S” 등은 대표적이다.
이처럼 탄탄한 프로덕션 안에서 결국 듣는 이의 맘을 사로잡는 건 버스의 보컬이다. 좋은 멜로디를 주조하고, 사랑과 삶에 관한 감정을 감각적인 가사로 표현해낸 그의 적당히 무게 있고 허스키한 음색의 보컬이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톤과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변화시켜서 만들어낸 무드로 듣는 이의 가슴 깊은 곳을 공략하는 “Rain”에서의 보컬은 한편으론 두려울만큼 황홀하다. 또한, “Mr. Big Shot”과 “Comfort Me” 같은 곡에선 버스가 알앤비/소울과 더불어 레게까지 섭렵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Kairos]는 오늘날 미국 알앤비/소울로부터 영향받았지만, 미국 알앤비/소울 아티스트가 아니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또 한 장의 수작이다. 이제 락 네이션 덕에 니콜 버스의 이름은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우린 약 10년간 쌓아온 그의 내공이 담긴 음악을 천천히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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